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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 말벗되기 즐겁습니다"
[도반의 향기]마포FM 노년 프로그램 진행자 홍성기 할아버지
“안녕하십니까? 아름다운 인생 진행자 홍성기입니다. 나를 변화시키는 것은 부단한 자아혁신이자 행복한 삶의 시작입니다. 황혼기를 맞아 스스로 늙었다는 생각을 버리고 젊게 살도록 노력합시다.”

3월 28일 오전 6시 시그널 뮤직에 이어 홍성기(68)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FM 100.7Mhz(마포FM)의 전파를 타고 청취자에게 전달된다. 마포FM은 마포지역 주민들만 청취할 수 있는 지역 FM 방송이지만 홍 할아버지의 진행은 지상파 라디오 방송의 진행자 못지않게 자연스럽다.

아름다운 인생 진행자 홍성기 할아버지


실제로 홍 할아버지는 1993년 KBS 사회교육 방송의 ‘인생은 60부터’ 프로그램에서 강의를 맞았으며 MBC, SBS의 노인 대상 프로그램의 MC를 맡았던 전문가다. 홍 할아버지가 마포FM에서 마이크를 잡은 이유는 노인들에게 늘 새로운 것을 배우며 활기차게 살아가는 노년기야말로 인생의 황금기임을 일깨워주기 위해서다.

“지난해 10월 마포FM이 개국할 때 편집국장이 찾아와서 진행을 맡아달라고 했을때 즐겁게 승낙을 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청취자들이 듣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노인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마포FM의 아름다운 인생은 홍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박계승 한국노인복지전문가협회 회장, 박정준 서울국학운동 사무국장, 이철진 공덕한의원 원장, 김강주 민요강사, 강영주 가요강사가 게스트로 출연한다. 또한 김명자, 임지원 주부가 어르신 소식 리포터라 활동중이다.

아름다운 인생 출연진들


출연진 모두가 무보수 자원봉사자다. 그러나 모두들 노인들의 정신 건강, 육체 건강을 위해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각자의 목소리를 내며 즐겁게 일을 한다. 방송 내용이 지역 사회에서 일어나는 작은 이야기를 소재로 삼다보니 녹화중에는 소박하고 정겨운 이야기가 많고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홍 할아버지는 매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다음주 방송에서 할 진행자 멘트를 직접 작성한다. 진행이외에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다. 청취자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노인들이 어떻게 달라져야 활기찬 노년을 보낼수 있는지를 알려주기 위해 고심을 거듭한다. 오늘 방송에서는 행복한 노년을 보내기 위해서는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홍 할아버지는 ‘아름다운 인생’을 통해 노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겠다는 추상적인 생각보다는 그냥 말벗이 되어주고 싶다. 노인문제를 서로 이야기 하고 나눈다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마음에 위안은 줄 수 있겠다는 소박한 생각에서다.

“‘늙어서 아무것도 못한다’는 생각에 경로당에서 화투 놀이를 하고 있는 노년기를 보내는 노인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함께 이야기 하고 고민을 나누면 웃을 일이 더 많이 생기고 삶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습니다. 조그마한 생각의 변화가 노년기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기에 저는 말벗이 많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홍성기 할아버지는 매주 화요일 아름다운 인생 녹화를 한다.


사실 홍 할아버지는 방송보다 사회 교육자로 더 유명하다. 1960년 중앙대 법대에 재학중 판자촌에 천막학교를 세워 아이들을 가르친 것이 인연이 법학도의 꿈을 접었다.

이후 연세대 대학원에서 사회교육을 전공했고 서울 청진고등공민학교를 세워 배우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학문의 길을 열어주는 등 사회교육자의 길을 걸어왔다.

당시만해도 사회교육이라는 인식이 부족해 주로 문맹퇴치운동의 일환으로 한글을 가르치는 일이 전부였지만 평생 배워야 한다는 신념은 더욱 곤고해졌다.

평생교육에 대한 열정은 자연스럽게 노인 교육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1977년 사재를 털어 서울노인대학을 설립하고 노인의식 개혁운동에 나섰다.

그러나 당시만해도 노인교육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신입생모집이 되지 않았다. 경로당에 가서 노인대학이 생겼다고 홍보를 했지만 다들 늙어서 무슨 학교냐며 외면했다.

궁여지책으로 동아방송을 찾아가 홍보를 요청해 방송 출연을 하게됐고 그 인연으로 17명이 모여 한때 한학기에 1000여명의 노인이 학교를 다녔다.

지금은 지역마다 노인복지관이 생겨 노인들이 배울수 있는 기회가 늘어 현재 서울 노인대학에는 3개반 60여명이 취미, 건강, 한글교육을 받으며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김포, 고양 등에서 2시간 이상 전철과 버스를 타고 오는 노인들도 많았고 20년 동안 학교를 다니는 노인도 있다고 홍 할아버지는 귀뜸한다.

홍 할아버지는 국제 교류활동에도 관심이 많아 1977년 한국과 일본, 대만 3개국 노인대학과 자매결연을 맺고 노인문화협회를 조직해 현재까지 매년 문화교류를 하고 있다. 올해는 중국의 노인대학과 처음으로 북경과 연변에서 한중 노인문화제를 계획중이다.

“서로 말은 다르지만 노인문제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이야기하다보면 어느새 한마음이 됩니다. 더불어 각국의 전통 문화를 소개하고 함께 즐기다 보면 국경의 장벽도 웃음으로 무너집니다. 그래서 20여년동안 3국을 돌아가며 교류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 했던가? 홍 할아버지의 꿈은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배울수 있는 평생교육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1980년 연희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개원해 운영해 오고 있다.

노인대학과 유치원, 어린이집을 함께 운영하다보니 노인들은 아이들이 좋아 웃고, 아이들은 웃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이 생겨 서로에게 이익이된다고 홍 할아버지는 말한다. 특히 1회 졸업한 코흘리게 아이들이 이제는 결혼을 해서 아이를 데리고 원을 다시 찾아왔을때 가장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배드민턴과 산책을 즐기는 홍 할아버지. 방송과 강연 등 한가한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지만 항상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특히 저녁에는 단전호흡, 요가를 하고 정신 수양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저의 건강 비결은 바로 긍정적인 마음과 웃음입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다보면 성냄, 걱정, 근심 등이 생기지 않습니다. 많이 웃다보면 인생도 즐거워집니다.”

김두식 기자 | doobi@buddhapia.com
2006-03-31 오후 3: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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