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 날 도토리를 따러 스님과 보살님들과 함께 산에 갔습니다. 알이 꽉 들어차 있는 도토리를 내 손으로 줍는 순간. 너무나도 평범하게 생긴 도토리가 어찌 그리도 예쁘던지. 몇 개 따로 빼서 잘 말린 뒤 식용유를 발라 단주를 만든 적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리 오래 가지고 있을 수는 없었지만 내 손으로 직접 딴 도토리였기에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설렙니다.
그렇게 힘들여 딴 도토리를 껍질을 까고 잘 말려 산사의 좋은 먹을거리로 사용하고 계신 모습을 뵈었을 때 “저 모습 속에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우칠 수 있게 하는 원력이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맛으로 먹나 싶었던 도토리 가루가 도토리 전으로, 도토리묵으로 혹은 수제비로 만들어져 신도님들의 건강을 지키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며칠간의 노동보시를 마치고 돌아오는 가방 속에 작년에 만들어 놓은 거라면서 도토리 가루를 넣어주시던 보살님. 제가 한 일이라고 해봐야 사찰에서 맛있는 것 먹고 스님들께 차 공양도 받고 이른 아침 부처님 앞에 앉아 있었던 것 뿐인데 이렇게 큰 선물을 받아올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한편으로 저에게 과분한 선물을 받아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전 그 도토리 가루를 이용해 다양한 요리에 응용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찮다 할 수 있는 도토리로 그리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신 스님과 보살님. 자연의 열매를 먹기 전에 노동의 의미를 배우게 해주신, 제게는 큰 스승님이시랍니다.
도토리 수제비(4인분)
재료: 도토리가루 6 큰술, 밀가루 4 큰술, 죽염, 녹차기름 1큰술, 고명(느타리버섯 1줌, 애호박 1/4쪽, 김가루, 녹차기름, 죽염), 국물(유부 4장, 참기름, 채수 9컵)
1. 분량의 도토리가루와 밀가루를 미지근한 물로 익반죽한 후 숙성시킨다(이때 반죽을 한 후 녹차기름을 넣어 반죽을 계속해주면 찰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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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느타리버섯을 손으로 찢어 뜨거운 물에 데친 후 녹차기름에 죽염을 넣어 볶아준다.
3. 애호박은 껍질만 곱게 채 썰어 살짝 볶아준다.
4. 유부는 곱게 채 썰어 참기름에 볶아주다 채수를 넣어 물이 8컵이 나올 때까지 끓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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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채수가 끓어오르면 유부는 건져내고 수제비 반죽을 한 입 크기로 떼어 넣고 끓여준다.
6. 느타리버섯과 볶음 애호박, 김가루를 고명으로 올려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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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죽(4인분)
재료: 흰밥 2공기, 수삼 1뿌리, 어린 취나물1줌, 팽이버섯 1봉, 검정깨 1큰술, 채수8컵, 죽염
1. 채수에 어린 취나물 잎만 넣어 함께 끓여준 후 잎은 건져낸다.(어린 취나물 대신 돌미나리를 이용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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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린 취나물 줄기와 팽이버섯 그리고 수삼은 송송 썰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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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끓여진 채수에 흰밥을 넣어 팔팔 끓인다.
4. 죽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수삼과 팽이버섯을 넣고 한 번 더 끓여준 후 불을 끈다.
5. 불을 끈 상태에서 취나물 줄기와 검정깨를 넣어서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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