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불교기업 채용정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사이트에 문의한 결과 “불교기업에는 등록된 회사가 너무 적어 별도의 카테고리를 만들 수 없었다”는 답변을 들었을 뿐이다.
◇채용정보에서 '소외'
취업사이트에 등록된 불교기업은 개신교와 가톨릭기업 150여곳의 1/3에도 미치지 못하는 40여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직원수 10인 이내의 소규모회사가 대부분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지난해 655개 주권상장법인 임원 가운데 종교를 믿고 있는 11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경영인 종교현황에서 불자 임원은 356명(32.4%)이었다. 개신교 465명(42.3%), 가톨릭 278명(25.3%)에 비해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불교와 기업 현장의 연결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이다. 불자경영인으로 분류되는 356명 가운데 불교를 전면에 내세우는 이는 거의 없다. 불자CEO는 있어도 불교기업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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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제 분야에 있어서 불교인재 활용 인프라가 전무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불교인재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거나 성장할 수 있는 상대적 기회가 적고, 이들을 직접적인 불교발전으로 이끌어내는 동력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 분야에서 불교는 전혀 다른 세계의 철학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박경준 동국대 교수는 “경쟁력은 핵심인재의 확보에 달려 있는데, 불교는 경제 분야에 있어서 인재를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다”며 “인재를 키우고 이들을 수용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사람기르기 토대 미비
이웃나라 일본의 불교와 경제는 우리나라와 사뭇 다른 환경을 지녔다. 일본의 불자CEO들은 보시와 출가를 통해 사회에 기여함으로써 불교의 사회·경제적 영향력을 키워놓았다.
전자부품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교세라그룹의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이나 세계적인 화장품·생활용품 회사 가오를 일군 마루다 회장은 좋은 본보기다.
도덕경영, 인간경영, 카르마경영 등의 불교적 경영철학을 구현한 이나모리 회장은 교세라그룹을 세계 100대 기업으로 키워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인으로 꼽혔다.
“하드는 서양과학에서 나오지만 소프트는 동양철학, 특히 불교에서 나온다”라고 강조한 마루다 회장은 불교에 기반한 경영철학을 실천해 불교의 위상을 높인 대표적인 경영인이다. 독실한 불자였던 두 회장은 은퇴 후 출가해 일본열도를 뜨겁게 달궜다.
반면 우리나라 경제에서는 불교와 존경받는 불자CEO를 찾아보기 힘들다. 반(反)기업정서가 존재하는 등 사회적인 분위기가 성숙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불교적 경영철학을 지닌 불자CEO의 역할이 부족하고 이들을 육성하지 못한 불교계의 실책에서 기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교적 경제관을 실현할 수 있는 기업이 전무한 현실은 불교인재 육성의 장벽으로 작용했다. 성공한 불자CEO를 발굴·육성하고 이들을 효과적으로 묶어 활용하기 위한 네트워크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불교와 경제 또는 불교와 사회의 간극을 좁이기 위한 불교의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요청인 것이다.
경제전문가 이언오 박사(前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불교와 경제가 괴리현상을 띠고 있는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불교의 사회·경제적 위상을 높이고 영향력을 키우는 일”이라며 “지금이라도 각 분야에서 흩어져 있는 불교인재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인재육성에 힘을 쏟는다면 미래불교의 희망은 밝다”고 강조한다.
◇기독교에서는.....
'기독교 기업알리기' 또 다른 전도사
남성패션 지크(SIEG), 여성패션 베스띠벨리(bestibelli)·씨(si)·비키(VIKI), 캐주얼패션 쿨하스(KOOLHAAS). 이름만 대면 알 정도인 이 의류를 제작하는 기업은 현물경제에서 기독교기업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주)신원이다.
2001아울렛, 뉴코아아울렛, 렉싱턴호텔, 프랜차이즈 피자몰, 여성패션 데코(DECO), 로엠(Roem), 캐주얼패션 브렌따노, 헌트, 푸마(PUMA)…. 기독교 인재 등용과 나눔경영의 일환으로 기독교 선교사업을 벌이는 이랜드그룹의 브랜드들이다.
대표적인 기독교기업인 (주)신원과 이랜드그룹은 종교를 내세우지 않는 일반회사와 달리 기독교를 전면에 내세우고 기독교적 가치실현을 추구한다. 직접 기독교 선교활동을 펼치거나 후원하는 또 하나의 전도사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기독교계내 공헌도는 인재육성과 기회제공이 핵심을 이룬다. 기독교사학 등에서 배출된 우수한 기독교신자들의 신앙과 직업을 결합시킨 기업내 기독교문화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해찬들, 한국도자기, 로제화장품, 소망화장품 등도 기독교신자를 주축으로 직원을 선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