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이사회는 지난 2월 21일 제216차 이사회를 열고 불교대 내에 불교사회복지문화학 전공을 신설키로 의결했다.
불교계 안팎에서는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동국대 불교대 활성화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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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계종과의 ‘산학협력체계 구축’ 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불교사회복지문화학 전공 신설의 의미와 과제는 무엇인지 점검해본다.
#불교사회복지 등 3개 분야로 구성
불교사회복지문화학 전공 신설은 지난해 동국대 불교대학발전위원회(위원장 영담, 이하 불교대 발전위)가 주최한 5차례의 공청회와 1차례의 워크숍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 이미 공청회와 워크숍에서 ‘불교대학의 교육목표’, ‘불교대학의 학제와 교과과정에 대한 재검토’, ‘불교대학 졸업생의 진로개선 방안’ 등이 논의되면서 실천불교분야 교육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상황이어서 불교사회복지문화학 전공 신설은 기정사실화돼 왔었다.
불교사회복지문화학 전공은 ‘실용불교’를 지향하며 불교사회복지와 불교문화콘텐츠, 종무행정 등으로 구성된다. 시대변화에 좀 더 발 빠르게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불교사회복지학’에서는 현장 실습은 물론 각종 정책과 이론을 병행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며, ‘불교문화콘텐츠학’은 불교문화와 IT기술의 접목을 바탕으로 불교문화재의 복원 및 관리 등으로 교과목이 편성된다.
‘종무행정’은 중앙종무기관은 물론 본말사에 이르기까지 그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종무행정 일반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다.
불교대 발전위 위원장 영담 스님은 “단순 이론 교육에서 탈피해 종단은 물론 사회가 필요로하는 인재들을 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장기적으로는 종단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일꾼들이 배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불교대 침체 돌파구 될 수 있나?
그렇다면 불교사회복지문화학 전공의 신설배경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불교사회복지문화학 전공 신설은 불교대의 침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실 불교대는 지난 100년동안 수많은 인재를 배출해왔다. 불교대 초기에는 동국대 총장을 지낸 권상로 박사를 비롯해 만해 한용운, 김법린 선생 등이 졸업했으며,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태고종 총무원장 운산,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스님 등도 불교대 출신이다. 이외에도 불교계와 정관계에서도 수많은 불교대 동문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불교대는 동국대 내에서조차 그 위상을 잃어가고 있다.
심지어 “입학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과로 옮겨가기 위한 정거장”이라는 말을 불교대생 스스로 하고 다닐 정도다.
실제로 지난해 말에는 전과를 금지한 선학 전공을 제외한 불교학 전공과 인도철학 전공에서 각각 9명이 다른 과로 자리를 옮겼다. 전체 정원 68명중 18명이 진로를 바꾼 것이다.
동국대 학사지원실의 한 관계자는 “동국대 전체 평균 전과율이 10%정도인데 비해 불교대는 매년 30%에 가까운 학생들이 전과를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작년까지만 해도 60학점 이상을 획득하고 평균 평점 2.5 이상에 지도교수 동의서가 있어야 전과를 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2학기 이상 등록만하면 전과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불교대생들의 전과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불교대학의 현실적 교육 목표가 부정확해 학생들이 쉽게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는 것도 불교대 침체의 한 원인이다. 재가 학생들의 경우 진로와 관련한 교육 부재로 인한 갈등이 적지 않으며, 스님들의 경우 이론 교육에만 치우친 나머지 포교나 수행과 관련한 심화학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지난해 3월 불교대 발전위가 서울 ․ 경주캠퍼스의 교수, 시간강사, 대학원생, 재학생, 졸업생 4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러한 지적은 이미 확인됐다.
이 설문에서 교수 ․ 강사의 92.6%, 재학생 83.9%가 ‘교과과정을 개편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비현실적 커리큘럼을 전면적으로 개선해야한다는 지적이다. 교과과정 개편의 이유로 교수 ․ 강사의 70.5%, 재학생 45.6%가 ‘현대 불교계의 필요인력을 배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와 함께 ‘대중성 있는 불교교양과목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에 교수 ․ 강사 95.5%, 재학생 90.1%가 찬성했다. 불교체험강좌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교수 ․ 강사 91.1%, 재학생 86.6%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동국대 불교학과 박경준 교수는 “최근 몇 년간 줄기차게 지적돼왔던 문제점들이 공청회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만큼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교과과정을 마련해 활동적이고 역동적인 불교대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단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불교사회복지문화학 전공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불교사회복지문화학 전공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조계종단과의 유기적인 협력이 중요하다. 현재와 같이 ‘동국대 따로, 종단 따로’여서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동국대와 종단이 ‘산학협력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바탕으로 종단의 중앙종무기관과 본말사는 물론 500여개에 이르는 복지시설에서 학생들이 실습하고 또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계종 총무원 김영일 총무차장은 “아직까지 종무행정이라는 개념 자체가 정립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불교사회복지문화학 전공을 신설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아직 동국대가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종단과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은 많을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불교대의 한 관계자도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의 경우 방학을 이용해 해당 지역 사찰과 복지시설에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만 된다면 학생은 물론 각 사찰과 시설도 상호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교대 내부 역량 결집 필요
불교대 내부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것도 중요하다. 불교사회복지문화학 전공은 불교대의 전반적인 변화를 전제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전공 이기주의가 불거져 애초의 취지와는 다르게 불교대 개편이 이뤄질 수도 있다.
동국대의 한 관계자는 “공청회 기간 내내 불교대 일부 교수들의 반발이 계속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전공 신설 작업이 계속될 경우 잠재돼 있던 갈등이 폭발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개편이후에 불교사회복지문화학 전공으로 학생들이 몰릴 것을 우려하는 기존 전공 교수들의 걱정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특히 동국대 불교대는 올해 안에 기존 3개과의 교과과정 개편과 함께 불교사회복지문화학 전공의 교과과정을 마련할 계획이어서 불교대 내부 역량을 모으는 것은 더욱 절실하다. 전공은 다르지만 유사한 과목들을 통합 조정하는 작업은 담당 교수들과 충분하게 협의를 거친 후 진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불교사회복지문화학 전공 정원 확보도 선결돼야 하는 문제다. 동국대는 불교사회복지문화학 전공 정원을 20~30명 내외에서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정원의 단순 증원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존의 정원 내에서 불교사회복지문화학 전공 정원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방법으로 정원을 확보하느냐이다. 현 상태로라면 다른 학과의 정원을 축소해 20~30명의 정원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불교사회복지문화학 전공에 포함된 3개 분야의 교육을 내실화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지는 것도 놓칠 수 없다. ‘불교사회복지’, ‘불교문화콘텐츠’, ‘종무행정’ 등을 맛보는 수준의 교육으로는 유능한 인재를 길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위 3개 세부분야는 애초에 하나의 독립된 전공으로 고려될
만큼 비중이 있는 분야여서 현행 불교대 졸업학점인 120학점 이내에서 적절하게 교과과정을 편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불교대 발전위 한 관계자는 “졸업학점을 130~140학점 정도로 확대해 3개 분야의 다양한 교과과정을 개설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불교대 학장 조용길 교수는 “앞으로는 수행실습, 포교실습과 같은 종무 교육뿐만 아니라 영어, 팔리어, 티벳어 등의 외국어 강좌를 통한 맞춤식 교육을 진행할 것”이라며 “불교사회복지문화학 전공 신설을 계기로 종립대학의 불교교육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불교사회복지문화학 전공 신설을 계기로 도약을 위한 용틀임을 시작한 동국대 불교대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