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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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제 짝은 어디 있나요?"
대성사 ‘따뜻한 만남’ … 130명 참가, 9쌍 '눈맞춤'
“주변에 좋은 사람이 없다고 생각되십니까? 그렇지만 불교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지요. 누구에게나 인연은 있습니다. 잠시 스치는 인연이라도 소중하게 여기겠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를 다시 한 번 살펴보세요.”

충북 옥천군 옥천읍 교동리 대성사는 ‘그 곳에 가면 결혼할 수 있다’는 소문 덕택에 일약 미혼남녀들의 성지가 됐다. 이렇게 입소문이 난 것은 대성사 주지 혜철 스님이 지난해 2월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따뜻한 만남’이라는 중매카페를 개설한 뒤부터다.

부처님이 굽어보고 있는 대성사 뜰 앞을 거닐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참가자들


혜철 스님은 카페 등록회원들을 커플로 맺어주기 위해 매주 일요일 20~30여 명의 회원을 사찰로 불러 ‘선남선녀 만남법회’라는 이름의 오프라인 맞선을 주선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10명, 20명 모이던 것이 어느 날부터인가 점점 많아져서, 일주일에 한 번씩 열던 것이 올해부터는 셋째 주 일요일에 여는 것으로 바뀌었다.

지난 2월 19일에도 어김없이 미혼남녀를 위한 ‘선남선녀 따뜻한 만남’ 법회가 열렸다. 매 주 일요일마다 열리던 것을 한 달에 한 번 여는 것으로 바꾼 뒤 처음으로 갖는 법회라서 그런지, 이날따라 유난히 많은 참석자들이 몰렸다.

법회에 참가한 130여 미혼남녀들은 경내에 들어서 불공으로 마음을 경건하게 가라앉힌 뒤 혜철 스님의 얼굴을 바라본다. 무슨 법문이 시작될까 싶은 호기심으로 가득 찬 눈이다.

하지만 혜철 스님은 모여 앉은 사람들에게 “저만 쳐다보지 마시고 서로 눈을 돌려 여기 있는 선남선녀 얼굴들을 한번 자세히 살펴보세요”라고 주문했다. “선남선녀들은 모두 귀중하고 덕성 있는 사람들입니다. 좋은 인연을 만나 선근을 심으려는 마음을 가진 1등 배우자감이지요”라며 독려하던 스님은 한 발 더 나아가, 부끄러워서 눈도 제대로 못 맞추는 참가자들에게 “여기서 배필을 찾아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은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조언하기까지 한다.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는 참가자들.


참가자들도 용기가 난 듯, 점차 서로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경기도에서 왔다고 소개한 한 남성은 “요리가 취미라서 일을 하는 틈틈이 요리사자격증까지 땄습니다. 저에게 오시는 분은 제가 날마다 맛있는 요리를 해드리겠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말해 법당 안에 웃음꽃이 터지기도 했다.

서울 이태원에서 왔다는 김모씨(39)는 2남 중 장남이고 부모님은 칠순이라고 소개하며 “다른 분들에 비해 단점만 많고 내세울 장점은 없는 것 같아 부끄럽지만 그래도 믿어주는 여성이 있다면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다”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 놓아 여성들의 호감을 샀다. 젊은 총각들의 자기 어필은 소개할 때뿐만이 아니라 만남법회 내내 이어졌다.

공양간에서 공양주보살이 깎아 나눠 먹으라고 과일들을 넣어주자, 주변에 있던 남성회원들이 여성회원에게서 과도를 뺏어들고 “이런 건 우리가 해야죠”라며 능숙한 솜씨로 과일을 깎기 시작한다. 방 한 쪽에 앉아있던 여성회원들이 소근 소근 속삭이며 웃는 것이, 그리 싫지 않은 눈치다. “어머나, 우리보다 더 잘 하네.”

