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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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다싶으면 실천해요"
[도반의 향기]청주불교신행회 김상문 회장
사람들은 견디기 힘든 시련에 부딪치면 기도를 한다. 가족의 병만 낫게 해주면, 실패한 사업이 재기하게만 해 주면, 내 아들이 대학에 붙게만 해주면 더 부지런히 기도하고 남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겠노라고.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건 기도라기보다 일종의 ‘거래’에 가깝다.

청주불교신행회 김상문(54) 회장은 인생의 가장 힘든 고비에 이웃의 아픔과 어려움을 보살피며 봉사의 길을 걷게 됐다. 사진=박재완 기자


청주불교신행회 김상문(54) 회장은 인생의 가장 힘든 고비에 봉사라는 문을 두드렸다. 교직에 있던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서울대병원에 입원했을 때, 그 역시 매일 법당에서 기도를 했다. 일심(一心)으로 기도를 하며 남편의 병이 낫기를 바랐다.

하지만 문득 자기보다 더 힘든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몸이 아파도 병원에 못가고 방에 혼자 누워있을 김 할머니, 합의금이 없어 멸다섯의 나이에 소년원에 가게 된 민재(가명),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버림받고 보육원에 맡겨진 한 살배기 수정이(가명). 자신이 어려울 때 다정하게 건네는 말 한마디와 따뜻하게 잡아주는 손길이 너무나 그리웠던 것처럼, 그들이 애타게 자신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어려운 사정은 당해 본 사람이 제일 잘 알잖아요. 제가 병석에 있는 남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진실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돌봐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김상문 회장과 청주불교신행회 회원들은 매주 토요일 소년원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맛있는 간식과 엄마의 정을 듬뿍 나눠주고 온다. 사진=박재완 기자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난지 한 달 만에 남편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건강한 몸으로 교단으로 돌아갔다. 10여 년 전부터 청주불교신행회의 운전봉사를 해 오던 그에게는 신행회 일을 도맡아 하게 될 일이 생겼다. 청주불교신행회를 창립한 신호식 거사가 2003년 급작스럽게 타계한 것이다.

“신 회장님이 늘 힘들고 어렵게 단체를 이끌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막상 운영을 맡게 돼 통장정리를 해 보니 잔고가 1만600원에 불과하더군요. 300~400여 명에 이르던 회원도 반으로 줄고…. 하지만 신 회장님과 재가불자들의 뜻을 모아 설립된 신행회의 문을 닫을 순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일으켜 세워야 했지요.”

그때부터 김 회장은 회원들과 함께 달걀을 떼다 팔기도 하고 헌옷을 기증받아 판매하기도 하면서 기금을 모았다. 그 돈으로 독거노인들에게 반찬을 해다 드리고 아플 때면 차로 병원에도 모시고 갔다.

신행회 회원들이 아이들에게 나눠줄 간식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사진=박재완 기자


10여 년 째 이어오고 있는 소년원 방문도 빼놓을 수 없었다. 매주 소년원을 찾아 아이들에게 정성이 듬뿍 담긴 간식을 마련해주는 일이다. 백 마디 말보다 따뜻한 음식 한 그릇과 등을 두드려주는 엄마의 손길이 아이들에겐 더 필요하다는 걸 그는 안다. 종교를 강요하지도, 지나친 간섭도 하지 않는다. 그저 매주 법당에 나와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부처님 제자가 될 싹을 키워가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불교반 아이들 중 3명이 대학에 진학해 장학금 100만원을 어렵게 마련해 건넸다. 그 아이들이 대학에서 불교학생회 활동을 한다며 전화를 한 날, 김 회장은 법당에 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얼마 전에는 신행회 사무실과 법당도 현재 위치한 상당구 북문로로 옮겨왔다. 버려진 소파나 식탁, 책꽂이 등을 주워와 사무실을 꾸몄고, 법당에는 회원들의 십시일반으로 여법하게 부처님도 모셨다. 이렇듯 새벽같이 신행회 사무실에 나와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는 김 회장을 바라보는 회원들의 마음도 안타깝다. 신만덕장(72) 보살은 “우리 회장님은 밥 굶는 걸 일삼아 하는 분”이라고 말한다.

“혼자 저렇게 동분서주 하는 것 보면 너무 기특하지. 근데 내 며느리나 딸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안타까워. 내 며느리였으면 머리라도 한 대 쥐어박았을 거야. 그렇게 힘든 일은 왜 하느냐고. 앞으로 우리 회장님 도와서 이 일 이어나갈 사람이 빨리 나타나야 할 텐데 말이야.”

<부처님 일을 하려고 하면 다 된다>는 김 회장의 미소는 부처님의 그것과 닮아 있다. 사진=박재완 기자


이제 조금씩 신행회 활동이 자리를 잡아가나 했는데, 지난해 김 회장은 또 다른 일을 벌였다. 불자들 신행활동의 등불이 될 불교대학을 개원하기로 한 것이다. ‘옳다 싶으면 일단 저지르고 보는 스타일’이라는 김 회장은 “부처님 법을 바로 알아야 바로 믿을 수 있고, 바로 믿을 수 있어야 바르게 실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오랜 준비 끝에 지난 3월 7일 문을 연 청주불교신행회 부설 동산불교대학 청주지회에는 50여 명의 불자들이 입학해 배움의 길을 걷고 있다.

“부처님 일은 하려고 하면 다 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제 몸이 아직 성하니, 뭐라도 더 할 일이 있겠지요.”

마음먹은 일은 당장 해내고야 마는 김 회장이지만, 그에게도 아직 진행형인 계획이 하나 있다. 바로 출ㆍ재가가 함께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수행공동체’를 일구는 일이다.

“남녀노소, 출ㆍ재가를 불문하고 서로의 자식과 부모가 되어주고 눈과 다리가 되어주는 그런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요. 함께 공부하고 수행하고 그 인연을 세상에 회향할 수 있는 그런 공동체 말이죠. 이렇게 원을 세웠으니 언젠간 이루어지지 않겠어요?”
부처님 인연으로 사람을 만나 인연을 맺는 일이 너무나 즐겁다는 김 회장.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힘들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일 못하죠. 신행회 활동하면서 힘들었던 건 집 현관문 들어서는 순간 잊어버리고, 집에서 힘들었던 일은 법당에서 부처님께 삼배하면 싹 없어집니다. ‘힘들다’는 마음의 싹이 자라지 않게 수시로 마음을 쓸어내면 늘 새로운 마음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거든요. 더 많이 버려야 살게 되는 진리를 이제야 조금씩 알아갑니다.” (043)252-0305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6-03-21 오전 11: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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