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포교사단(단장 양성홍)이 3월 2일부터 7월 20일까지 5개월에 걸쳐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케어복지사 양성 과정이다. 케어복지사는 정신적·육체적인 장애로 인해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을 돕는 사회복지사로 최근 ‘전문복지’를 상징하는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매주 화, 목요일에 진행되는 이번 프로그램에는 사회복지개론과 노인복지론, 케어개론, 원예치료 등 20여개의 과목이 개설되며,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보각·혜도 스님 등이 강사로 나선다.
포교사단의 케어복지사 양성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비(非) 복지단체인 포교사단이 복지사 양성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포교사단이 기존의 복지단체도 하기 힘든 일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포교사단 양성홍 단장은 “현장에서 포교사들이 불법홍포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지만 최근 노인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에 부응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개설했다”며 “전문지식 없이 하는 자원 활동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이미 증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기관 현장의 ‘손잡기’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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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2월 23일 불교사회복지연구소를 창립하면서 불교복지 전문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불교사회복지연구소는 불교복지시설 현황과 실태 조사는 물론 매년 복지관련 아이템을 주제로 하는 학술포럼을 4회 이상 개최할 예정이다. 또 불교사회복지 연구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행해 불교복지 연구자와 종사자들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불교복지 종사자들과 시설을 운영하는 스님들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 등을 병행한다.
진각종은 더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았다. 진각종은 우선 각 지역 심인당과 시설을 연계해 신도들의 자원봉사활동을 이끌어내는 ‘산하시설 지도스승제’ 도입을 추진한다. 또 종립대학인 위덕대 산하 진각사회복지연구소와 산학 협약을 체결해 복지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각종 현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는 토론광장을 년 1회 이상 개최한다. 6월에는 현재 서울경기지역에만 구성돼 있는 진각사회봉사단의 대구지부도 발족할 예정이다.
진각복지재단 장지현 사무처장은 “사회복지 특성화대학인 위덕대를 통해 불교복지 전반에 대한 연구를 강화할 방침”이라며 “실무자들의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천태종도 3월 이전에 의료봉사 등 기능·직능별로 600여명 규모의 대규모 자원봉사단을 발족할 방침이다.
단계별 영역별 교육 늘려야
그렇다면 과연 종단과 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는 ‘전문화’는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 전문가들은 ‘전문화’ 이전에 기존에 활동을 하고 있는 인력들의 역량을 배가시키기 위한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직까지 현실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은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전문 역량을 배가시키는 것이다. 현재 불교계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인구는 대략 10만여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복지시설 숫자만 600여개에 이른다. 특히 사찰 신도회와 전국의 불교대학 출신 자원봉사자들은 지역 복지시설과 연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면서 좋은 평판을 얻고 있기도 하다. 경기 지역의 천수천안 봉사단과 영남 지역의 영남불교대학 관음사 봉사단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원봉사 활동이 목욕이나 청소와 같은 단순 ‘노력 봉사’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보니 봉사활동의 실효성이 크지 않고 활동가들의 능률도 쉽게 떨어진다. 중도 탈락자가 많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종단 복지담당기관이나 복지시설 등에서 자체 교육을 하고 있긴 하지만 ‘요식행위’ 수준을 넘지 못한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이용권 사무국장은 “자원봉사활동의 전문화를 위해서는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봉사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자원봉사자에 대한 단계별·영역별 전문 교육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간병인 양성 전문교육을 하고 있는 영천 은해사(주지 법타)의 예는 ‘벤치마킹’할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은해사는 2005년 2회의 간병인 양성 전문교육을 진행해 55명의 간병사를 배출했다. 4주간 16시간의 이론교육과 3주간 매일 4시간씩 현장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힘든 과정이지만,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3월에는 3기 교육을 시작할 예정이다.
은해사 연수원장 혜해 스님은 “올해 안에 정예 간병사 100명을 배출할 계획”이라며 “노력 봉사 위주로 활동을 하던 신도들의 자원봉사 영역이 넓어지면서 지역 복지시설에서도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인력관리·지원시스템 ‘부실’
최근 신행단체를 통해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의사와 변호사, 상담활동가 등 전문가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과 네트워크 구성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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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진복지관에서 미술치료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권윤희(35)씨는 “해당 시설은 물론이고 종단 차원에서 전문인력 봉사자들의 리스트를 공유한다면 훨씬 효율적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종단과 연계된 활동을 하고 있는 기존 단체와 전문가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도 절실하다. 40여개 회원사를 거느리고 있는 전국병원불자연합회는 매년 2차례에 걸쳐 의료봉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조계종의 지원은 200만원에 불과하다.
A병원불자회의 한 관계자는 “종단의 지원은 기대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하며 “봉사 대상 섭외와 경비 충당 등 모든 준비를 알아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른 전문가단체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귀뜸하기도 했다.
지난 1992년 이후 400여명의 상담활동가를 배출한 불교상담개발원에 대한 관리가 체계적이지 않은 것도 문제. 현재 100여명의 상담활동가들이 매월 8시간씩의 자원봉사를 하고 있지만 이들의 활동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조치는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법화삼부경>을 점자경전으로 발간했던 조계종 총무원 문화국장 혜조 스님은 “개인의 재능을 드러내지 않고 이웃을 보살피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비해, 불교계가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교육기회 많을수록 현장도 탄탄
자원봉사자들과 전문가들의 역량을 극대화시키는 것과 함께 복지시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종사자들의 역량 강화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조계종 산하 복지시설에는 1500여명의 종사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2~3년 이내에 일을 그만두는 사람이 적지 않으며, 절반 이상이 무교이거나 이교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복지시설 운영은 물론이고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지도도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1년에 1~2차례에 불과한 교육으로는 종사자들의 역량을 키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불교적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는 교양교육과 함께 종립대학인 동국대나 위덕대와 연계된 연수 프로그램의 시행이 시급한 실정이다.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김응철 교수는 “불교복지의 근간이 되는 자원활동가와 시설 종사자, 관련 전문가들을 발굴하고 양성하지 않는 전문화는 구호에 불과하다”며 “불교복지의 토대를 다시 탄탄하게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