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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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삶을 벤치마킹하라
[불교와 경제] 김경남 COEX 상무이사
일본의 한 작은 전자부품회사를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키운 교세라 그룹의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그의 저서를 통해 “불교와 기업경영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 같지만 상통하는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그의 경영철학이 불교에서 배운 것임을 여러 번 강조했다.

불교와 경영, 두 개념은 서로 동 떨어져 보이지만 사실 경영철학이야말로 불교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이 많다. 경제활동이야말로 ‘모든 사람을 이익 되게 하라’는 부처님 말씀에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종교에서 경영 패러다임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늘어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12월 23일 ‘불교와 사회 포럼’이 개최했던 창립세미나에서 서강대학교 노부호 교수는 “불교사상의 핵심인 상구보리하화중생을 기업경영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불교경영은 이익추구가 목적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의 잠재력을 개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해방경영’이며 ‘공동체 경영’적 성격”이라고 규정했다.

그렇다면 이를 기업과 기업인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현재 한국종합전시장(COEX) 상무이사이자, 조계종 중앙신도회 지도위원, 서울 봉은사 신도회장 등 불교계 안팎으로 두루 활동하고 있는 김경남 상무이사를 만나 구체적인 자기경영비법과 경영철학을 들어보았다.

김경남 상무이사는 코엑스의 터줏대감이자 성실의 전설로 통한다. 78년 중앙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경제학 석사과정, 서울대 AMP 56기를 수료했다. 78년 대한무역진흥공사에 공채 입사한 후 과장 2년 만에 차장으로, 차장 1년 만에 다시 부장으로 가파른 승진을 했으며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김 상무이사는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덕을 쌓기 위해 노력하며 올바른 생각과 철학으로 행동하는 불교인은 언제나 이웃과 가족에게 환영을 받는 법”이라며 ‘불교를 중심에 놓은 생활’이 비결이라고 웃으며 말한다.

매일 아침 8시. 김 상무이사는 남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해 5개의 일간지를 훑어본 뒤 사무실 한쪽에 걸어둔 달마상을 보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바쁜 일정 때문에 좀처럼 사찰을 찾지 못하기 때문에 매일 아침 업무 시작 전에나마 명상을 하고 있다.
안심입명이야말로 과중한 스트레스 속에서도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하는 고위관리자나 CEO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그 때문에 김 상무이사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꼭 신행활동 할 수 있는 시간을 따로 떼어놓곤 한다.

하지만 김 상무이사가 불교에서 찾은 건 마음의 평화만이 아니다. 흔히 경제나 종교라 하면 막연히 생활과 동떨어진 세계로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김 상무이사에게는 세상만사가 경제 아닌 것이 없고 불교 아닌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부처님이야말로 김 상무이사의 ‘경영철학의 역할모델’이기 때문이다. “인생을 경영하고 자신을 경영하고 결국은 중생들을 바른 길로 이끄는 불교를 경영해낸 부처님은 확실히 모든 경제인의 CEO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중생의 괴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제자들과 함께 평생 동안 ‘대기설법’을 펼쳤던 부처님의 인생은 ‘고객불편 최소화’와 ‘고객만족’ 경영을 지향하는 기업에게 지금도 큰 가르침을 준다.

뿐만 아니라 언제나 대중의 의견을 중요시하고 대화에 귀 기울이는 부처님의 태도 역시 귀감이 된다. 김 상무이사는 가정이든 사회든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화의 장이 마련돼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끊임없이 아랫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기 위해 노력한다. 회의 시간에는 30대 직원이 30분 이상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배려하며, 항상 부하직원이 먼저 발언의 기회를 갖는다. “불교의 자자와 포살제도를 도입해 서로가 먼저 자신의 아집과 교만을 버리고 겸손한 자세로 대화하는 회의방식을 염두에 두고 진행합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사업철학은 연기법이다. 김 상무이사는 모든 업무를 진행할 때 연기법에 적용이 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본 뒤 결정을 내린다. 그가 생각하는 연기법이란 ‘질 높은 서비스와 고객지향적인 마인드’를 통해 기업을 경영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돌아온다는 믿음이다. 리콜이 잘돼야 발전한다는 논리가 연기법을 통해서 풀리는 셈이다. 한 명의 최고 경영자가 연기법을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경영마인드를 심어준다면, 그 기업은 높은 고객지향정신과 사회적 책임감을 갖는 경쟁력 있는 회사가 될 수밖에 없다.

불교사상 내에서도 불교경영에 적용할 점은 많다. 품질과 서비스, 혁신 등 경영근본 원칙을 강조하는 미국경영학에 비해 동양의 경영학은 ‘모든 사람에게 정성을 다하는 조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특히 종업원을 내부의 잠재적 고객으로 보기 때문에, 내부 고객의 만족이야말로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동양경영학은 종업원의 만족이 소비자의 만족보다 크거나 같을 때, 윈-윈(Win-Win) 경영이 가능해진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남을 이롭게 하면 그 이로움이 결국 자기에게로 돌아온다는 불교의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정신으로 볼 수 있지요.”

‘모든 것이 변한다’는 제행무상 또한 언제나 변화하는 시장을 상대해야 하는 기업인이 마음에 새겨야 할 법칙이다. 훌륭한 경영인의 조건은 문수보살의 지혜와 보현보살의 실천행을 겸비하는 것으로, 실천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 김 상무이사는 불교경영의 실천원리를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팔정도를 경영철학과 결합해 지침으로 삼을 것을 권했다.
이은비 기자 | renvy@buddhapia.com
2006-02-25 오후 11: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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