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는 13대 중앙종회의 모습 보이겠다.”

제170차 임시중앙종회를 마친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법등 스님은 3월 23일 오전 9시 30분 불교계 기자들과 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법등 스님은 부의장 원택 스님과 함께 한 자리에서 “의원 스님들이 종단을 위해 큰 물의없이 원만히 종회에 임해준 데 대해 감사한다. 종단의 이해관계가 복잡한데도 매 사안을 대화로 풀어나려는 자세를 견지한 집행부에도 고마움을 느낀다.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바라는 많은 스님들의 의지가 한데 모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올해 첫 임시종회를 마무리한 소감을 밝혔다.

	법등 스님.

그러나 선거법을 비롯해 이번 종회에서 처리 여부를 놓고 관심을 모았던 ‘종헌종법 개정안’이 차기로 이월 된 것에 대해서는 서운함을 표시했다.

법등 스님은 “지난해 총무원장 선거를 치르면서 종단에 애정을 가진 사부대중들로부터 종단의 선거제도에 대한 우려가 많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3월 임시종회에서 선거법등 관련제도를 반드시 개정하려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종책모임들과 종도들의 여론 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따라 7월 임시 종회에서 반드시 현안들을 개정하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또 사설사암법 등 나머지 법안에 관해서도 “종무행정은 중앙집권적이지만 종단의 중심은 사찰이다. 각 사찰이 현실에 맞게 종헌종법 개정을 13대 종회에서 마무리 하겠다”고 밝혔다.

원택 스님도 “선거 때문에 종단이 지탄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하고 의원 스님들이 나름대로 노력을 다했다. 13대 이전 중앙종회가 이때쯤이면 소위 ‘레임덕’에 빠졌던 것과 비교하면 현 중앙종회는 종헌종법 개정에 상당한 열의를 보이고 있다. 임기가 끝날 때 까지 종단안정을 위한 기틀을 다진다는 생각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 것”이라고 확언했다.

	원택 스님.

한편, 일부에서 각 종책모임이 종헌종법개정안 이월을 합의한 것이 선거법 개정을 회피하기위한 야합이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법등 스님은 “이번 합의가 누구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각 종책모임을 대표하는 젊은 스님들이 책임감을 갖고 의장단에 약속한 것이다. 7월에 반드시 종회를 열고 종헌종법 개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임기를 마치지 않은 종립학교관리위원회 위원들이 한꺼번에 5명씩 사퇴하는 모습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원택 스님은 “제 자신이 종관위 위원장으로 죄송하다. 소위 ‘신종수법’으로 비춰질 수 있다. 자파의원을 끼워 넣기 위해 종회의 회의법이 악용된 사례다. 이는 종관위 위원임기에 대한 세부규정이 없어 생긴 일이다. 보궐위원의 경우 전임자의 잔여임기만을 활동하게 하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원택 스님은 최근 실제 존재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종책모임 미래승가회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래승가회는 미래로 날아간 것 같다”라는 말로 여운을 남겼다. 또 “나 자신이 속한 금강회는 공식적으로 해산한 적이 없고 미래승가회 가입을 결의한 바도 없다. 일부에서 선거 패배 후 집행부와 여당격인 일승회의 공세가 거세질 것에 대한 피해의식으로 야당 스님들이 미래승가회로 모여들었지만 실제, 여당의 공세가 심해지지 않자 자연스럽게 결속력이 약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