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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명나라 시대에 벼슬을 버리고 명의가 된 강관(江瓘, 1503~1565)에 의해 1549년 초고가 완성된 <명의류안(名醫類案)>. 20년이란 시간을 통하여 초고가 완성된 후에도, 아들인 강응원(江應元)ㆍ강응숙(江應宿) 형제에 의해 교정과 보강을 거쳐 1591년에 간행되기까지는 40년이라는 더욱 긴 시간이 걸렸다.
모두 205문(門)으로 나누어 급?만성전염병 및 기타 내과잡병?외과 부인과 소아과 등 각종 병증에 대한 역대 명의들의 변증과 처방이 실려 있지만 이 책은 단순한 의학 서적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또 책에 기술되어 있는 저자 자신의 평과 치료 사례는 비교적 타당하다.
‘중풍’에 걸려 말을 못하고 입을 굳게 다물었으며 맥이 가라앉아 위급한 상황의 경우에는 탕약을 사용하면 병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방풍, 황기 달인 것 수십말을 침상밑에 놓아두고 수증기가 나오도록해 입과 코로 마시게 하면 곧 말을 할 수 있다. 술마시고 누워자다 풍을 맞아 벙어리가 될 경우는 형력(荊瀝)에 지보단(至寶丹, 코뿔소뿔 주사 비웅 황비 호박가루 거북껍데기 각 1냥, 서우황 5돈, 사향 방편 각 1돈, 수안식향 1냥을 고아서 응고된 상태로 만든것)을 녹여서 마시면 된다.
술을 좋아하여 대변을 볼 때 피가 나오는 ‘종창’에 걸리면 사물탕에 황금 황련 목련 백출 진피 후박 생감초를 탕으로 만들어 한달정도 복용하면 낫는다. 구창을 치료하는 방법을 뽕나무 즙을 바르는 것이다. 즙은 삼켜도 무방하다.
월경이 고르지 못하는 부인병에 걸릴 경우에는 인삼 백출같은 양을 돕는 약을 5~7첩 복용하면 통증도 감소된다. 또 월경을 하면서 깎는 것 같은 참기 힘든 복통이 있으면 주자황련 반근, 초향부자 6냥, 오령지 반은 초하고 반은 생으로 3냥, 당귀신미 2냥을 가루내어 죽으로 환을 빚어 공복에 더운물로 3~4전을 복용한다.
출산할 때 자궁이 나와 들어가지 않는 것을 반장산이라고 한다. 이럴때는 식초 반잔에다 찬 우물물 7푼을 사발에 섞어서 놓고 산모의 얼굴에 입으로 3번정도 뿜으면 완전히 수축한다.
아이가 열이 나고, 가슴속이 타는 듯 답답하며, 피부와 눈의 흰자위가 귤의 노란색 같은 ‘황달’ 증세가 나타나면 황련 인진 각 5푼, 황금 황백 각 4푼, 복령 치자 각 3푼, 택사 2푼으로 하여 한번에 달여서 식전에 마시면 된다.
‘의계(醫戒)’편의 내용을 보면 의사의 윤리에 대해서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마땅히 스스로 생각하기를 남의 질병과 고통이 나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야 한다. 누군가 의사를 부르거든 지체 없이 급히 환자에게 가고, 신분의 높고 낮음이나 부유하고 가난한 것을 따지지 말고 오로지 사람을 구하는 데 마음을 두어야 한다. 만약 남이 위급한 틈을 타 재물을 구하는 데 뜻을 두고 마음 씀이 어질지 못하면 이것이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에게 화를 부르는 것이다.”
최고의 의사에게는 공덕이 크다는 것도 일러준다.
“항상 이러한 마음을 새겨 정토를 향한다면 반드시 상품(上品)에 왕생할 것이다. 만약 남의 질병과 고통이 있는데 정토로써 고하면 믿는 마음이 쉽게 생겨나게 되고, 다시 크게 발원하여 그것을 널리 전해지게 하며 허물을 스스로 꾸짖고 치유될 수 있기를 기하면 반드시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다. 혹 수명을 다하더라도 역시 이런 원력을 빌 수 있다면 정토에 왕생할 것이요, 항상 이런 마음으로 사람을 대한다면 후세에 상품에 태어나지 않으면 현세의 사람들이 반드시 존경할 것이니, 복을 짓는 것에 대한 보답은 끝이 없다”
강씨 부자의 한의학적인 관점에서 수집한 역대의 의안은 시대의 변화 탓에 당시의 진료 현장을 생생하게 재현할 수 없을지라도, 그 시대의 문화적인 면이나 사람들의 심리적 상황 및 여러 가지 질환에 대한 이해나 대처 방법을 우리는 엿볼 수 있다.
이 책을 옮긴 동국대 한의대 구병수 교수는 “온고지신(溫故知新)하는 마음으로 선인들의 번뜩이는 지혜를 오늘날 우리가 허심합도하는 마음으로 살핀다면, 요즘 Bio Technology(바이오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발맞추어 한의학의 과학화라는 신풍(新風)이 불고 있는 시대의 흐름에 일조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