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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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재산을 보시해야만 바른 삶인가?
붓다의 경제학(5)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바로 코 앞에 지방 선거가 놓여있고, 대통령선거도 이제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벌어질 일이다. 대통령 선거가 비록 내년 12월에 치러진다 하더라도 각 당에서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물밑 장정에 이미 돌입했다는 면에서 선거의 계절이라는 말이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지난 번 대통령 선거 때의 일이 떠오른다. 모 방송사에서 대선 후보자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고 후보자들의 견해를 들어보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어떤 질문자가 재력이 있는 후보에게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앞뒤 정황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질문자는 “당신이 나라를 위하고 다른 사람을 위하여 대통령까지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산 정도는 기꺼이 사회에 환원 또는 기부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당신은 위선자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이 질문에 그 후보자는 즉답을 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불교에서 보시는 매우 중요한 행위이다. 보살이 닦아야 할 육바라밀의 첫 번째도 보시바라밀이다. 자신이 가진 것이 많아야 할 수 있는 것이 보시가 아니다. 가진 것이 적더라도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보시다. 하물며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 보시를 적극적으로 해야만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해서 모든 불자들은 자신의 전 재산을 보시해야 하는 것인가?

아함경에는 재가자의 합리적 재산 운용에 대한 부처님의 말씀이 있다. 경전에서 부처님은 재산의 1/4을 생계비로 사용하고, 1/4은 농사에 투입하며, 1/4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고, 나머지 1/4은 경작자나 상인에게 빌려주어 이자를 받도록 하라고 설하고 계신다. 재산의 일부를 농사에 투입하거나 타인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도록 하라는 것은 현대적 의미로 해석하면 재산을 증식시키기 위하여 재투자를 하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부처님 말씀 가운데 어느 부분이 보시와 관련된 부분일까. 언뜻 보기에 있는 재산을 모두 보시에 내놓으라고 말씀하시기는커녕 보시를 하라는 말씀조차도 없지 않은가. 그것은 아마도 부처님께서는 설하신 대로 경제적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 자체가 많은 사람들에 대한 최선의 보시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해석한다. 경제는 순환 고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부처님이 설하신 대로 개인들이 열심히 경제활동을 영위할 때 모든 사람들이 보다 경제적으로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매일 한 개 씩 알을 낳는 거위는 3년이면 천여 개의 알을 낳는다. 배를 가르면 기껏 미성숙된 알 한 개를 얻을 수 있을 뿐이다. 부를 증식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개인이나 기업은 지속적으로 경제활동을 함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에게, 보다 많이 보시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려하고 있다. 재산을 부둥켜안고 사리사욕만을 채우려는 것이 아닌 한 우리는 개인의 재산 처분과 그 사람의 도덕성을 일차원적으로 연결시켜서는 안된다. 신앙심과 충성심을 측정하는 도구로 개인의 재산 처분과 보시를 이용해서는 안된다. 다가올 선거에서는 포퓰리즘적 의도와 시각으로 후보자들의 재산을 왈가왈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구병진 | 서울대 교수
2006-03-23 오후 6: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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