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문화코드를 찾아 영화 드라마 게임 등을 양산해 인기몰이 하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2월 21일 개최한 2006 문화원형 콘퍼런스에서 ‘문화원형 소재의 역사 드라마 콘텐츠로의 활용’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KBS 드라마 ‘해신’의 연출자 강일수 PD는 “우리 역사는 문화 콘텐츠 소재로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다”며 “드라마 대장금이 문화원형을 드라마 콘텐츠로 개발해 성공한 경우”라고 강조했다.
영화 ‘왕의 남자’의 제작사 이글픽처스의 정진완 대표, 애니메이션 ‘오세암’을 제작한 마고21의 이정호 대표, 한국만화가협회 이현세 회장 등도 우리 역사 안에 영화 드라마 만화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와 개척분야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1000만 관객을 모으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왕의 남자’를 살펴보자. ‘왕의 남자’는 <연산군일기>에 단 한 줄 거론됐을 뿐인 광대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배우 이준기가 연기한 광대 '공길'은 <연산군일기>에서 "공길 이라는 광대가 왕에게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 임금이 임금답지 않고, 신하가 신하답지 않으니 비록 곡식이 있은들 먹을 수가 있으랴"(60권 22장)'는 말을 하였다가 참형을 당했다"는 기록에 의해 되살려진 캐릭터다. 역사 속 인물인 연산군과 녹수, 거기에 허구의 인물 ‘장생’이 드라마틱한 광대놀이를 재현해내 폭발적인 호응을 얻어냈다.
2002~2003년 전국민의 반수를 TV 앞에 붙잡았던 드라마 ‘대장금’은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의녀 장금이가 보양식에 강하다’는 기록에서 궁중음식과 의학을 접목시킨 드라마로 태어났다. 애니메이션 ‘오세암’은 오세암에 전해오는 5세 동자 이야기를 만화화했다. 이미 영화로도 선보인 적 있지만 원 설화를 그대로 살린 것은 애니메이션 ‘오세암’ 쪽이 월등했다. 그 결과 2001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특별상 만화부문을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이렇듯 다양한 역사 속 작은 사실들이 작가와 감독의 상상력을 밑받침으로 문화콘텐츠로 탈바꿈하며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시장까지 문을 두드리고 있다. <삼국유사>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이 일반적으로 많이 활용되는 사서들이다.
불교에는 무엇이 있을까? <삼국유사> 등 일반 사서에도 불교관련 소재는 많다. 그러나 불교계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사찰연기설화이다. 이미 고문학의 원형으로 연구돼 왔던 사찰연기설화는 다양한 얘깃거리들을 담고 있다. 곡성 관음사의 창건 설화는 원홍장이라는 여인이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중국에 팔려갔다가 황후가 돼 관음사 창건의 주역이 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심청전’의 원형이라 볼 수 있다.
최근 <한국사찰연기설화의 연구>를 펴낸 동국대 김승호 교수(국어교육과)는 “사찰연기설화에서 가장 흥미롭게 만날 수 있는 용 관련 소재들을 만화·영화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눈썰미있는 젊은 작가들이 사찰연기설화를 원천 소스로 역사적 상상력과 환상을 보탠다면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불교문화콘텐츠를 생산해 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사찰연기설화 외에도 고승들의 생애나 스님들의 수행생활, 사찰을 배경으로 하는 각종 민담, 사하촌에 전해오는 이야기, 전설 속에 숨어있는 불교소재 등도 주목해야 할 문화 콘텐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