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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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경제학]"경쟁에도 자리이타 원칙 지켜야"
기업들이 새로운 경영전략과 목표를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정부의 각 경제부처도 올해의 경제정책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이들 기업 및 정부의 청사진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말을 빠짐없이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경쟁력을 기르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을 우리도 지겹도록 들으면서 살고 있다. 우리의 행복은 누군가와 경쟁해서 쟁취하는 전리품이 되었다. 그러나 경쟁자의 불행을 대가로 얻는 것이 우리의 행복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저명한 생물학자 다윈은 그의 저서 ‘종의 기원’에서, 자연환경에 부적합한 종은 도태되고 적합한 종만이 살아남게 된다는 자연도태설을 주장했다. 이 이론은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 사회에서 인간 및 인간 집단들도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만든다.

경영학자,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시각에서 기업과 국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장래의 환경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이에 적절하게 대비할 것을 강조한다. 경쟁력이란 바로 이 대비책을 말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자를 물리치기 위한 무기를 개발해야 한다.

생물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물은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의 번영보다 자기 자신의 생존 및 번식을 보다 강력히 추구한다. 본능적으로 동물의 모든 행동은 자기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하고 있다. 설혹 자신의 집단을 위한 행동을 하더라도 그것은 본질적으로 이타적인 성질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것이다.
동물의 생존 및 번식 본능은 불교적으로 말하면 아집에 다름 아니다.

영원히 변치 않는 자기 자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무지와 무명에서 비롯된 그릇된 집착이다. 현세의 자아를 존속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또 한 편으로는 번식을 통해 그것이 지속되기를 갈망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쟁자들과 사생결단의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된다. 죽지 않고 영원히 살아남기 위해.

그러나 네가 아니면 내가 죽어야 한다는 사생결단식의 삶이 인간의 세계에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우리가 지금 경제활동에서 사용하고 있는 경쟁의 개념 뒤에는 무아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 무지와 무명이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은 사성제와 연기의 진리를 증득한 인간에게는 적용할 수 없는 개념이다. 무아의 이치를 깨닫고, 모든 중생이 서로 인연을 만들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이러한 경쟁이 얼마나 우리 자신에게도 파멸적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인간이 경제활동을 하는 이유는 이 생에서 깨달음을 얻기 위한 최소한의 정신적, 물질적인 자원을 얻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그 과정조차도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의 과정이다. 우리 인간의 경제활동은 자신의 깨달음을 위한 자리와 타인의 깨달음을 위한 이타가 목적이며, 그 과정에서도 철저하게 자리이타의 원칙이 지켜져야만 한다. 그러나 지금의 경쟁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완전히 배제되고 있다.

경쟁의 상대방도 보살행의 대상이다. 타인을 불행하게 만들기 위한 경쟁은 우리 인간이 할 도리가 아니다. 굳이 우리가 경제활동의 목표로 경쟁력을 삼는다면 그 때 경쟁이라는 개념은 타인을 도태시키기 위한 개념이 아니라 고객 및 소비자에게 보다 질 높은 이타행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어야 한다. 경쟁국을 도태시키고 우리가 더 잘살기 위해, 경쟁기업을 도태시키고 우리 기업만이 잘 되게 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경쟁은 결코 불교적이라고 할 수 없다.

한정된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노력이 인간의 경제활동이지만, 다른 사람이 못 쓰게 하고 나만 쓰려고 하는 노력이 올바른 경제활동은 분명히 아니다.
구병진(서울대 경제학 박사) |
2006-03-10 오후 5: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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