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는 3월 20일 황평우 문화유산위원장 명의로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심판청구서에서 “문화재관람료 통합징수는 헌법에 위반되는 공권력의 행사로, 청구인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재산권,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동시에 법률유보, 포괄위임 금지 등 헌법의 일반 원리에도 벗어나 있다”며 “통합징수 행위는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
#헌소 심판청구 배경
문화연대가 이번 헌법소원을 통해 제기한 문제는 국립공원 입장료와 사찰문화재관람료의 합동징수이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인 배경은 사찰문화재 관람료 징수의 부당성과 집행내역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이를 공론화하고 폐지 여론을 불러일으키려는데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사실상 문화재관람료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인 셈이다.
문화연대는 헌법소원 제출 직전 발표한 성명서에서 “현행 자연공원법에는 국립공원 입장료의 일부를 문화재보수비용으로 지불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도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시민에게 이중의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문화재관람료 징수내역과 집행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만 문화재관람료 징수의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연대가 해묵은 논쟁으로 비춰질 수 있는 합동징수를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은 것은 승소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부분을 선택한 것으로 비쳐진다.
#적법하지만 불교계엔 부담
조계종은 문화재관리법에 따라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면서도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있다. 합동징수가 국립공원 조성 당시 연고권에 근거하고 있으나 여론이 문화재관람료 폐지를 부추기는 분위기 탓이다. 문화재청이 국고보조사업으로 매년 200억원이 넘는 문화재 관리비를 사찰에 지원하고 있는 점도 문화재 관람료의 명분을 희석시키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조계종은 ‘선(先)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원칙에 변함이 없다. ‘사용자 부담원칙’을 고수했던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지만, 실제 폐지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조계종 관람료위원회 위원장 범여 스님은 “문화재관람료 폐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해본 바가 없다”며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가 확정된 다음 문화재관람료 제도개선을 검토하겠다는 것이 종단의 기본방침”이라고 말했다.
#유연한 대응 필요
불교계 내부에서도 문화재관람료의 단계적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 2월 본지가 불교계 여론주도층과 관람료 사찰 관계자 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은 이를 방증한다.
설문결과, 폐지 찬성(29명)보다는 반대(38명) 의견이 높았지만 폐지에 반대한 38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장기적으로는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더욱이 이해당사자인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사찰 관계자의 80%가 ‘장기적인 폐지’를 꼽았다.
이는 문화재관람료가 자칫 불교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문화재관람료 폐지 주장에 대한 조계종의 보다 유연한 대응을 주문한다. 문화재관람료로 인한 부작용을 안으면서까지 원칙만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전향적인 대응을 통해 불교의 자생력을 키우고 정부로부터 문화재 유지·보수비 지원을 이끌어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관람료 징수사찰인 공주 갑사 주지 장곡 스님은 “장기적으로는 문화재 관람료를 폐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종단은 국민들에게 문화재에 대한 인식을 올바르게 심어주고 정부로부터 문화재 유지·보수비용 지원을 이끌어내는 등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