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헌종법개정특별위원회(위원장 중원)는 3월 15일 제11차 회의를 열고 중앙종회 본회의에서 다뤄질 안건들에 대한 최종 검토를 마쳤다. 5차에 걸친 실무회의를 통해 이날 전체회의에서 다루기로 한 법안은 총무원장 선거관련개정안 등 모두 4개 법안. 사실상 13대 종회의 마지막 회기가 될 수도 있는 이번 종회기간 동안 다뤄질 주요 사안을 미리 알아본다.
| ||||
사안 1. 총무원장 선출방식 변경
총무원장 선거관련 개정안은 1안)현재 321명 기준으로 추대하는 안, 2안)교구선거인단을 30인으로 확대하여 선출하는 안, 3안)종정의 최종선택 안 등 3가지였다. 그러나 실무회의에서 2안이 보류되면서 본회의에는 1, 3안이 논의된다. 1안은 일종의 천주교의 교황선출방식을 차용한 것으로 추천인단(본사주지 5명, 종회의원 20명 교구추대위원 30명)이 추대할 자를 추천하면 추대위원단(종회의원 81명, 교구본사주지 24명, 교구선출인 216명)이 특정장소에 모여 최종 1인의 후보가 남을 때까지 추대를 계속하는 방식. 그러나 이 방식은 추대라는 표현만 썼을 뿐 기존의 선거와 별다른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종회의장 법등 스님이 제출한 3안은 대체입법으로 1안과 같은 인원으로 추대위원단을 구성하고 다수특표자 3명을 추린다. 이들 3명이 지명한 조정위원회(각 3명씩 지명, 9인위원회)가 만장일치로 1명을 추대한다는 것. 여기서 조정이 되지 않으면 종정이 밀봉된 종이를 추첨해 최종 1명을 선택한다. 그러나 이 안에 대해서는 종단을 대표하는 총무원장을 운에 의존하는 제비뽑기로 결정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총무원장중심제인 종단의 권력구조가 종정중심제로 회귀시킬 수 있어 혼란을 가중할 우려가 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도공, 이하 선관위)도 그동안의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후보자 자격심사 입법미비 사항을 해소를 위해 총무원장선거법 및 종무원법 개정안을 이번 종회에서 제안하기로 했다. 선관위의 제안은 총무원장선거법 제14조(후보자 등록) 강화를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당선가능성이 전혀 없으면서도 개인적 홍보를 위해 마구잡이로 입후보하는 행태를 막기 위해 본사주지 5인 이상 및 중앙종회의원 10인 이상이 자필 서명한 추천을 받아야하며, 추천인들은 후보자를 복수로 추천할 수 없도록 명기했다. 또 종무원법상 중앙종회의원이 교역직 종무원인지 해당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선관위의 피선거자격심사에서 혼란 초래됐다는 지적에 따라 중앙종회의원도 교역직 종무원임을 명시하기로 했다. 특히 종무원법상의 결격사유 규정이 사회의 공무원법보다도 과도하거나 규정이 불명확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요구를 반영했다. 또 불사 등 종무행정상의 사유로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는 결격사유에서 예외로 하고, 형사처벌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종무원으로 임용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 했다.
사안 2. 총림주지 후보추천에 대한 총림방장 권한 제한
교구본사 후보자 추천과 관련해 종헌종법특위는 현행 종헌 제106조 1항을 삭제하고 2항 ‘총림의 직제, 운영 기타 필요한 사항은 종법으로 정한다’만을 남기기로 했다. 제106조 1항은 총림의 주지를 방장이 추천하면 총무원장이 즉시 임명해야 한다는 내용. 이는 총림방장이 갖는 권한 탓에 일부총림이 방장선출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이에 대한 부작용을 없애야 한다는 취지로 제기됐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총림의 특수성과 위상이 훼손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어 상당한 격론이 벌어질 전망이다.
본사주지후보를 추천하는 산중총회법과 관련해 15일 특위에서 종회의원 본각 스님은 '제4조(구성원)'에 ‘재적 비구’를 ‘재적 비구ㆍ비구니’로 수정해달라고 끈질기게 요구했으나 위원장 중원 스님을 비롯한 일부 비구스님들의 반대로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제7조(본사주지 선출 절차)'와 관련해서는 ‘산중고유 방식’에 따라 총의를 모아 합의 추천을 우선으로 한다는 문구를 삽입, 과열 선거를 지양하도록 했다.
