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4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삼국유사 특별전은 디지털 기술과 문화적 상상력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특별’한 전시이다. 이 전시에서 평평한 지면 속 <삼국유사>는 사진 영상 그림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되살아난다. ‘삼국유사 특별전’이 안내하는 상상 속 <삼국유사>의 세계로 떠나보자. (02) 724-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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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xed media(혼합매체Book with new idea of mixed media)’는 ‘삼국유사 특별전’의 근간이 되는 형식이다. 책을 읽는 방법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멀티 콘텐츠로 제공하고자 했던 현암사의 노력이 ‘삼국유사 특별전’을 이러한 독특한 형식으로 꾸민 것이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책을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다. 책에 들어간 콘텐츠를 활용하고 그 안의 지식을 기반으로 기획했다. 책이나 유물 전시 자체가 목적이 아닌 만큼 한 공간에서 책 속의 콘텐츠를 소개해 책을 읽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장치들이 기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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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에 관한 유물은 별로 없는데 무엇을 전시할까? 책으로밖에 만날 수 없었던 <삼국유사>는 그래픽 아트ㆍ사진ㆍHD 동영상ㆍ영상 소품ㆍ컴퓨터 아트ㆍ일러스트레이션ㆍ연극 등 멀티 콘텐츠로 거듭났다.
교과서에 늘 등장하는 단군신화 이야기는 전시장에서 하늘나라ㆍ신시ㆍ동굴ㆍ결혼을 주제로 한 4개의 미로 방으로 재탄생했다. 미로를 따라가며 단군신화 이야기를 다각도로 읽고 중간 중간 펼쳐지는 퀴즈를 통해 몸으로 느끼고 머리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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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속 이야기들을 풍부한 색감과 민화적 상상력으로 결합시킨 이만익 화백의 그림은 그래픽 아트로 변신했다. 전시장 한편은 벽면 전체를 이만익 화백의 그림으로 퍼즐을 만들어 관람객들의 동참을 유도했다.
고구려를 세운 주몽이야기는 별자리를 탐험하며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해 문학적 상상력과 과학적 상상력을 접목시켰는가 하면 밤하늘의 별자리를 찾아 여행하며 설화의 세계를 이해하도록 고안했다.
‘삼국유사에 보물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관람객 참여형태의 연극은 일연 스님, 삼국유사 전문가 고박사, 깝죽이(관람객)가 대화를 통해 <삼국유사>를 소개하고 묻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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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바가지의 물을 마시고, 요석 공주와의 인연으로 <삼국유사>를 떠들썩하게 만든 원효 스님의 이야기는 스님들이 생활하는 승방으로 꾸며 보여준다. 삼국유사 속 전통놀이 축국을 재현한 코너에서는 김유신과 함께 삼국시대의 화랑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열었다.
이밖에도 사진작가 양진씨가 삼국유사의 배경지를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과 영상, SBS 드라마 서동요의 방송 소품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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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특별전’에서 ▲삼국유사가 왜 이처럼 오랜 세월의 장막을 거두고 우리에게 의미 있게 다가설 수 있었는가 ▲무엇이 삼국유사를 주목하게 하는가 ▲어떻게 한 권의 책이 한국학 전반에 두루 기여할 수 있는가 라는 물음을 지니고 그 해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이것이 바로 이번 전시를 보다 뜻깊게 즐기는 관람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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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0주년 이런 행사 있어요
● 삼성출판박물관(관장 김종규) 부설 삼성뮤지엄아카데미가 <삼국유사>의 저자 보각국사 일연 탄생 800주년을 맞아 ‘일연과 삼국유사’를 주제로 특강을 연다. 동국대 김상현 교수(사학과)가 진행하는 이번 특강은 3월 8~29일(매주 수요일 오후 7~9시) 서울 종로구 구기동 삼성출판박물관에서 열린다. (02)394-6544
● 보각국사 일연 스님이 주석했던 군위 인각사는 한국학중앙연구원과 함께 7월 20~21일 ‘일연 탄신 80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우리나라 중국 일본을 비롯해 7개국의 학자들이 참석할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일연 스님과 삼국유사를 집중 조명할 계획이다.
● 일연 스님 열반일인 8월 1일에는 보각국사비 복원 제막식이 계획돼 있다. 금석문 연구자 박영돈씨와 군위군ㆍ한국불교연구원이 함께 추진하는 비 복원 사업은 현재 비문 복원안을 확정했다.
● 7월 1일~8월 6일 인각사ㆍ은해사는 일연 스님의 출생지인 경산 일원에서 일연 스님 탄생 80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 연극 등을 준비하고 있다.
■ 일연 스님은
올해로 탄생 800주년을 맞는 일연 스님(1206~1289)은 고려 중기의 선승이자 <삼국유사>의 저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경북 경산에서 1206년 태어난 스님은 1214년(고종1) 9세에 전라도 해양(현 광주) 무량사에 들어가 대웅 스님 밑에서 수학하다가 1219년 출가했다. 1227년 승과에 급제하고 1237년 삼중대사, 1246년 선사, 1259년 대선사가 됐다. 1261년(원종2) 왕명으로 선월사 주지가 되어 목우 스님의 법을 이었다.
1268년 운해사에서 대덕 100여 명을 모아 대장경낙성회(大藏經落成會)를 조직해 맹주가 됐던 스님은 1277년 운문사 주지가 되어 왕에게 법을 강론했다. 1283년 국존(國尊)으로 추대되고 원경충조(圓經沖照)의 호를 받았다. 1284년 군위의 인각사를 중건하고 궁궐에서 구산문도회(九山門都會)를 여는 등 불법 홍포에 앞장섰던 일연 스님의 탑과 비는 인각사에, 행적비는 운문사에 남아있다.
저서에는 <삼국유사> 외에도 <어록(語錄)> <계승잡저(界乘雜著)> <중편조동오위(重編曹洞五位)>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