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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박사와 가짜세상
[불자세상보기]가짜학위 사건에 대해
검찰이 러시아 음대 가짜박사 학위 매매사건을 발표했다. 이어서 필리핀 대학의 학위를 위조한 일당을 적발하고 기소하였다. 이는 물론 사문서위조라는 범법행위를 처벌하는 방향에서 언급되었지만, 이는 일부 교수들의 도덕적·학문적 자질이 함량 미달임을 드러내는 사안이어서 대학 안팎으로 충격을 주는 일이다.

물론 이런 사기사건이 몇 해 전에도 있었고 심심하면 터지곤 해온 사건인데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만큼 수요와 공급의 고리가 질긴 모양이다.

사기범들이야 작심을 하고 저지르는 범죄행위지만, 그런 사기범죄를 있게 만드는 수요자들이 예술을 하고 학문을 추구한다는 소위 지식인층을 자부하는 군상들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또 그런 날조된 문건을 가지고 버젓이 교수 행세를 하는 사람이나 그런 위조된 문서와 인간 자질을 여하히 변별하지 못하고 교수로 채용하는 대학당국의 인사시스템도 문제긴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당사자들은 오히려 사기범에게 속은 피해자임을 강변하거나 소정의 절차를 수행한 만큼 학위의 유효성은 어느 정도 인정되어야 한다는 항변을 하고 있다니 이는 너무나도 염치없는 태도다. 또한, 이번사례를 대학 당국이 검증 절차가 복잡하고 미비한 바 있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호도에 머문다면 이러한 범법적인 사슬고리는 단절되기 어렵다.

물론 예술계통의 교수의 자질과 자격은 이론과 전문적 실기 기량을 겸비해야 하긴 하겠지만, 지나치게 형식 요건 중심으로 제한하는 인사 원칙이 그런 범법을 조장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도 고민해볼 문제이다.

요즘 대학마다 교수들의 연구 업적을 오로지 계량적으로 처리하는 강박이 교수들의 연구와 교육 활동의 부실·날조를 초래하는 한 요인임도 반성되어야 할 문제점이다.

그러나 예술 계통에 복무하고 있는 교수들 대부분이, 특히 해외에서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훌륭한 학문적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다. 이번 사안으로 해서 도매금으로 이들의 자질과 자격이 터무니없이 모독되는 확대 해석을 금물이다.

이번 기회에 분명하게 옥석을 가리는 대학 자체 내의 자기검증의 노력은 보여야 할 것이다. 차제에 교육부도 외국학위를 검증하는 확인 절차나 조사·심의를 위한 기구를 설치해야한다.

한편으로 박사학위 관련 정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 기대해볼 일이다.
사법 처리나 시스템 완비도 서둘 일이지만, 모든 사안은 결국 인간이 문제의 중심이다. 인간의 마음 속에 부처도 있고 마구니도 있는 법이다. 범죄를 저지르든 사기를 당하든 선행을 베풀고 정직을 행하든, 그것은 결국 자신의 마음의 무늬인 것이다. 완전하게 자신을 다스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으며, 삶의 오류를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수행하는 사람들에게도 문득 잘못이 보이기도 하는 바이니, 너나 할 것 없이 마음닦기에 정진하는 계기로 삼자.

인간사에서 죄악은 인간의 허욕과 허명에의 집착에서 비롯된다. 자신의 진면목을 찾을 생각은 아예 없고, 제 분수조차 알지 못하고 거짓과 위선으로 마침내 자기파멸은 물론이거니와 사회적 질서까지 교란시키기 마련이다.

무언가 하려는 발원과 성취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하지 않아서 타인과 사회에 불편을 끼치는 부질없는 기회를 만들지 않음도 더 의미 있는 삶의 방식일 수 있다.

청정한 마음은 바로 나 잘 났다는 허망한 자신감과 그것에 사로잡힌 신념 구현의 일보다 나보다 더 잘난 남을 찾아보고 양보하고 배려하는 겸손에서 우러나는 법이다.
최순열 | 동국대 국어교육학과 교수
2006-03-27 오후 9: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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