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 월정사(주지 정념)는 3월 6일 문화재청(청장 유홍준)에 공문을 보내 2002년 5월부터 7월까지 진행된 월정사 석조보살좌상 주변지역 1차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13건의 성보문화재에 대해 “소유자를 판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유자를 판명할 수 없는 경우를 적용한 잘못된 행정절차를 취했다”며 소유권 반환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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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발굴조사가 월정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진행됐고 월정(月精)명 암막새 등 월정사 소유임을 증명하는 문화재가 출토되었지만 30일간의 공시기간 동안 월정사가 소유권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3점의 성보문화재가 국가에 귀속된 상태다.
문화재보호법과 유실물법에 의하면 소유자가 불분명하여 판명되지 않은 문화재의 경우 문화재청의 관할 경찰서장의 통지, 경찰서장의 14일간의 공고, 공고 이후 30일 이내에 국가에로의 귀속 및 발견자와 포장물의 소유자에 대한 가액보상의 절차나 소유권 확인 절차를 거치게 되어있다.
월정사는 또 2003년 8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 2차 발굴조사에서 발견된 43점의 성보문화재에 대해서도 “공시기간동안 소유권 신청서를 관할 경찰서에 제출했으나 아직까지 소유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소유권을 인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월정사 발굴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문화재청 이상준 연구관은 “1차 발굴조사 당시 출토된 문화재는 적법한 절차에 의해 소유권이 이미 국가에 귀속되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2차 발굴조사 시에 발견된 문화재에 대해서 이 연구관은 “2004년 5월 유물 소유자 확인 신고를 받고 그해 7월 월정사에 공문을 보내 출토 유물과 사찰과의 관계를 밝힐 수 있는 자료를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인 회신을 받지 못해 소유권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회암사지 관련 소송이 계류되어 있어 그 결과에 따라 월정사 출토 유물에 대한 소유권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월정사측에 소송을 지켜보며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월정사는 2차 발굴 유물에 대해서 적법한 절차에 소유권 신고를 했고 문화재청의 요구에 따라 출토 유물과 사찰과의 관계를 증명할 자료를 이미 재출한 상태이기에 이번 공문에 대한 답변이 없을 경우 다음주 문화재청을 항의 방문하고 조속한 시일내에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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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토 문화재의 경우 현행 문화재 보호법에 의거 사찰 경내지에서 출토되었다고 해도 사찰과의 관계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소유권이 국가에 귀속된다. 문제는 소유권을 확인하는 절차가 행정 편의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발굴조사가 끝이나면 문화재청은 소유권 확인을 위해 해당 지역 관할 경찰서장 명의로 30일간의 공람기간을 갖는다. 그러나 공람 공고를 해당 사찰에 통보하지 않고 있어 사찰에서 이 기간동안 소유권 신청을 못한 경우가 많다. 더불어 30일 안에 사찰과 출토문화재의 관계성을 밝히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현존 사찰의 사찰 명(名)이 기록된 유물까지도 국가에 귀속된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비록 사찰 대웅전 앞마당에서 출토된 문화재라 할지라도 사찰과 유물간의 관계를 문화재청이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월정사의 경우도 대웅전 앞마당에서 발굴조사가 진행됐고 출토 문화재가 나왔지만 과거의 월정사와 지금의 월정사의 연속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문화재청의 입장이다.
그러나 월정사측에서는 수천년동안 월정사가 한 자리 있었고 스님들이 법맥을 이어오며 살아왔기에 출토 문화재가 제작되었을 당시의 월정사와 지금의 월정사는 동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중 소유의 묘에서 출토된 문화재의 경우 혈맥을 인정해 문중에 소유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에 비해 사찰의 경우 법맥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정체성과 전통을 찾으려는 사찰 측과 문화재 보호법을 준수하려는 문화재청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월정사 이외에도 공시기간 동안 적법한 절차에 의해 소유권 신고를 마친 영동 영국사, 남원 실상사, 울산 동축사 등도 조만간 소송을 준비할 계획이어서 향후 사찰과 문화재청간의 이같은 분쟁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화재청은 2월 1일 의정부 지법 민사합의 12부(부장판사 김성곤)가 양주 회암사가 사적 제128호 회암사지에 있는 출토 문화재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지난 2월 28일 대법원에 항소를 제기했다. 문화재청은 회암사지가 현재의 회암사와 연속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