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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은 14대 중앙종회가 여법하게 구성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일할 수 있는 의원보다는 문중별 정치적 안배에 따른 의원이 선출되는 것은 아닌지, 종책 개발보다는 종단정치에 매진하는 의원이 뽑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종회의원들이 생각하는 종회’ 기획에 이어 조계종 중앙종회가 사부대중의 진정한 대의기구이자 종단 발전을 견인하는 기구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변하지 않는 종회
조계종 제170회 임시중앙종회가 열린 3월 2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 원로의원 추천의 건을 처리한 후 호법부장 임명동의안이 상정되자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지난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했던 한 스님이 자신의 신상과 관련한 발언을 하자, 종회의장 법등 스님이 발언을 제지했고, 곧이어 여기저기서 진행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종회의원 스님은 “개판이구만”이라는 탄식을 내뱉었다.
‘소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의사일정을 논의하던 중 ‘관음재일 문제’가 불거졌다. 종회를 일찍 마치고 3월 23일 관음재일에 참석해야 한다는 의견과 재일에 관계없이 의사일정이 계속돼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면서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졌다.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는 조계종 중앙종회 현장의 한 단면이다.
#중앙종회, 입법기구 맞나?
조계종 중앙종회는 입법기구이다. 종헌ㆍ종법을 제ㆍ개정하는 것은 물론 종단의 예결산을 감사한다. 또 원로의원을 비롯한 각급 기관의 인사에 대해 추천과 동의를 할 수 있으며, 총무원장과 교육원장, 포교원장을 불신임할 수도 있다. 종단 내에서는 어떤 기구보다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권한에도 불구하고 중앙종회는 제몫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활동결과를 봐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12대 중앙종회 20번의 회기 중 하루만 열린 종회가 8회에 달하고 147회 종회의 경우 2일간 열렸으나 총 회의시간이 1시간 35분에 불과했다. 의안 발의 또는 제출된 안건 331개 중에서 종회의원 개인이 발의한 것은 51건에 지나지 않았다. 13대 중앙종회 전반기도 마찬가지다. 156회와 159회는 정족수 미달로 유회됐으며, 13회의 회기 중 1일만 열린 종회가 5회나 된다.
종회가 ‘정치적 이유’로 소집되는 예가 많아지면서 쟁점 안건이 없을 경우 ‘알아서’ 해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자격과 능력 갖춘 종회의원 뽑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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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안팎의 전문가들은 능력과 자격을 갖춘 스님을 종회의원으로 선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비구니 스님을 포함해 모두 81명의 스님들이 종회의원이 되지만 사실상 각 교구와 문중의 정치적 결정에 따라 종회의원이 선출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회의원을 하던 스님이 교구본사 주지가 되면 임기가 끝난 본사 주지가 종회의원이 되는 경우나 중앙종무기관 집행부를 했던 스님이 직능 종회의원이 되는 예가 흔한 것은 이를 반증한다.
따라서 각 교구는 전문성을 갖춘 스님을 공정하게 종회의원으로 선출해야 하고, 직능의 경우 해당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스님이 후보에 등록할 수 있도록 자격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계종 중앙신도회 최연 사무총장은 “현법 스님의 경우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사회법과 종법 준수 여부도 철저하게 확인하고 검증해야 한다”며 “경미한 법위반에 대해 크게 문제 삼지 않는 종회의원들의 태도는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종회의원 원정 스님도 “승랍 10년 이상의 스님이 투표를 하고 20년 이상의 스님이 출마할 수 있도록 자격기준을 강화하는 것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종회법 제4조에는 승랍 15년 이상, 연령 35세 이상으로 종회의원 자격을 규정하고 있다.
#종회의원도 전문성 길러야!
자격과 능력을 갖춘 의원을 뽑는 것과 함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시급하다. 종회의 역할과 기능 같은 기본적인 교육에서부터 법률 입안과 예결산 심의, 행정 감사 등에 대한 교육이 체계적으로 진행돼야 하는 것이다. 1996년부터 중앙종회의원 연수를 진행하고 있지만, 2005년은 진행하지 못했고, 올해의 경우도 14대 종회 구성이후에나 가능한 상황이다.
전문위원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중앙종회법 제26조 1항에는 “위원회에 의원 아닌 전문지식을 가진 위원을 둔다”라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됐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전문위원 활용은 미미한 실정이다. 2005년 3월부터 입법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형남 변호사는 “각 분과별로 유능한 전문위원을 배치한다면 종회의 종책 생산능력이 훨씬 향상될 것”이라며 “지금부터 14대 종회에서 일할 수 있는 인재들을 섭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종회의원들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종회사무처의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종회사무처는 중앙종회법 제9조에 따라 종회의 사무보조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종회의원들의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종단 전체의 3%(2006년 5억 1600만원)에 불과한 예산을 늘리고 인력도 대폭 충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종회사무처장 법진 스님은 “사회적으로도 전문성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현재의 종회구조에서는 전문성을 살리기가 어렵다”며 “종회사무처의 기능이 확대된다면 종회의원 개인에 대한 객관적 평가까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과위 상설 운영으로 ‘종책 모임’ 폐해 극복
본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현재 존재하는 종책 모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종책 모임을 질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종책 모임의 정치권력 지향성에 있다. 종책 모임은 명실상부하게 종책 동반자들의 모임이어야 하지만, 현재 중앙종회내 종책 모임은 이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종회의원들은 무엇보다도 각 분과위 활동을 상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중앙종회에는 총무ㆍ 교육ㆍ포교ㆍ 사회ㆍ 재정ㆍ 호법ㆍ 법제 등 7개의 분과가 있다. 국회의 상임위원회에 해당하는 곳이다. 종책 모임이 활동의 우선순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소속된 분과에서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책 모임의 본연의 임무인 종책을 개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도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난 3월 10일 ‘미래지향적 종단을 설계한다’는 주제로 종책공청회를 개최했던 화엄회는 스님과 재가자 540여명을 상대로 실시한 종책 설문조사를 통해 조계종의 각종 현안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화엄회 회장 성직 스님은 “종도들은 더 이상 종책 모임들의 권력투쟁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지금부터라도 각종 현안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종단의 미래를 설계하는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감시와 견제 시스템 구축해야
중앙종회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절실하다.
현재 중앙종회의 비대해진 권한에 비해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은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다. 170회 중앙종회에서 참여불교재가연대 회원들이 모니터 활동을 펼치기도 했지만, 활동 자체가 구속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을 지적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가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 종회의원들의 대부분(80%)이 재가자의 종회 참여를 반대하고 있지만, 종단이 사부대중의 공동체인 만큼 재가자들의 목소리를 종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는 높아지고 있다.
종회의원 종훈 스님은 “종회에서 종회의원과 동일한 의결권을 주는 것이 어렵다면 발언권이라도 주는 조치는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재가자와 스님들이 구성하는 상ㆍ하원 형태의 종회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된 출재가자들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종회의원들의 일상적 활동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종무원법 제6조 1항에 규정된 교역직 종무원 임용규정을 종회의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중앙종회법 제18조 2항에 규정된 “중앙종회의원 징계는 중앙종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조항도 폐지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중앙종회의원의 특권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13대 종회는 총무원장 선거 2번 치른 것 밖에 없다”는 냉소적인 평가까지 받고 있는 조계종 중앙종회가 14대에서는 변화된 모습을 보일지 사부대중들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