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태경 스님은 최근 발간한 <조상경>(운주사 간)에서 1575년 추월산 용천사에서 간행된 <조상경>을 일반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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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경>은 불상을 조각하는 것은 물론 불복장(佛腹藏)과 점안의식(點眼儀式)까지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으며 불복장에 사용되는 복장물의 종류 및 의미 등 의궤에 초첨이 맞추어져 있는 경전이다.
이번에 발견된 용천사본 <조상경>은 일산 원각사 주지 정각 스님이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태경 스님이 1년여간의 자료 수집과 다른 판본과의 비교를 통해 최고 본임이 판명됐다.
그동안 국내에 발견된 <조상경>은 1677년 팔영산 능가사본, 1720년 화장사본, 1746년의 김룡사본, 1824년의 금강사 유점사본 등 4가지 본으로 이번에 발견된 용천사본은 능사가본보다 100여년 앞선 판본이다.
태경 스님은 또 용천사본 <조상경>을 연구해 본 결과 그동안 의궤를 다르고 있어 밀교경전으로 분류되어온 <조상경>이 화엄 사상을 드러낸 경전임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태경 스님은 “<화엄경>에서 도솔천에 있는 지당보살이나 수미산정에 있는 아수라 모두 달빛이 물에 비치듯이 초발심으로 보살행원의 공덕을 바다에 도장을 찍듯이 나타나는 것을 해인”이라며 “불복장에 오보병이 놓여지는 이유가 오보병에 가득 찬 청정한 물이 모든 중생의 본래 청정한 마음을 드러낸 것을 뜻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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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또 “오보병 이외에 돌, 보석, 부적 등 불복장에 봉안되는 복장물에 대해서도 그동안 밀교적으로 해석하려고 하다보니 왜 봉안했는지에 대한 의미를 알지 못했다”며 “성급한 결론인지는 모르나 화엄과 선, 밀고, 정토 등 모든 면에서 중심사상이 될 수 있는 성기사상(性起思想)인 보현행원과 해인삼매를 통해 복장물의 봉안 의미에 해설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태경 스님은 “<조상경>은 진실의 <대장일람집>, 자현의 <묘길상대교왕경>, 선무외의 <삼실지단석>, 시호의 <불모반야바라밀다대명관상의궤> 등 4경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가운데 <삼실지단석>은 9~10세기경 고려에 전래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불복장은 그 이전에 정형화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조상경>은 그동안 목판의 크기와 체제, 판각의 서체 등 판본을 비교 연구는 있었으나 사상적인 연구나 주장은 전무했다.
또한 불복장에 좁쌀, 천 등의 유물이 왜 봉안되는지, 방향을 나타내는 오방이 왜 서로 다른 방향을 가르키고 있는지 등 불복장 유물이 발견될 때마다 정확한 근거 자료가 없어 해석을 하는데 있어서 학계의 의견이 분분했었다.
<조상경>을 펴낸 운주사 김시열 사장은 “그동안 <조상경>에 대한 이해나 번역 자체가 아예 없었고 불복장 또한 구전이나 스님들이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유물을 봉안하던 것이 그동안의 관례였다”며 “<조상경> 연구를 통해 복장물을 여법하게 모실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었다는 측면에서 학문적으로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