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 폐사지 지킴이 연구위원 우규현씨는 답사를 다닐 때마다 문화재 보호대가 눈에 거슬린다.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것이지만 오히려 문화재 관람이나 보존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에서다.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되는 문화재 보호대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최근에 복원되는 문화재의 경우 대다수가 문화재 보호대의 문양이 전통문양도 아닌 출처 불명의 십자형 문양으로 바뀌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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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보호대는 문화재를 보호하는 역할과 문화재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일종의 장신구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나 문화재의 보존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문화재청에서조차 아직까지 문화재 보호대 설치 규정이 없다. 현재 설치되고 있는 문화재 보호대는 문화재 보수를 전담하는 관련 업체에서 임의로 설치됐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동안의 관례대로 그냥 설치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재 관련 전문가들은 문화재 보호대가 없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문화재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난간을 설치하면 오히려 문화재를 훼손하는 역효과가 나고 문화재를 관람하는 사람에게도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문화재에 대한 국민 인식이 성숙되지 못해 보호대가 없으면 아이들이 뛰어 놀거나 가까이 가서 만지는 등 문화재 훼손이 심각하기에 문화재 보호대를 설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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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사지 같이 문화재를 관리하는 사람이 없을 경우 부득이 문화재 보호대를 설치해야 한다면 최소한의 설치 규정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게 학계의 의견이다.
문화재 보호대 설치 시 문화재로부터 얼마 정도는 떨어져야 하며 높이는 어느 정도 되고 그 안의 문양은 문화재를 잘 드러낼 수 있는 상징으로 한다는 등이 최소한 명문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아주 구체적으로 설치 방법이 법에 규정되어 있으면 오히려 획일화되는 경향을 초래할 수 있기에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궁박물관 소재구 관장은 “문화재 보호대가 없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굳이 설치한다면 최소 높이로 설치해야 한다”며 “사찰에 있는 성보문화재의 경우 스님이 상주하고 신앙의 대상이라는 측면에서 보호대를 철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문화재 보호대 안의 문양에 대해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 십자형 문양의 출처를 정확히 알 수 없고 너무 획일적이라는 지적도 많다. 십자형 문양은 문화재 보수 업체에서 전통문양인 완자살문을 문양으로 활용하다가 현재의 출처 불명의 문양으로 고착화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견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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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을 중심으로 본다면 전남 지방의 경우 시도 문화재급 이상 지정문화재 총 51기 가운데 27기가 보호대가 없으며 만자형 8기, 십자형 10기, 기타형 6기 등이다.
그러나 만자형의 경우 문양이 비틀어지거나 거꾸로 설치되는 경우도 많고 특히 최근 복원된 탑의 경우 만자형 문양이 출처불명의 십자형 문양으로 바뀐 곳도 많다.
실제로 전남 강진의 월남사지 석탑의 보호대는 만자가 뒤집힌 형태이며 구례 화엄사 원통전 앞 사자탑과 진도 금골산 오층석탑의 경우는 복원 후 십자형으로 교체되었다.
조계종 문화부 이분희 행정관은 “문화재 보호대가 문화재를 돋보이게 한다든지 보호를 하는 역할을 모두 만족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성보문화재의 경우 불교를 잘 알릴 수 있는 현대적 감각의 문양 개발 등을 통해 개별 성보에 맞는 문화재 보호대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