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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다법, 신비주의 벗어나야 차문화 발전"
무료 제다교육원 운영하는 혜우 스님, <다반사>서 주장
차를 만드는 사람에게 제다 노하우는 ‘며느리도 모르는’ 1급 비밀이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체득한 제다법은 생계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으므로 섣불리 남에게 알려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막 차 농사를 시작한 사람에게는 답답한 노릇이다. 제다업체들 대부분이 워낙 영세하다보니 다른 일꾼을 두려 하지도 않고, 더구나 차를 만드는 ‘핵심 노하우’라 할 수 있는 마무리 작업은 타인에게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 그저 혼자 부딪치고 실패하며 배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제다 초보’를 위해 지난해 전남 순천시 황전면 비룡초등학교 폐교에 ‘혜우 전통 덖음차 제다교육원’을 연 혜우 스님은 이번엔 아예 제다 노하우를 책으로 펴냈다. <혜우 스님의 다반사(茶飯事)>(초롱출판사)다.

혜우전통덖음차제다교육원의 혜우 스님은 제다법 공유를 통해 차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사진제공=도서출판 초롱


“소규모로 수제차를 만드는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어깨너머로 제다법을 배울 수밖에 없고 그렇게 배워 차를 만들고 있으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품질이 떨어지는 차도 시장에 나오게 되는 것이죠.”

전남ㆍ경남의 일부에서는 정부의 지원으로 농가에 차 생산을 장려하지만, 차 농사를 짓는다고 해도 제다법을 몰라 찻잎을 제다공장이나 농협에 내다 파는 일차산업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차 농사는 생산량 증가를 위해 비료와 농약을 과다하게 사용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혜우 스님은 “농가가 직접 제다를 하게 된다면 무조건적인 생산량 증대 대신 더욱 좋은 품질을 차를 만들어 이윤을 극대화시키려 할 것이다”며 “제다법이 공유된다면 현재의 기형적인 차 농사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전남 순천시 황전면 비룡초등학교 폐교에 문을 연 혜우전통덖음차 제다교육원.


책에서는 차를 만들 때 필요한 도구에서부터 찻잎을 솥에서 덖고 비비고 건조하는 제다공정, 솥의 온도, 제다도구를 관리하는 법 등 20여년 가까이 차를 만들며 체득한 노하우를 속속들이 공개했다. 첫 번째 덖음 후 바로 솥을 씻어내고 두 번째 덖음을 해야 한다거나 맛과 향을 결정짓는 마무리 공정은 세 번에 걸쳐 해야 한다는 등의 세세한 비법이 담겨 있다.

“일류 요리사에게 요리를 배웠다고 누구나 일류 요리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다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을 알고 시작한다면 괜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아도 되고 소비자들도 수준 이하의 차를 사게 되는 경우가 적어질 것입니다.”

‘제다법 공유’와 함께 스님이 강조하는 것은 ‘차의 신비주의 탈피’다. 다선일미(茶禪一味)로 대표되는 형이상학적 개념과 차의 약리적 효능에 대한 맹신을 걷어낸 후 생활 속에서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차문화로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20여년 간의 제다 노하우를 담은 <혜우 스님의 다반사(茶飯事)>를 펴낸 혜우 스님.


“현대인들의 가장 큰 문제는 대화단절입니다. 지금부터라도 텔레비전을 끄고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차를 마셔 보십시오. 학교에서나 일터에서나 차를 마신다면 대화가 절로 이뤄질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물고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차가 주는 가장 큰 혜택입니다.”

이 밖에도 스님은 책에서 ‘우전’ ‘세작’ 등으로 구분할 때 찻잎의 크기로 분류하는 대신 ‘첫물차’ ‘두물차’ ‘여름차’ 등으로 나누자고 제언한다. 찻잎이 작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 찻잎을 따는 시기에 따라 맛과 향의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최근 많이 열리고 있는 차 품평회에 대해서도 우리 차 실정에 맞는 기준으로,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자신의 고정관념 속에 안주하는 대신 조금만 밖으로 눈을 돌리면 또 하나의 세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은 철저히 저의 개인적 체험기록이지만, 이를 통해 서로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6-03-28 오전 1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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