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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기구 근본살려 종단발전 견인해야
[집중기획]①종회의원들이 생각하는 종회는?
3월 20일 열리는 조계종 제170차 임시중앙종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멸빈자 사면 문제와 동대 이사 문제 등 종회 내 계파와 문중의 이해가 맞물린 현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올해 11월에는 제14대 중앙종회의원 선거가 있어, 선거전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이 가시화될 시점이기도 하다.

1994년 개혁종단 이후 현재의 모습을 갖춘 중앙종회는 종단의 민주화를 이뤘다는 평가와 함께 문중과 계파의 이익을 대변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혹평도 듣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조계종 중앙종회는 종단의 발전 주체인가 아니면 개혁대상인가.

이에 본지는 중앙종회의 실태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점검하는 두 차례의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그 첫 번째로 중앙종회의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용을 분석 보도한다.


●스스로 내리는 ''혹평''

“동네 계모임만도 못하다”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다” “완전히 ×판이다” “초등학생 국회의원 놀이하는 것과 같다” “권모술수가 판친다” “오직 종권만 있을 뿐이다” “이권 싸움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자기 사람 심기에 바쁘다” “양심과 의리조차 없다” “힘의 논리만이 존재할 뿐이다”….

불자들이나 일반인들의 생각이 아니다. 중앙종회의원들이 중앙종회를 두고 한 말들이다. 종회의원들의 종회에 대한 평가는 예상 외로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종회의원 상당수가 종회를 ‘이전투구의 장’으로 인식하고 있을 정도로 현재의 중앙종회는 상당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같은 인식은 설문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중앙종회의 역할과 기능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36.4%였고, ‘그저 그렇다’ 역시 36.4%였다. 하지만 ‘그저 그렇다’도 답한 종회의원들 상당수가 “잘한다고는 못하겠고, 그렇다고 못한다고 하자니 그렇고…, 그저 그렇다고 합시다”라는 반응을 보인 점을 감안할 때 부정적 평가는 나타난 수치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권한 잘못 쓰고 견제장치도 없어

종회의 권한과 관련해서는 ‘매우 크다’는 응답이 36.4%로 가장 높았고, ‘약간 큰 편’이라는 응답이 14.5%였다. 절반 이상의 종회의원이 중앙종회 권한이 크다고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한 종회의원은 “종회의원 면책특권이나 원로의원 추천권, 각급 위원 선출권 등 종회가 갖고 있는 권한은 무소불위다. 그런데 이를 견제할 장치가 없다. 한마디로 군림하고 있는 형국이다”고 비판했다.

권한이 적당하다는 응답을 한 스님들 가운데에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 경우가 상당수 있었다. 한 중진의원 스님은 “권한의 크고 작고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가 더 문제인데, 잘 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한 초선의원 스님은 “권한을 나쁘게 쓰는 것이 더 큰 문제 아니냐고”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격기준부터 높여라

중앙종회 구성원들 스스로가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 요인은 역시 ‘문중과 계파간의 이해관계와 갈등’이었다. 원활한 중앙종회활동을 막는 주된 요인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5.5%가 이렇게 답했다. 전반적으로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평가가 주류였다.

‘종회의원들의 업무수행능력과 자질부족’(16.4%) ‘종단 내에 얽혀있는 구조적 모순과 갈등 구조’(12.7%) ‘개인적인 이해관계’(3.6%) 때문이라는 응답은 낮게 나타났다.

이는 중앙승가대 김응철 교수가 2003년 실시한 설문(출ㆍ재가 400명 응답) 결과와 비교할 때 상당한 차이가 있다. 본지는 김 교수의 당시 설문 내용과 종회의원들 간의 인식차를 비교하기 위해 김 교수의 설문 항목과 똑같은 형태의 질문을 종회의원들에게 했다.

두 항목 비교 결과 김 교수 설문에서는 문중의 이해관계와 갈등을 지적한 응답자가 29%였던 반면, 종회의원들은 65.5%였다.
두 결과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종회의원들이 종회 밖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문중과 계파간의 이해관계와 갈등을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거나, 2003년 이후 이 같은 양상이 심화되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문중과 계파간의 문제는 최근 수 년 동안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라는 점에서 전자가 설득력을 갖는다.

이런 종회 분위기는 결국 종회의원들의 소신 활동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자신의 종회활동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43.7%가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응답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는데, 이같이 응답한 종회의원 대부분이 “문중과 계파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종회활동 강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로는 ‘종회의원 자격기준(수행력 및 자질) 강화’가 69.1%로 압도적이었다. 종회의원들 스스로가 자질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세속화된 가치관을 갖고 있는 스님들이 많다” “전문성이 전혀 없다” “종회의원으로서의 품위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말로 좋은 스님들은 종회에 안 온다” 등 그 반응도 다양했다.


