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관 스님은 '나를 버리고 상생의 지혜를 찾아야…'라는 제목의 발표문을 통해 "새만금 간척사업을 둘러싸고 많은 사람들이 갈등하면서 힘들고 고통스러워 한다"며 "그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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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관 스님은 "지금 지역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분들은 자연생태계가 왜 보존되어야 하는지 지금보다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와서 살펴보아 자신을 에워싸고 있는 울타리를 걷어버려야 한다"고 말하고 "괴로움을 보듬고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며 상생의 모습을 강조했다.
다음은 지관 스님의 입장발표문 전문,
나를 버리고 상생의 지혜를 찾아야…
- 대법원 새만금 판결에 즈음하여
국민 여러분! 2천만 불자 여러분!
우리 한국사회는 지난 70-80년대의 고도의 경제성장기를 지나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해왔습니다. 이 경제성장의 성과로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찾아왔던 보리고개라는 말이 이제는 낯선 낱말이 되었으며, 평균적으로 국민의 삶이 양적, 질적으로 높아져온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발전의 성과가 골고루 나눠지지 못하고 부가 어느 일방으로 편중되는 양극화의 길로 치닫는 일이나, 성장일변도의 정책으로 인하여 우리 주변의 환경은 오염되고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개발과 보존, 성장과 분배 등으로 상징되는 이러한 문제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갈등의 뿌리로 현존해 있는 것이 사실이요, 우리 모두를 힘들고 고통스런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갈등의 근원이 나를 고집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지혜로운 이는 나를 버림으로써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으로 나가갑니다. 때문에 갈등을 풀어가는 근원적 방법도 바로 여기에서 찾습니다.
지금 새만금 간척사업을 둘러싸고 많은 사람들이 갈등하면서 힘들고 고통스러워 합니다. 이 간척사업을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사람들도 그러하고, 자연생태계의 파괴를 이유로 새만금을 보존하려는 사람들도 그러합니다. 마치 두 사람이 서로의 틈을 보일까봐 자신만의 울타리를 에워싸는데 온 힘을 쏟는 것 같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집착이란 것은 참으로 무서운 것입니다. 내 편, 우리 편이라는 생각이 깊어지면 그만큼 상대를 알고자 하는 마음은 점점 좁아지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갈등을 더욱 확산시킬 뿐입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는 어떤 결론이 나와도 결코 그 누구도 승리자가 아닙니다. 그저 일시적으로 갈등이 숨겨졌을 뿐입니다.
갈등을 풀려면 나를 버려야 합니다. 내가 먼저 나를 고집하지 않으면 다른 세계가 보입니다. 그 세계에서는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밝은 지혜가 나오게 됩니다. 지금 지역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분들은 자연생태계가 왜 보존되어야 하는지 지금보다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와서 살펴보아야 합니다. 자신을 에워싸고 있는 울타리를 걷어버려야 합니다. 진정으로 지역경제만 회복되면 모든 지역민들이 기쁘고 행복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또, 자연생태계를 보존하려는 분들은 새만금 지역주민들이 수십 년간 겪어오고 있는 경제적 생활의 어려움과 괴로움을 보듬고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새만금은 모든 지역민들의 행복한 삶과 필연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2천만 불자 여러분!
이제 정부와 대법원은 자연환경의 개발과 보존이라는 두 개의 가치가 서로 갈등으로 치닫게 놔두어서는 안 됩니다. 환경정책을 수립할 때 개발과 보존이라는 양변을 여의고 양측 모두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서는 정책이 무엇인지 더욱 더 깊이 성찰하고 궁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정책이 모든 국민들에게 전달될 때 우리 사회는 난마처럼 얽혀있는 마음이 어떻게 풀려 가는지 전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마음은 어디에 두어야 하겠습니까. 나와 네가 나누어지는 순간, 우리들의 삶은 소외가 생기고 고통이 따르게 됩니다. 이를 깊이 알아 상생의 지혜를 모아낼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그 동안 우리는 너무도 길고 지리하게 갈등하고 고통스러워 했습니다. 너무도 길게 진행된 수많은 의혹과 감정에 북받쳐 쏟아낸 말들에 대한 대법원의 결론이 오는 3월 16일에 내려지게 됩니다.
그 순간 우리는 서로에 대해 닫아걸었던 마음의 빗장을 풀고 중생세간 모든 생명의 인연들이 행복하고 평온하길 기도합시다.
불기 2550(2006)년 3월 13일
한국불교종단협의회장 지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