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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군법당에서 장병들과 보내요 : )
[시방세계]군포교에 앞장서는 이기성 법사 가족
“장병들이 활짝 웃으며 인사를 할 때 저도 모르게 힘이 납니다. 비록 경제적으로는 힘에 부치지만 장병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특히 가족들과 함께 하는 일이라 더욱 신이 납니다”

2월 26일 경기도 문산 전진부대 돌격대대 위병소. 봉고를 타고 온 이기성(45) 법사의 가족들은 경계 근무를 서는 장병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다.

“한주동안 잘 지냈니? 오늘은 얼굴이 좋아보인다”
“법사님 오셨습니까?”

민간인들이 군 주둔지 내에 들어갈 때 까다로운 신분 검사를 하는 것과 사뭇 다른 풍경이다. 이기성 법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전진부대 돌격대대 호국 충절사에서 법회를 주관하는 재가 포교사다. 지난 2월 15일에는 전진부대장으로부터 민간 성직자로 임명받았다.

이기성 법사 가족이 호국 충절사 장병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법당 앞에 주차하자마자 아들 이병철(17)군과 딸 이주영(22)양이 위문품 박스를 법당으로 옮긴다. 아버지 이두호(77), 어머니(69)는 노구를 이끌고 법당으로 향한다.

이날 장병들을 위해 준비한 위문품은 김밥과 오뎅국, 귤. 이기성 법사는 새벽 3시부터 아내김명식 보살과 함께 무려 6시간 동안 김밥을 말았다. 10인용 밥솥에 밥만 12번을 해 152줄의 김밥을 준비했다. 전날 준비를 할 수도 있지만 재료만 준비하고 새벽부터 김밥을 싸기 시작한 것은 장병들에게 신선하고 따뜻한 김밥을 먹이기 위해서다. 6시간동안 김밥을 말았으면 피곤도 하겠건만 이기성 법사의 얼굴에는 웃음뿐이다.

잠시후 이기성 법사의 누나 이미자(50)씨와 매부 강정기(59)법사가 도착했다. 강정기 법사도 민간성직자로 위촉된 호국 충절사 법사로 이기성 법사와 번갈아 가며 매월 두차례씩 법회를 주관한다. 강 법사는 이외에도 매월 1, 3째주에는 고양 벽제병원 군법당에서 2년째 법회를 주관하며 군포교에 헌신하고 있다.

집전하고 있는 강정기 법사


이날 법회에는 서창욱 돌격대대장 내외, 이기승 주임원사 내외를 비롯해 장병 70여명이 동참했다.

강정기 법사는 법회에서 “부처님 법을 바르게 믿고 바르게 행하는 것이 참된 불자”라며 “짜증이 나는 일이 있더라도 한번 더 참고 주위 동료에게 따뜻한 한마디 위로를 해 줄수 있는 병사가 되자”고 법문했다.

법회가 끝나자 이기성 법사의 어머니 임양식 보살이 칼과 도마를 가지고 김밥을 썰고 이미자 보살이 아이스박스에 담아온 오뎅국을 병사들에게 나눠준다. 이기성 법사와 강정기 법사도 불전에 올려진 밀감을 내려 병사들에게 나눠주며 가벼운 담소를 나눴다.

김성엽 상병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기성 주임원사가 법문 테이프를 틀어놓고 듣는 것으로 법회를 대신했는데 법사님들이 오시고 나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쉽게 설명해 주어 좋다”며 “법사님이 오신 이후에 법당을 찾는 장병들이 두배로 늘 정도로 법회가 재미있어 졌고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법회 이후 장병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이기성 법사


이기성 법사 가족이 돌격대대 호국 충절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큰누나인 이연옥 보살이 친구로부터 충절사에서 힘들게 법회를 보고 있다는 이기승 주임원사의 이야기를 듣고 가족회의에서 법회 위문을 가자고 결정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법회보다는 매주 장병들에게 줄 위문품이 걱정이었다. 떡볶이, 자장면, 떡국, 카레 등 장병들이 부대내에서 자주 먹지 못하는 음식들을 준비하려면 주당 20만원정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낸 것이 가족이 돌아가면서 대중공양을 내자는 것. 지금은 이기성 법사와 부모님, 강정기 법사, 큰 누나 가족, 큰 형 가족이 번갈아 가며 후원을 하고 있다.

이기성 법사의 가족이 모두 군포교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원동력은 다름아닌 부모님의 불심이다. 70이 넘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집에서 매일 새벽 예불과 108배를 거르지 않을 정도로 독실한 부모님은 지역 군법당이 어렵다면 항상 찾아가 위문하곤 했다.

보고 배운 것이 무섭다고나 할까? 이기성 법사도 고등학교때부터 불광 법회에 나가 광덕 스님으로부터 계를 받고 지금까지 부모님과 함께 매일 수행을 거르지 않고 있다.

누나인 이미자 보살을 만나 불교에 심취하기 시작한 강정기 법사도 환갑이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을 수료하고 현재 논문을 준비하는 등 체계적으로 불교 공부를 하고 있다.

이기성 법사의 딸인 이주영양도 현재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3학년이며 가족 전체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실천하는데 똘똘 뭉쳐 있다.

이기성 법사의 아들 이병철군은 “일요일날 집에 누워있는 것보다 아버지를 따라 법당에 나오는 것이 훨씬 좋다”며 “할아버지, 할머니와 부모님 모두가 열심히 봉사하시는 모습을 보니 저도 크면 저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기성 법사의 가족들에게는 최근 한 가지 소원이 생겼다. 내무반을 개조한 호국 충절사가 3월말 군 병영 개선 사업으로 허물어져 새로운 법당을 건립하는 것. 매일 아침 예불과 108배를 할 때면 가족 전체가 마음을 모아 서원을 하고 있는 등 작지만 소원을 이루기 위한 노력들을 펼치고 있다.

강정기 법사는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동문들을 중심으로 새 법당 건립을 위해 권선을 하고 있고 시간을 내서 전국을 다니며 화주를 해 법당을 새로 건립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법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이기성 법사와 강정기 법사의 발걸음은 무겁다. 돌격대대가 위치한 구릉에 법당을 새로 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주에 또 다시 활짝 웃으며 법회에 참석할 병사들을 떠올리며 집으로 향했다.
김두식 기자 |
2006-03-13 오후 4: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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