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칠화는 흔히 알고 있는 나전칠기 등으로 대표되는 옻칠공예를 현대적 회화의 기법으로 작업한 작품들이다. 전통의 틀에서 벗어나 가구나 생활용품 등을 만드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당당한 회화의 한 분야로 창작에 도전한 것이다. 2004년 한국옻칠화회가 창립될 당시에도 기존 작가들에게조차 옻칠화는 낯설고 생소한 분야로서 현대 칠공예의 지류쯤으로 인식되고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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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 15명이 모여 결성한 한국옻칠화회는 창립 후 매년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전통 옻칠을 현대적인 틀로 옮겨 담으며 옻칠에 대한 인식 전환과 옻칠 본연의 가치를 알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거쳐 그들만의 작품성을 구축하데 주력해온 옻칠화회는 옻칠이라는 특별한 재료와 이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그들만의 표현기법을 중심으로 한국 화단에 하나의 장르로 뿌리를 내려 꾸준하게 발전 성장시키겠다고 다짐한다.
한국옻칠화회의 류미경 박사(중국회화사 전공)는 “옻칠을 재료삼아 하는 작품은 어떤 표현매체보다도 작가와 재료간의 절실한 교감을 강조할 것”이라며 “칠한다는 표현보다는 한 층 한 층 쌓아올린다는 말이 더 적절할 것 같은 옻칠화 작업과정은 천연적인 인간의 교감을 요구한다”는 말로 세 번째 옻칠화 전시회의 의의를 설명했다.
교감에 대한 폭과 깊이의 중요성을 상기해보며 관람하기에 적절한 세 번째 전시회에서는 송완근의 '회(回)', 배은혜의 '心', 박혜신의 '108' 등 작품 14점이 선보인다.
한국옻칠화회 등의 활동에서 알 수 있듯 현대화와 전통 계승을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옻칠. 옻칠의 세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옻은 옻나무에서 얻는 천연수지 유성도료이다. 이러한 옻을 사용한 옻칠은 한국과 중국ㆍ일본에서 예로부터 금속이나 목공 도장용(木工塗裝用)으로 소중히 여겨왔던 도료로 특히 칠기류에 많이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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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칠을 하면 방수방습 효과가 탁월하다. 옻이 목재 안으로 스며들어 위에서는 비닐처럼 막을 형성해서 코팅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옻칠한 것은 부패나 변질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인체에 유익한 원적외선이 방출되는 등 기능에 있어서도 훌륭한 소재이다. 최근에는 생산량이 적고 비싸기 때문에 주로 미술공예품이나 불상 발우 등 불구용품으로 제작되고 있다.
옻칠의 역사는 청동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시대에는 현재 우리가 '옻칠'하면 쉽게 떠올리는 나전칠기가 발달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더욱 다양한 칠기제품이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에까지 그 전통의 맥이 활발하게 이어진 것은 아니다. 임진왜란 때 옻칠 문화를 빼앗긴 탓도 있지만 천연 옻에서 채취한 생칠 대신 화학 재료인 '카슘'이 널리 사용되면서 전통 옻칠 작품은 점점 사라져 갔다. 1960년대 자개를 붙이는 나전기법을 남용한 틀에 박힌 디자인의 제품이 생산되면서 작품성마저 떨어져 사람들의 외면을 받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장에는 칠예가 전용복(일본 이와야마 칠예미술관 회장)씨가 제작한 옻칠 장식장과 회화가 설치돼 세계 정상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전용복씨가 전통 옻칠 기법과 한국적인 정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제작한 옻칠병풍과 소형 장식장 등 옻칠 회화ㆍ가구 등은 이후 일반에 공개되면서 그 화려함과 우아함을 인정받았다.
가구와 생활용품에서 회화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는 옻칠을 불교에서는 발우를 비롯해 불단에 올리는 불기와 불구용품 등으로 활용해 왔다.
■ 옻칠 불구 공정
▲백골 사포-백골의 거친 표면을 칠 작업 전에 곱게 사포질한다. ▲초칠-나무에 충분히 스며들게끔 칠을 묽게 해서 바르며, 여기에 쓰이는 칠은 생칠을 한다. ▲초칠건조-습도가 약 70 ~ 75% 정도 되는 건조장에서 약 3시간에서 7시간정도 건조하며, 많게는 18시간 정도 건조하는 경우도 있다. ▲토칠-토칠은 흙가루와 생옻칠을 곱게 혼합하여 나무의 눈메를 메우는데 쓰인다. ▲토칠 한 후 사포질-토칠한 후에 약간의 거친 목재표면을 120~320# 정도의 사포로 문질러 목재의 표면을 곱게 갈아준다. ▲중칠-토칠 후 사포질한 제품을 4회에서 5회 정도 반복하여 칠을 한다. 이때 쓰이는 칠은 정제 주합칠을 사용한다. 여기서 정제 주합칠을 하는 이유는 칠의 변색이 없고, 칠의 강도가 강하며, 투명도가 높아서 질을 한층 더 높여주기 때문이다. ▲상칠-이런 위 과정을 거쳐서 7회에서 8회 정도 여러 번 반복하여 칠한 후 완성품을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