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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산불의 62%가 3, 4월에 집중됐다. 3월 중 발생한 산불의 경우 입산자의 실수나 논밭두렁 소각에 의해 일어난 산불이 59%에 달한다. 깊은 산중에 위치한 사찰은 언제든지 산불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재청과 조계종, 일반 사찰의 대책은 계속 제자리걸음이다. 사실 낙산사 화재가 발생한 직후 전국 사찰에는 화재 ‘진압’ 바람이 불었다. 조계사를 비롯해 통도사, 해인사, 봉선사, 관촉사 등의 크고 작은 사찰들은 소방차를 구입해 경내에 배치하거나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으로 여론의 관심을 모았다.
조계종도 전국 주요 사찰들의 화재대책 현황을 조사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국보와 보물을 소장하고 있는 32개 사찰에 대한 현황조사를 실시해 △소방용수 충원 △비효율적인 소화전 재배치 △화재경보시스템 구축 △방화수림 조성 △방재매뉴얼 마련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낙산사 화재 직후 방재 전문가들이 지적한 내용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 역시 화재 직후 나온 노무현 대통령의 ‘유감’ 언급에 이어 관계기관에서도 각종 현황 자료를 내놓았다. 문화관광부와 문화재청은 화재ㆍ지진ㆍ산불 등에 대한 <문화재 재난 대응 매뉴얼>을 올해 1월 발표했다.
그런데 문제는 다시 ‘화재의 계절’이 찾아 왔지만 관계기관들의 움직임이 ‘여기까지’라는 것이다.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는 후속조치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사찰들의 화재 대책이 ‘기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지 조사 결과 지난해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가 조사를 벌였던 강화지역 전등사, 정수사, 보문사의 경우 소화전 보강과 소화기 추가 배치 외에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적 사항인 소방도로 확보와 동산문화재 피난을 위한 조치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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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종단의 움직임도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5월 △산불방화를 위한 안전선 및 방화선 확보 △재난방재 기본여건 강화 △재난방재시스템 구축 △재난 대피시설 구축 △관련제도 개선 등의 5개항의 전통사찰 화재예방대책을 발표했던 문화관광부는 현재 이와 관련한 실행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화재청이 올해 주요 사찰에 대한 현황조사를 실시해 내년부터 10여개 사찰에 부분적으로 방재시설을 설치한다는 정도뿐이다.
문화관광부 종무실 조중식 서기관은 “지난해 문화재보호법을 일부 개정해 화재대책 수립의 근거조항을 마련했다”면서도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화재 방재 시설 마련 작업은 예정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계종은 올해 국보와 보물 소유 사찰 30여개에 대한 현황조사를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관계부처와 구체적인 방재시설 설치 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 박상준 문화유산팀장은 “한정된 인력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정부기관과 방재 시설들을 어떤 사찰에 어떻게 설치할지에 대한 조율도 원활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그나마 지난 2월 10일 열린우리당 최재성 의원의 대표발의로 문화재보호법과 전통사찰보전법에 사찰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방차량이 즉시 투입될 수 있도록 소방도로를 확보할 것을 의무화하는 조항을 삽입한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희망’적이다.
일본 사찰의 경우 담징벽화로 유명한 호류지 화재사건(1940년)을 계기로 모든 사찰의 전기시설을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보급 문화재를 소유한 대부분의 사찰들이 목조건물의 지붕과 주변으로 분수를 발생시키는 수막시설을 갖추고 있다.
화재 복구 작업에 진력하고 있는 낙산사 주지 정념 스님은 “낙산사 화재는 미처 진화되지 않은 잔불에서부터 시작됐었다”며 “화재에 대한 철저한 경각심과 함께 수십 년 전에 설치돼 열악할 수밖에 없는 전각들의 전기 배선을 비롯한 기초사항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