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안전사고와 가혹행위 등으로 군(軍)이 시끄럽다. 지난해 6월 발생한 육군 전방부대 총기난사 사건 이후 수많은 ‘안전대책’이 쏟아졌지만, 총기분실과 가혹행위 등 군대 내 사건ㆍ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다.
닫힌 군대 문화를 유연화하고, 군 장병들의 정서를 순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최근 경기문화재단은 군대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각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신세대 장병들에게 문화예술교육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문화예술교육이란 개인의 인성함양과 부대생활 적응력 높이기, 창의력 고양, 부적응 장병 우울증 및 심리적 장애치료 등을 실시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렇다면 군인들의 적응력을 높이고 정신수양을 위해 다도교육을 접목해 보는 건 어떨까? 군대 내 차생활의 필요성을 역설한 전종수 소령(이라크 자이툰부대 특전교육단, 성신여대 문화산업대학원 예절다도학)의 <차생활이 군 장병들의 정신전력에 미치는 효과연구>란 논문을 통해 차생활과 군 장병들의 정신건강 사이의 관계를 살펴본다.
“군복무 부적응은 불평불만, 불안, 공포, 무력감 등의 정서적 반응으로 나타나 결국 폭행이나 자해, 탈영, 자살 등의 크고 작은 군사고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군대내 사고는 군부대의 규율을 손상시키는 것은 물론 군의 정신전력마저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전 소령 군사력을 구성하는 유명ㆍ무형의 전력 중 무형전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정신전력을 향상시키는 방안 중 하나로 다도교육을 꼽았다. 이러한 가설을 기반으로 다도교육을 통한 차 생활이 장병들의 정신전력 강화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하고자 한 것이다.
실험은 연구병사 60명을 선발한 후 30명을 실험집단으로, 30명을 통제집단으로 나누었다. 연구 대상자는 23세 이상이 전체의 85%를 차지했고, 학력은 대학 재학 이상이 83%, 고졸이 16.7%였다. 종교는 기독교(36%)-불교(28%)-천주교(13%) 순이었다.
실험집단을 대상으로는 1회 1시간씩 8회에 걸쳐 다도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다도교육은 차의 정의와 특성, 효능, 역사 등에 대한 강의와 관련 영상자료 시청, 개인별 행다실습, 차와 명상 등으로 이뤄졌다.
이러한 다도교육 후 실시한 검사결과, 교육을 받기 전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3.9759)에 비해 군인정신과 군기ㆍ사기ㆍ단결 등에 대한 신뢰도 평균(Mean)이 높아졌음(4.1254)을 알 수 있다. 통제집단의 신뢰도 평균은 사후검사 결과가 사전검사 수치보다 약간 낮아진 것(3.9643→4.9596)과 대조적이다. 특히 이러한 결과는 전투임무를 수행하는 전투병의 경우가 일반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행정병 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
전 소령은 “검사결과를 일반화 하는 데에는 다소 무리가 있고, 사전검사가 사후검사에 미치는 영향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 한계는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다도교육을 받은 장병집단이 받지 않은 집단보다 정신전력 강화에 더 효과적이며, 교육을 받은 집단 중에서는 전투병 집단이 비전투병인 행정병 집단보다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이는 정신을 맑게 하고 기억력ㆍ판단력ㆍ사고력을 증진시키는 차의 약리적 효능과, 다도교육을 통한 예절습득 효과 등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전 소령은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화랑을 비롯해 사명대사나 이순신 장군 등의 무인(武人)들이 차를 마시며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길렀다는 기록을 볼 수 있다”며 “다도교육을 통한 차 생활이 정서적 안정을 주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를 갖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더불어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군 장병을 대상으로 한 주기적인 다도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실시가 필요하며, 군 장병들이 차를 애용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차 관련 단체와 차인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