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4.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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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의 굴 가운데서 만권 책을 벗하셨도다”
임제선원장 법현 스님의 '종성문고 개원기념 법문' 전문


3월 9일 종성문고 개원기념법회에서 법문하는 임제선원장 법현 스님.

3월 9일 오후 2시 현대불교 법당 및 종성문고에서 열린 종성문고 개원법회에서 임제선원장 법현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종성문고 개관인연 공덕으로 종지와 설법이 겸하여 통한 초군정안(超群正眼)의 속출이 무궁하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말했다.
다음은 법현 스님의 ‘종성문고 개원 기념 법문’의 전문이다.

종성문고를 둘러보는 법현 스님.


졸납이 말했습니다.
하나의 큰 대장경은 종기와 똥닦은 종이요,
시방의 모든 부처님은 똥가운데 버러지로다.
현묘한 진리를 말함은 태평한 세상에 간특한 도적이요,
방망이질과 고함치는 것은 어지러운 세상의 영웅이로다.
만 번 말하여 만 번 지당해도 한 번 묵묵함만 같지 못하도다.
묘든 현묘한 도리를 말한다 해도 터럭 하나를 허공에 두는 것이요,
세상을 받치는 큰 기틀이라 해도 물 한 방울을 바다에 던지는 것이다.
하하하! 알겠는가? 같은 문으로 출입하나 과거 세상부터 원수로다.
만약 이 도리를 안다면 종성문고가 소장한 일만 오천권의 자자구구에 살아있는 석가가 있을 것이며, 문자를 세우지 않고 경교(經敎) 밖에 특별히 전하는 뜻이 훤칠하게 명백하리라. 혹 그렇지 못하면 다음 법문을 들어볼지로다.

낙포 스님께 승이 물었습니다.
조사의 뜻과 부처님께서 설하신 경교의 뜻이 같습니까, 다릅니까?
스님께서 말했습니다.
해와 달이 허공에서 함께 굴러가니 누가 다른 길이라고 말하리요.
승이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나타나고 숨는 것이 길이 다르니 일을 하나로 헤아릴 수 없겠습니다.
스님께서 말했습니다.
다만 스스로 양을 잃지 않으면 어찌 갈림길에서 울 것이리요.
하니, 단하순 스님이 송하였습니다.
달이 대나무와 소나무에 비치니 높고 낮음이 드러나고
해가 못 가운데 비추니 위 아래가 하늘이로다.
허공에서 빛나고 빛나는 해는 정오가 아니요,
가을밤에 둥글고 둥근 달은 둥근지를 모르도다.
하니, 졸납이 말했습니다.
동짓날은 짧고 하짓날은 길도다.

동안찰 스님께 승이 물었습니다.
경에 의지해서 뜻을 해석하면 삼세제불이 원망하고
경전의 한 글자라도 떠나면 곧 마구니의 설과 같다
하니, 이 이치가 무엇입니까?
스님이 말했습니다.
외로운 봉우리가 멀리 빼어나서 연기와 칡덩쿨에 걸리지 않고,
조각달이 하늘에서 옆으로 가니 흰구름이 스스로 다르도다.
하니, 단하순 스님이 송하였습니다.
구름은 스스로 높이 날고 물은 스스로 흐르며
바다와 하늘은 비어서 넓은데 외로운 배가 물결치도다.
깊은 밤 갈대 숲으로 가서 머물지 않고서
중간과 양쪽 끝을 멀리 벗어났도다.
하니, 졸납이 말했습니다.
삼산은 반절이 청천 밖으로 우뚝하고,
두 물은 백로주에서 나뉘어 흐르도다.

파릉 스님께 승이 물었습니다.
조사의 뜻과 경교의 뜻이 같습니까, 다릅니까?
스님이 말했습니다.
닭은 차면 나무로 오르고, 오리는 차면 물로 내려간다.
하니, 투자청 스님이 송했습니다.
조사의 뜻과 같은지 다른지 단적인 뜻을 물으니,
문득 값없는 보배를 가지고 그에게 대답하도다.
고요한 밤낚시줄을 사람이 던져놓고서
새벽녘에 해가 뜨자 달과 함께 낚는도다.
하니, 졸납이 말했습니다.
사람이 가난하면 아는 것이 짧고,
말이 야위면 털이 길도다.

종성문고 개원법회에서 법문하는 법현 스님.

조사의 뜻과 경교의 뜻이 이와 같이 분명하니, 그 낙처(落處)를 알면 일대의 장경과 내지 제자백가의 언언구구가 알음알이로 아는 사구(死句)에 떨어지지 않고 뒤집어서 격밖의 활구(活句)가 될 것입니다. 이것이 제산당 종성 선사께서 소장하신 만오천여권의 도서를 현대불교신문사에 기증하여 오늘에 종성문고를 개관한 참뜻인 것입니다.

육조 스님이 말했습니다.
설법도 통하고 종지도 통하면 해가 허공에서 빛남과 같으니, 오직 견성법만을 전하여 세상에 나가서 삿된 종을 부수도다.

종경 스님이 말했습니다.
경교를 통하고서 종지를 통하지 못하면 뱀이 대통을 뚫고자 함같고,
종지를 통하고서 경교를 통하지 못하면 입을 열자 어지럽게 말하도다.
종지와 경교를 하나로 통하면 해가 허공에서 비춤과 같도다.
법과 법이 두두의 사물에 나타나고 산과 내의 길마다 통함이 있도다.

현각 스님이 말했습니다.
종지도 통하고 설법도 통하니 선정과 지혜가 뚜렷이 밝아 공에 걸림이 없도다.
다만 내가 이제 홀로 통달한 것이 아니요 항하사 모든 부처님의 체와 같도다.
하니, 이러한 종성문고 개관인연 공덕으로 종과 설이 겸하여 통한 초군정안(超群正眼)의 속출이 무궁하기를 간절히 바랄 따름입니다.
송하여 말했습니다.


종성문고 개원기념 법회 모습.


題宗成文庫開館頌

霹靂靑天殺活機 雲水종迹無尋處
生涯一鉢猶餘足 獅子窟中萬卷侶


‘종성문고 개관에 붙이는 頌’

푸른 하늘에서 벼락치는 살활의 심기요
구름과 물같은 발자취는 찾을 곳이 없도다
평생에 바리대 하나로 사시고도 오히려 넉넉하고 족하시어
사자의 굴 가운데서 만권 책을 벗하셨도다.



불기 2550년 3월 9일

임제선원
오역아 법현 분향 구배
글 김재경/사진 박재완 기자 | jgkim@buddhapia.com
2006-03-09 오후 5: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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