●종책모임, 집단 이기주의 도구로 전락

이번 설문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드러난 것은 바로 ‘종책모임’이다. 생산적인 종회활동을 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 ‘문중과 계파의 이해관계와 갈등’이 지적된 것도 바로 ‘종책모임’ 때문이다. 과거 4~5개였던 종책모임은 올해들어 일승회, 화엄회, 미래승가회 세 개로 구도가 재편됐다.

종책모임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계파’로 불리며, 종권을 중심으로 소위 ‘여야 관계’를 형성해왔다. 국회의 정당 격인 셈이다. 하지만 이해관계에 집착한다는 종도들의 따가운 비판을 의식, 종책을 논의하는 모임으로 봐달라는 계파의 요구에 따라 불교계 언론에서도 종책모임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종책모임은 무늬만 그렇지 사실상 ‘계파 이익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이번 설문결과 나타났다. 종책모임이 ‘필요하다’(52.7%)는 견해가 ‘없어져야 한다’(47.3%)는 견해보다 다소 우세했지만, 문제는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힌 종회의원 거의 대부분이 “지금과 같은 형태라면 없는 것이 낫다”는 견해를 보였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종책을 연구하고 발전지향적인 형태의 모임은 필요하지만 지금처럼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형태라면 없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한 중진 스님은 “종책모임이라는 말이 부끄럽다”고 했고, 또 다른 스님은“종회의 모든 불화원인이 종책모임에서 비롯된다”고 비판했다. “패거리와 다름없다”는 비아냥도 있었고, “소신을 억누르는 비생산적 모임”이라는 견해도 있었다.

심지어 어떤 스님은 “계파모임은 가치관이나 문중 인연으로 좌우되는 것도 아니다. 오직 이권만이 존재하고 돈으로 움직일 뿐이다”라며 종책모임이 이제는 문중과 계파의 범주를 벗어나 금권에 의해 좌우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물론 극소수이기는 했지만 다소 다른 시각도 있었다. 한 스님은 “이해가 엇갈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거기서 걸러지고 타협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또 한 스님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의견수렴 창구로서의 역할은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가자 종회참여는 ‘부정적’

종회의원 10명 중 8명이 재가자의 중앙종회 참여에 반대하고 있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가장 핵심적인 반대 이유는 출가와 재가의 역할이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상당수 스님들은 “승단이 사부대중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지만 출가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재가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혼란이 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현재와 같은 종회 풍토에서 재가자가 중앙종회에 참여할 경우 자칫 출가와 재가의 싸움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고, 재가자의 자질문제도 거론됐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재가자 참여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었다. 한 스님은 “다수가 논의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특히 재가자의 역할이 특정 부분에서 많은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기할만한 것은 재가자 참여를 반대하면서도 ‘재가자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스님들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종회 참여보다는 다른 형태로 재가자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종회의원 선거 ‘부패하다’

응답자의 절반인 49.1%가 종회의원 선거가 부패하다고 지적한 것은 여러 모로 되짚어 봐야 할 문제다. 특히 일부 종회의원들은 ‘돈’이 오가는 선거 풍토가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대안 부재론’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폭넓게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이번 설문결과 나타난 셈이다. 하지만 응답자 대부분이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문제점 개선의지 약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종회를 왜 바꾸지 못하는 것일까. 설문문항에는 없지만 이에 대해 일부 종회의원들의 견해를 설문과정에서 청취했다. 대부분 같은 의견을 보였는데, 요지는 ‘의지도 없고,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여러 가지 얽혀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특권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 그것을 버리려 하지도 않거니와, 설혹 그럴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문중이나 계파 등 여러 가지로 얽혀있는 상황에서 누가 ‘왕따’당할 짓을 하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다수 종회의원들은 앞으로 종회가 개선될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구동성으로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설문결과만 놓고 보면 이권만 좇는 종책모임이나 부패한 선거 등 상당한 문제가 드러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큰 문제는 바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치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기획취재팀=한명우ㆍ노병철ㆍ유철주 기자



한명우ㆍ노병철ㆍ유철주 기자 |
2006-03-17 오전 11:18:00
 
한마디
알면서 고치지 않는 허물은 더 큰 것입니다. 종회의원들이 종회의 병폐를 알고 있고, 그것이 종단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알고 있으면서도 바꿀 의지가 없다는 것은 엄연히 계율을 어기는 일입니다. 그리고 종도로서 의무를 저버리고 자신의 이권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니 정말 문제이지요. 진정 출가자라면 분연히 일어나 종회가 교단의 기구로서 부끄럽지 않은 곳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2006-03-20 오전 3:2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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