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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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으로 풀어본 차(茶)
자기 체질과 환경에 맞는 차 선택해야
“차라는 마실거리도 조금만 주의해서 살펴보면 우리의 철학과 사상이 담겨 있는 음양오행(陰陽五行)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제각각의 맛과 향, 색을 가지고 있는 차를 음양오행 사상으로 풀어보면 어떨까? 한국학연구소 박현 소장은 “흔히 차를 6대 다류, 7대 다류로 분류하지만 사물에 존재하는 에너지의 운동방향이라 할 수 있는 오행의 기운에 의한 분류가 가장 적합하다”고 말한다.

박 소장은 차의 성격을 규정짓는 요인은 찻잎의 종류와 차가 만들어지는 환경 등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차를 제조하는 기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차의 제조법에 따라 차 에너지의 운동방향이 결정되며, 이러한 운동성을 토대로 차를 분류한 것이 오행법에 따른 분류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차는 기본적으로 수화목금토(水火木金土)의 다섯 가지 성질을 고루 갖추고 있지만 그 중 각 차를 대표하는 특징적인 성격을 규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물은 내림의 성질을 대표하지만 올림이나 풀림, 움츠림의 성질도 갖추고 있습니다. 차 역시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박 소장에 따르면 흑차는 내림을, 홍차는 올림을, 녹차는 자라남을, 황차는 풀림을, 백차는 어울림을 주된 성질로 한다고 한다. 청차의 경우는 차의 색으로 규정되기보다 차 만드는 기법이 다른 것으로, 오행으로 보는 차의 분류법과는 그 범주를 달리한다. 때문에 청차는 빛깔로 오행을 판단할 수 없다.

“더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몸과 마음이 가라앉는 것을 막기 위해 홍차를 마시고 몸의 기운과 정신의 작용을 뚜렷하게 해야 하는 수행자가 녹차를 마시는 것도 오행의 이치에 맞춘 것입니다. 차의 성질은 옳고 그름으로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환경에 맞춰 마실 때 비로소 우리의 몸과 마음에 바르게 작용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각 차가 갖는 성질은 어떨까?

▷ 흑차

내림(水)의 성질을 갖는 흑차. 현대불교 자료사진


찻잎을 발효를 시키고 오래 묵힘으로써 자라남의 성질을 최대한 누그러뜨린 흑차는 내림(水)의 성질을 갖는다. 또한 찻잎을 단단하게 뭉쳐 놓음으로써 차에 내재된 자람의 성질이 풀림의 성질로 바뀌도록 했다. 덩어리를 짓지 못한 산차가 온전한 흑차로 대접받지 못하는 까닭도 이런 이유다. 그래서 좋은 보이차에서는 검은빛과 누런빛이 함께 우러난다. 그 가운데 사람의 몸에서 화기(火氣)를 내려주는 것은 검은빛의 효능이며, 독기가 한 곳으로 모이지 않고 잘 풀려서 몸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은 누런빛의 효능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몸에 열기를 일게 해 추위를 이기게 하는 것은 누런빛이 가진 풀림의 효능이며, 술기운을 거두고 생각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검은빛이 가진 내림의 효능이다. 다만 내림의 성질이 더 중심에 있기 때문에 보이차를 흑차로 보는 것이다.


▷ 황차

풀림(土)의 기운이 많은 황차. 현대불교 자료사진


황차는 두껍고 큰 찻잎으로 만드는데, 이러한 찻잎에는 자람의 기운이 많다. 때문에 수분을 많이 빼서 내림의 기운을 많이 줄이고, 불을 강하게 쬐어 자라남의 기운도 크게 줄임으로써 충분히 자란 찻잎에서 나오는 풀림(土)의 기운을 극대화한 것이 바로 황차다.

그래서 좋은 황차는 금빛에 가까운 누런 빛을 띤다. 황차는 중단전 부위의 막힘을 열어 하단전과 상단전의 교통이 수월하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소화를 돕고 숨길이 편하고 느려지도록 해주는 것이 누런 빛이 가진 풀림의 효능이라 할 수 있다.


▷녹차

나무(木)의 기운에 해당하는 녹차. 현대불교 자료사진


나무(木)의 기운에 해당하는 녹차는 대개 어린 찻잎으로 만들어진다. 때문에 찻잎의 원래 성분을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비교적 불기운을 적게 쐬고 물의 기운은 더하지 않는다. 또한 자라남의 기운을 극대화하기 위해 발효도 아주 가볍게 한다. 이러한 자라남의 성질은 몸의 기운과 정신의 작용을 뚜렷하게 함으로써, 부질없는 걱정과 욕심을 줄이게 하며 피의 흐름을 맑게 한다. 수행자들이 녹차를 즐기는 이유다.


▷홍차

불(火)의 기운을 지닌 홍차. 현대불교 자료사진


화학적 발효를 통해 만들어지는 홍차는 불(火)의 기운을 지닌다. 찻잎을 최대한 발효시켜 물의 성질을 극소화한 차는 올림의 기운이 크기 때문에 사람을 즐겁게 하며, 정신작용을 활발하게 하고 피로감을 덜어준다. 예술적인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하단전(下丹田)의 기운을 허하게 하는 부작용이 있어 수행자들에게는 그리 적합하지 않다.


▷백차

움츠림(金)의 기운을 극대화한 백차. 현대불교 자료사진


불을 통한 강한 살청으로 올림의 기운을 극대화한 것이 홍차라면, 물 기운을 통해 살청을 강하게 함으로써 움츠림(金)의 기운을 극대화한 것이 백차다. 찻잎의 기운이 발산되기 전인 싹 상태에서 딴 후 약한 불기운을 가해 만든 백차는 사람의 생각을 고요하게 가라앉히며, 정서적 불안을 줄이고 숨을 강하게 만들기도 한다.


▷청차

찻잎의 종류와 찻잎을 딴 시기 발효정도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가지는 청차. 현대불교 자료사진


종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청차는 그 색과 무관하게 차의 성질만 가지고 보면 기운을 발산하는 황차의 성질을 가진다. 하지만 찻잎의 종류와 찻잎을 딴 시기, 발효정도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가진다. 실제로 타이완 고산 지대에서 나는 우롱차의 하나인 사계춘은 겨울에 만든 것인가 봄에 만든 것인가에 따라 그 성질이 다르며, 금훤 역시 살청과 유념의 정도에 따라 오행 상의 성질을 나눠진다.


▷차 마실 때 주의하세요

차의 성질과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적합한 차도 다르다. 몸이 냉하고 내성적인 사람, 신체활동이 적은 사람은 황차가 적합하다. 몸이 비대하고 호흡이 잦은 사람은 백차가, 주의가 산만한 사람은 녹차, 의욕부진인 사람에게는 홍차가 적합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현대인들에게는 흑차가 무난하다.

하지만 자신의 체질과 어울린다고 해서 보이차를 너무 많이 마시면 비장에 무리가 생기고, 황차가 소화에 도움이 된다고 해 지나치게 마시면 대장과 소장에 무리가 온다. 또한 녹차는 위에 홍차는 신장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지나치게 마시지 않도록 한다.
한편 청차와 황차를 섞어 마시면 간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위가 약한 사람이 진년(해마다 홍배를 해서 묵힘)이 오래된 청차를 계속 마시면 치아가 상할 수 있다. 그리고 흑차 가운데 산차를 자차법으로 끓여 마시면 눈이 약해지기도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6-03-02 오전 9: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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