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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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불교일꾼]범일규 지하철 풍경소리 광주ㆍ전라 대표
"풍경소리에서 큰 가르침 얻기를"
오는 4월, 개통 3년을 맞는 광주 지하철에서 ‘불교’를 이야기하는 이가 있다. 지하철 풍경소리 광주, 전라 범일규 회장(스키 캠프 ‘명륜’대표).

그는 매달 한번씩 1호선 13개 역사에 비치된 포교용 포스터를 교체한다. 포스터가 범 회장의 분신이 되어 포교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범 회장의 손길이 닿는 풍경소리 포스터는 지하철 역사에만 게시되는 것이 아니다. 익산에서 목포까지 호남선 기차역에서도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도심과 깊은 산사에서도 그의 정성이 담긴 포스터가 먼저 참배객을 맞이한다.

범 회장은 사업가이다. 겨울철 스키학교를 운영한다. 해마다 수없이 많은 이들을 만난다. 그러기에 바쁘기가 남 못지않다. 그렇지만 일에 있어서의 일 순위는 단연코 풍경소리이다. 아무리 바빠도 포스터를 찾는 이가 있으면 만사를 제쳐두고 나선다. 그의 차에는 포교용 포스터와 엽서, 포스터 게시대 등의 장비가 항상 비치되어 있다.

풍경소리의 포스터는 굳이 불교만을 강요하지 않는다. 때로는 따뜻한 이웃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세파에 지친 현대인들이 잠시나마 포스터 앞에 멈춰서서 자기 내면을 되돌아 보곤 한다.

‘남도 좋고 나도 좋으니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있겠냐’는 것이 범 회장의 행복론이다.

“살다보면 ‘한마디의 말(言)’이 인생을 바꾸기도 합니다. 때로는 ‘말 한마디’가 죽어가는 이를 살리기도 하는데 꼭 성인의 말씀만이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 열심히 살아가는 이웃의 한마디에서 더 큰 감명을 받곤 합니다”

범 회장도 어려웠던 때가 있었다. 몇 년 전, 사업이 어려움에 처하고 몸과 마음이 부풀대로 부푼 풍선이 되었다. 손만 대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았다. 어느 법회에서였다. <반야심경>을 외우는데 ‘불생불멸(不生不滅)’이 가슴을 쳤다. 풀어야할 문제는 본래 없는 것이 아니던가. 사소한 일에서도 화가 치밀어 오를 때면 ‘불생불멸’을 염불하듯 외웠다.

희유하게도 서서히 가슴이 뚫리는 듯 했고, 사업도 술술 풀려가기 시작했다. 지금도 생각하면 ‘불생불멸’이란 짧은 단어를 만나지 못했다면 어찌했을지 아찔하다.

2년 전, 광주 지하철 역 명칭변경으로 불교계가 들썩였다. ‘증심사 입구’라는 역 명칭에 타종교계가 들고 일어선 것이다. 결국 시 의회에서 10:9로 아슬아슬하게 명칭을 유지하게 됐다. 범 회장은 이 과정을 지켜보며 활동하는 불자가 되기를 다짐했다.

지역 불교계 행사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로 했다. 사찰이나 신행단체를 불문하고 지역 불교행사가 있으면 찾아가 궂은일을 자청하고 묵묵히 해내고 있다. 지난해, 넉 달에 걸쳐 진행된 빛고을 불교아카데미에서는 강사 스님들의 의전을 맡아 한번도 빠트리지 않았다.

“흔히 불교 만나기는 눈먼 거북이가 백년에 한번 나무구멍으로 하늘 보기만큼(盲龜遇木)이나 어렵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바다에 나무가 많으면 좀 더 쉽듯이 풍경소리 포스터가 곳곳에 있다면 불교를 쉽게 접하지 않을까요?”

범 회장의 원력은 ‘누구나 쉽게 부처님의 말씀을 접하도록 하는 것’이고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풍경소리 포스터가 비치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준엽 기자 | maha@buddhapia.com
2006-03-26 오후 8: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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