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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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불교계의 주역, 만해마을에 가다
[시방세계]동국대 불교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현장
새내기. 신입생 또는 신출내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럼 새내기 새로 배움터(이하 새터)는? 대학 신입생들이 공식적인 캠퍼스 생활을 하기에 앞서 선배들에게 학교 생활 전반에 대해 배우는 장이다.

동국대 불교대 새내기들이 선배들과 함께 백담사 일주문에서 힘찬 미래를 다짐하고 있다.


올해 5월로 개교 100주년을 맞는 동국대. 그래서 올해 신입생들의 의미는 특별하다. 앞으로 동국 100년을 이끌고 나갈 주역들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불교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불교대 새내기 50여명이 재학생 40여명과 함께 만해 한용운의 청년 정신과 기개가 살아 숨 쉬는 인제 만해마을에 모였다. 바로 새터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2월 24일부터 3일간 계속된 불교대 새터 현장에서 만난 새내기들은 어떤 꿈을 꾸며 대학 생활을 준비하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입학 동기는 달라도 꿈은 같아

새터에 참가하기 위해 2월 24일 이른 아침 동국대 정각원 앞에 모인 새내기들의 면면은 다양했다. 운문사 승가대학을 마치고 다시 불교대에 입학한 명효 스님은 “불교학을 체계적으로 배워 보고자 올라왔다”고 했다. “공부에는 끝이 없다”는 말 속에 스님의 각오가 느껴진다. 화엄사에서 출가해 행자교육원을 마친 우견 스님은 “강원(講院)도 좋지만 종립대에서 젊은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지원했다”고 한다. 은사 스님의 권유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라고 한다.

서로간의 어색함을 풀어버린 윤회담 시간.


고등학생 때부터 요가에 관심을 갖고 있던 미연이는 “요가와 불교학을 함께 배우기 위해 불교대에 왔다”고 전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물론 부모님까지 열렬한 불교신자인 범준이는 “특별한 이유 없이 자연스럽게 불교대에 왔다”고 말했다.

새터를 위해 급조된 밴드 ‘지방간’을 이끌고 3일 동안 ‘노익장’을 과시한 김승식(대학원 선학과 석사과정)씨는 “10년 전과 비교해보면 새내기들의 불교대 입학 동기가 더 다양해진 것 같다”며 “새내기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니 충분히 동국 100년의 주역들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대견해 한다.


#낯선 것에 말 걸기!

약관(弱冠)의 청춘들에게도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어색함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새터 첫 날도 마찬가지였다. 말 걸기가 쉽지 않다. 서울에서부터 같이 차를 타고 왔지만 아직도 서먹서먹하다.
그래서 불교대 학생회 집행부가 마련한 프로그램이 바로 ‘윤회담’. 만해학교 강당에 두 개의 커다란 원을 그려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본 상태에서 돌아가면서 인사하는 시간이다. 시작을 알리는 징소리가 울리면 합장을 하고 대화를 시작한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자기 소개를 하기 무섭게 다시 징이 울린다. 다른 사람과 또 인사하라는 신호다.

학생들이 만해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다.


이렇게 2시간 동안 윤회담 시간이 계속되자 어색함은 사라지고 서로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불교대 새내기들의 대학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이다.

불교대 최성민(선학3) 학생회장은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새터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만해마을로 왔는데, 새내기들이 쉽게 선배들과 어우러지는 것 같아 다행”이라며 숨을 돌렸다.

첫날의 서먹함이 사라지자 둘째 날부터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만해마을을 깨우는 새벽예불과 명상. 눈은 자꾸 감기지만 그래도 마음을 다스려 정신을 집중해본다. 계속되는 발우공양. 사찰생활에 익숙한 ‘동기 스님’들이 직접 지도해주니 쉽게 이해가 된다. 아침 공양을 마치고는 함께 차를 마시며 피곤함을 물리쳤다.

와선을 하는 모습. 혹시 자고 있니?


만 하루가 지나면서 불교에 대한 감(感)을 잡은 아이들이 각자의 생각들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한경이는 “불교는 선(禪)이라고 하는데, 새벽 참선은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중석이는 “불교에 대해 잘 모른다. 예불이나 발우공양이 너무 낯설다”며 어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도 세희는 “이제 막 첫발을 내딛었으니 지금부터 열심히 배우면 되겠죠?”라며 밝게 웃었다.


#불교미래 우리가 이끈다

차담을 마친 학생들이 만해마을 광장에 다시 모였다. 백담사를 참배하기 위해서다. 만해마을에서 백담사까지는 약 10km. 낮 기온이 영상 10도를 웃돌았지만, 아직까지 눈이 녹지 않은 설악산에는 한기가 남아 있다. 설악산 계곡을 따라 난 비포장길을 3시간 동안 걷고 또 걸으며 학생들은 아직도 못다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가지런히 놓여 있는 발우들.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때쯤 백담사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 만해마을 공양주 보살님과 비구니 스님들이 정성스럽게 마련한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한 학생들은 불교대 불교유적답사회 회원들의 안내로 백담사 경내 구석구석을 돌아본다. 일주문과 수심교, 금강문을 지나 범종루, 극락보전, 나한전까지 둘러봤다.

그리고 경내 곳곳에 남아 있는 만해 한용운 스님의 흔적을 둘러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만해 스님의 흉상 앞에서 동기들과 포즈를 취하던 새내기 승길이는 “만해 스님이 머물던 곳에 왔다는 것이 실감이 안난다”면서도 다부진 각오를 밝힌다. “동국대가 종립대인 만큼 열심히 불교학을 공부해 만해 스님과 같은 일꾼이 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백담사를 둘러보고 만해마을로 돌아온 새내기들은 레크레이션과 장기자랑, 선배들의 공연을 보며 숨어 있던 끼를 맘껏 발산했다.
그리고 3월 초 개강 즈음에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개구리보다 더 멀리 뛰고 캠퍼스 구석구석을 누비는 동국대 불교대 새내기가 될 것을 다짐했다.



인제/글=유철주 기자 ㆍ 사진=박재완 기자 | ycj@buddhapia.com
2006-03-03 오후 5: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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