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는 문화재가 아니다’

문화재청(청장 유홍준)이 조계종 현등사(주지 초격)가 삼성문화재단을 상대로 3층석탑 사리함 일체를 돌려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사리만 단독으로 문화재로 지정 등록된 사례가 있는지 여부’를 묻는 사실 조회 신청에 대해 3월 17일 이같은 의견을 재판부인 서울민사지방법원 민사13부에 제출했다.

	현재 소유권확인 소송이 진행중인 현등사 사리구.

문화재청은 사실 조회 회보를 통해 “사리는 종교적 신앙의 대상으로 의의가 있는 것으로 당대의 문화활동의 소산인 문화재와는 거리가 있다”며 “사리장엄구와 별도로 사리 단독으로는 문화재로 지정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의 이같은 입장에 따르면, 사리는 죽은 자의 신체 일부이며 종교적인 신앙대상이므로 사고 팔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해져 현등사가 재판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특히 사리와 사리구를 과연 분리해서 볼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소송의 또다른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삼성문화재단측은 “사리나 사리구는 공예미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예술품으로 그 자체로 상당한 문화, 종교 및 재산적 가치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현등사측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덕수는 빠른 시일내에 변론 기일을 정해 심리를 계속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현등사측 사건 진행을 맞고 있는 봉선사 혜문 스님은 “사리함, 사리구, 사리호는 사리와 한몸이며 서로 분리될수 없다”며 “삼성문화재단이 지금이라도 현등사 3층 석탑 사리함 일체를 부처님과 이천만 불자에게 돌려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현등사 사리구 반환 소송은 현등사가 지난해 8월22일 제기한 민사조정신청을 삼성문화재단측이 거부해, 작년 10월7일 정식 재판으로 넘어갔으나 한 번도 심리를 진행하지 못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