사안3. 교구본사 협의회 설치 및 타교구 승려ㆍ사찰 감독권
지방종무기관의 효율적 업무집행을 위해 제정된 지방종정법도 정비된다. 현행규정에 없는 제6조에는 광역시나 도 단위에 수개의 교구본사가 있을 경우 ‘교구본사협의회’를 두어 포교 대사회, 봉충행사 등 공동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또 제11조에는 ‘타교구소속 승려 및 사찰 감독권’을 부여 한다는 조항이 만들어진다. 이는 본사주지가 타종교단체나 종단과의 관계, 봉축행사 등 대 사회적 업무가 발생했을 때, 지역 내 거주하는 타 교구 승려나 사찰을 제재할 수 있는 지휘감독권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이 개정되면 해당 소속 교구간의 갈등이 조장될 수 있어 실제 본회의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안4. 사설사암과 법인 종단등록 조항 정비
제32대 총무원장선거에서는 사설사암과 법인의 종단등록(관장)을 명기하게 되어 있는 종헌 제9조 3항과 관련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3항은 ‘본종 승려가 사설사암을 창건하였을 때는 반드시 종단에 그 사암(재산)을 등록해야 한다’고 못 박고, 법인 설립의 경우에도 당해법인이 종단의 관장하임을 명기(학교ㆍ복지ㆍ사단법인, 재단법인 불교방송은 제외)하고, 산하에 사찰을 등록받거나 사찰재산을 출연받지 못하도록 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제한하기로 했다.
사안5. 사설사암 법령 규제 위주 탈피
조계종 등록사찰의 70%에 육박하는 사설사암에 대한 법령이 전면적으로 정비된다. 이전 ‘사설사암등록 및 관리법’이 규제위주의 법률이라는 지적에 따라 창건주 권리, 포상 및 징계에 대한 세부사항을 재정해 사설사암을 활성화하는데 역점을 뒀다.
사안6. 선관위원 겸직 금지조항 강화
역시 제32대 총무원장 선거과정에서 도마 위에 올랐던 선관위원의 겸직 논란도 다뤄진다. 선거관리위원회법 제8조의 겸직금지조항을 강화해 기존 원로회의의원, 중앙종회의원 총무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은 물론, 중앙종무기관 부ㆍ실ㆍ국장, 교구본사주지는 각급 선거관리위원장이 될 수 없도록 한다. 물론, 중앙선관위원과 교구선관위원도 겸직이 안 된다.
사안7. 산중총회에 총림주지 임명권한 부여
종헌 제106조 1항이 반영된 총림주지 임명권한을 방장에서 산중총회로 변경을 추진한다. 법 개정을 추진하는 스님들은 주지 임명권 때문에 일부 힘 있는 문중이 방장 추대를 정략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총림의 정신과 위상을 훼손한다는 반대 측 주장도 만만치 않다. 총림법은 1967년 청담 스님이 종단의 수행풍토를 진작시키기 위해 해인사에 총림을 설치하고 첫 방장에 성철 스님을 임명하면서 시작됐다. 총무원의 간섭을 최소화 하고 방장이 도사(주지)를 겸직하면서 자율적으로 선종의 법통을 수호하는 수행도량을 건설하라는 것이 입법의 취지였다. 따라서 5대 총림 출신 종회의원들의 입장에 따라 총림법 개정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사안8. 종무원 규정 명확히
역시 제32대 총무원장 선거과정에서 후보 1번이었던 스님과 관련해 논란이 됐던 종무원법도 보다 명확해진다. 종무원법 제6조 결격사유 가운데 7항은 ‘국법에 의해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면서 ‘형이 실효된 지 10년이 경과되지 않은 자’로 분명히 했다. 8항은 국법에 의해 공민성이 정지, 박탈 또는 일부제한 된 경우도 사면복권이 되면 종무원이 될 수 있도록 했다. 9항은 파렴치범의 범위를 살인 강조 강간 성추행 등으로 한정하고 전과사실이 있더라도 사면복권이 되면 이들도 종무원이 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사면복권만 되면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종무원이 되는데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 가능해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예상된다.
한편, 이번 종회에서는 기타안건으로 △원로의원 추천의 건 △영축총림 방장 추대의 건 △호법부장 임명 동의의 건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 추천의 건 △불기 2549년도 중앙종무기관 및 직영특별분담금사찰 결산심사의 건 등도 다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