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 총무원장 운덕 스님이 3월 1일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했다.
천태종은 당분간 종헌종법에 따라 부원장 춘광 스님(서울 관문사 주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이번 운덕 스님의 사퇴는 건강상 이유를 들고 있지만 최근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부산 삼광사 주지의 해임을 관철시키지 못한데 따른 인사상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총무원장 사퇴란 파국으로까지 치닫게 한 부산 삼광사 문제는 노조 설립에서부터 비롯됐다.
부산 삼광사에서 일하던 종무원 30여명은 사찰내 전기업무를 담당하던 종무원 해임을 문제삼아 지난해 8월 26일 노동조합을 결성해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이들은 ‘고용안정 보장’ ‘노동조합인정’ ‘인권침해 금지’ 등을 요구하며 스님들과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삼광사측은 사찰에서 노조란 있을 수 없다며 면담을 거부했다.
급기야 민주노총이 관여하면서 노조가 총본산인 단양 구인사에서 농성을 벌이겠다고 하자 종단 대중스님들이 노조 문제와 관련해 삼광사 주지가 책임지고 물러날 것을 총무원장에게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운덕 스님은 삼광사 주지의 책임이 법적이나 도덕적으로 명확치 않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한다며 대중스님들의 주지 경질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중스님들이 삼광사 주지의 문책을 재차 요구하자 2월 23일 운덕 스님은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종정 스님에게 사의를 표명했지만 즉각 반려됐다.
이 결과를 지켜본 대중스님들이 이번에는 노조 문제와 함께 불투명한 재정운영에 불만을 품은 삼광사 일부 신도의 투서와 2월에 열린 삼광사 감사에서 지적된 재정문제를 강하게 제기하자 운덕 스님은 2월 27일 또다시 사표를 제출했다.
이어 3월 1일 종회와 총무원, 감사원 등의 부장급 이상 스님 33명으로 구성된 산중공사에서 운덕 스님의 사임을 전격 수용키로 결정했다.
천태종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발단에 중심이 된 삼광사 주지스님도 조만간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운덕 스님의 사퇴에 따라 앞으로 쏠려질 관심은 차기 총무원장이 누가 될 것인가이다.
천태종 총무원장은 종회의원 30인이 선출하는데 단일 후보를 결정해 종정스님의 인준을 밟는 절차로 정해진다. 하지만 사실상 종정스님이 차기 총무원장 선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관례로 돼 있다.
천태종 내부에서는 현재 C 스님과 D 스님이 총무원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이번에 사임한 운덕 스님은 제7대 총무원장에 당선된 1981년 이후 13대인 현재까지 26년동안 재직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