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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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일배로 적멸보궁 오르는 '마음'은…
[시방세계]월정사 수행학림 현장
17일 오후 6시30분 오대산 월정사의 저녁예불은 여느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황토색 수련복을 입은 30여명의 불자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법당을 메우고 있다.

6주 동안 계속되는 한암대종사 수행학림이 열리는 첫날, 월정사의 모습은 분주하면서도 차분하다. 수련복을 입은 사람들은 3일간의 수행학림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불자들이다. 단순히 법문을 듣자고 찾아온 것이 아니다. 귀만 열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열어보자고 먼 길을 달려 온 것이다. 여느 대중법회처럼 왁자지껄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서대 염불암에 오르자 한 수련생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수행학림 입제식에 이어 학림의 첫 문을 여는 월정사 정념 스님의 강의가 시작됐다. 수련생들은 하나라도 놓칠세라 꼼꼼히 메모를 해가며 귀를 쫑긋 세운다. 수련생 뒤쪽으로는 일반 불자들이 대법륜전을 꽉 메웠다.

서울서 온 양혜영 보살(67)은 다소 긴장한 표정이다. 사찰에서 열리는 수련대회에는 처음 참가하는 터였다. 양 보살과 함께 온 우리는 선우 이수복(62) 이사가 이따금씩 양 보살에게 미소를 보낸다. “뭐든지 다 배우고 싶다”는 발심을 양 보살은 다시 챙기기 시작한다.

월정사 단기출가 1기생인 박승민(47) 거사는 한암 스님에 대해 배우고 싶어 이번 수행학림에 참가했다. 이론 보다는 행(行)을 중시해 왔던 터라 선, 염불, 간경, 의식, 가람수호에 입각한 한암 스님의 수행법인 승가오칙(僧家五則)을 그대로 적용한 이번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었다.

다음날 새벽 4시 새벽예불과 아침공양을 마친 수련생들은 대빗자루를 하나씩 들고 대법륜전 마당을 쓸기 시작했다. 이수복 보살의 비질솜씨를 눈여겨보면서 따라하지만 양혜영 보살은 비질은 어딘지 어색하다.

월정사 전나무숲을 걷고 있는 수행학림 수련생들.


곧이어 전나무 숲길을 걷는 경행시간. 삼삼오오 짝을 지은 수련생들이 도란도란 얘기를 하며 전나무 숲길을 걷는다.

인천에서 온 이영식(55) 거사는 여전히 혼자다. 불교에 입문한 지는 이제 3년 남짓. 범어사 설선대법회에 참가한 것을 제외하고는 수련대회 참가해 본적이 없다. 하지만 인터넷과 각종 불교서적을 통해 웬만큼 불교를 공부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느낌이 오질 않는다. 불교를 통해 인생의 그 무엇인가를 찾고 싶은데,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느라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눌 여유가 없다.


●마음을 찾아서

월정사의 3월은 아직 겨울이다. 전나무 숲길을 따라 흐르는 개울에는 얼음이 반쯤 남아 있다. 3~40m는 족히 돼 보이는 쭉쭉 뻗은 전나무들도 아직은 추워 보인다. 서대 염불암으로 오르는 산길 역시 겨울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눈과 얼음으로 덮여있는 길이 수련생들을 머뭇거리게 했다.

“올라갈 수 있다” “무리다” 하는 논란도 잠시, 수련생들은 서대에 오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쉽지 않은 길이었다. 서대로 오르기 시작한 지 10여 분 만에 두 명이 오던 길을 되돌아갔다. 도대체 이들의 발길을 이 험한 산길로 향하게 한 것은 무엇일까.

수련생들이 삼보일배로 적멸보궁에 오르고 있다.


서울 봉은사 신도인 박경자(54) 보살은 수행학림에 참가할 때부터 생각한 것이 있었다. 얻을 수 있는 것은 다 얻어 보자고. 월정사 단기출가 5기생인 고성미(25)씨는 단기출가 후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아야겠다는 마음이 절박했다. 박승민 거사 역시 해결해야 할 것이 있었다. ‘마음은 어디 있으며, 생사는 또 어디에 있는가. 지금 내가 사는 삶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한발 한발 옮기는 발걸음이 눈 속에 묻힐 때마다 이들은 ‘마음’에 한걸음 한걸음씩 다가서고 있었다.

서대에 오르자마자 박경자 보살이 염불암 앞 먼 산을 바라보며 가부좌를 튼다. 아마도 염불암에 온 것은 그만한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이제 내려가면 평생 다시 한 번 오기 힘들지도 모를 험한 길을 수련생들은 자청해서 올라왔다. 이렇게 해서라도 ‘마음’을 찾을 수만 있다면….

염불암 앞에서 간단한 예불을 올렸다. 염불암에 올랐던 기억은 두고두고 남을 것이다. 때로는 나태해지고 때로는 무기력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꺼내 보는 거울이 돼서.

서대에서 내려오자마자 곧장 향한 남대 지장암에서도 수련생들은 ‘마음’을 찾았다. 좌선에 이은 108배. 안양에서 온 구도석(69) 거사의 이마에 구슬땀이 맺힌다. 인천에서 온 김승빈(24)씨도 입고 있던 두툼한 외투를 벗는다. 수련생들 가운데 최고령자와 최연소자. 45년이라는 세월의 차이. 하지만 두 사람에게 이런 것은 의미가 없다. 오직 지금, 자신을 찾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정진은 계속되고…

동국대 경주캠퍼스 안병준 교수가 뒤늦게 비로전에 들어와 조용히 앉았다. 수련생들이 월정사에서 중앙승가대 총장 종범 스님의 법문을 듣고 상원사로 이동, 저녁예불 후 철야정진에 들어가려고 할 즈음이다. 학림 첫날 저녁 강의를 듣고 난 후 곧장 집으로 달려가 이날 아침 해외로 출국하는 노모를 배웅해 드리고 곧장 달려온 길이다. 매주 월정사에 온 지도 벌써 13주째다. 경주에서 월정사까지 그 먼 길을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원사에서 철야정진을 하고 있는 수련생들.


다음날 오전, 철야정진을 마친 수련생들이 중대 사자암에서 삼보일배로 적멸보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안 교수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 “여기서 공부하고 싶어서요”라며 먼 길을 오는 이유를 짧게 말했던 안 교수는 철야정진이 꽤 흡족했던 모양이다.

2박3일의 짧은 일정 속에서 쉴 틈 없이 진행된 두 차례의 강의와 108배, 철야정진, 삼보일배….
“처음에는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내 마음을 모르겠더군요.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쉬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래서는 안되겠지요.”
수련생들 모두 이영식 거사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삼보일배는 그렇게 계속됐다.
평창/글=한명우 기자 사진=고영배 기자 |
2006-03-24 오전 10:37:00
 
한마디
이제 지나친 고행위주 수행프로그램을 지양해야한다. 대신 복지원이나 군부대 법당에 가서 살아 숨쉬는 봉사활동, 포교 지원활동으로 대치해야 불교 미래가 있다. 허구한날 고행주의는 이기심만 키우기 쉽다. 보아라 지금까지 한국불교 깨달음위주 수행을 하다보니 이제는 한국이 기독교 국가가 되지 않았나? 좀 뉘우치자!!!!
(2006-03-26 오전 7:5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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