한 달에 한번 만남법회를 주선하는 혜철 스님이 참가자들을 독려하고 있다


이상형에 대한 이야기도 종종 나온다. 길모씨(여ㆍ32)는 자신이 참석한 이유를 "조건만 맞추는 만남이 아니라 평생을 함께 나눌만한 확신이 드는 사람을 찾고 싶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부부란 평생을 함께 공부해나갈 수 있는 ‘도반’이라고 생각해요. 부처님 전생담을 보면 부처님도 전생에 연꽃 일곱 송이를 공양한 처녀와 부부의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고 나오잖아요. 법회에 함께 참석하고 부처님 뜻을 따르며 함께 긴 세월을 나눌 수 있는 그런 배우자를 만났으면 좋겠어요.” 왜 수많은 결혼정보회사를 놔두고 이 작은 사찰에 사람들이 몰리는지 짐작이 가는 말이다.

만남법회는 앞으로 더욱 다양한 시도를 해나갈 예정이다. 이날 법회에서도 ‘법당에서만 만날 것이 아니라 야외에서 만나는 방생법회를 열자’거나 ‘한 달에 한 번 법회에 참석할 때 각 지역별로 차량카풀을 하도록 하자’는 등의 의견이 나왔다. 법회에 참석한 남녀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의견을 내고, 이를 스님께 전달하면 스님이 의견을 수렴해 다음 법회에 반영한다. 또 마음에 드는 사람의 이름을 넌지시 자신의 이름과 함께 적어내면, 스님은 개별적으로 이들 회원에게 연락을 해준다. 쪽지에 무엇인가를 열심히 쓴 뒤 사찰을 나서는 이들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이날 맺어진 아홉 커플의 얼굴에는 설레임과 기쁨이 가득했다.


대성사 따뜻한 만남 카페는

옥천 대성사 회원들은 온라인 카페에 가입해 먼저 자신의 신상명세와 소개를 올린 뒤, 한달에 한번 셋째주 일요일에 열리는 만남법회에 참석한다. 지난해 2월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해 회원 수 2천여 명을 돌파한 ‘따뜻한 만남’ 카페 외에도, 혜철 스님은 올해 1월 16일에 새로운 카페인 대성사 붓다카페(cafe.buddhapia.com/community/dasungsa)를 불교포탈 부다피아 내에 개설해 더 많은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려 하고 있다.

새로 열린 대성사 붓다카페는 미혼남녀와 재혼남녀 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끔 따로 게시판을 분류해 놓았고 게시판마다 회원들의 직업과 연봉, 가족사항 등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자기소개서로 빼곡하다. 현재 약 600여 개에 이르는 회원정보가 올라와 있지만, 결혼 소원을 성취하고 싶은 누리꾼들로 인해 날마다 사연과 사진이 끊이지 않고 업데이트 되고 있다.

카페에는 ‘대성사 및 불교 뉴스 모음’를 비롯해 ‘지대방 방문손님 글쓰기’ ‘대성사 법회·행사 안내’ ‘선남선녀신청현황’ ‘재혼만남신청현황’ ‘법회참석후기’ ‘I LOVE YOU (당신을 사랑합니다)’ ‘지혜의 글 남기기’ ‘43문항으로 자신설명’ ‘선남선녀 사진올리기’ 등 불자남녀의 인연을 맺어줄 다양한 카테고리가 구성돼 있다.

이러한 온ㆍ오프라인 연계 만남법회를 통해 지난해 결혼에 골인한 커플은 총 7쌍에 달하고 8번째 커플이 결혼을 앞두고 있다. 50여 쌍은 결혼을 전제로 교제중이다.

대성사 주지 혜철 스님이 온ㆍ오프라인을 통해 ‘중매쟁이’를 자처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법당을 신축하는 것만이 불사가 아니라, 불제자가 인연을 맺고 서로를 믿을 수 있게 이끄는 것이야말로 큰 불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족해체, 경제적 양극화와 취업자 난 등으로 인해 실의에 빠지고 결혼적령기를 넘긴 젊은이들에게 매주 법회를 통해 서로의 가능성을 찾아내고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스님은 카페 개설 이유를 밝혔다.
이은비 기자 | renvy@buddhapia.com
2006-02-23 오후 6:17:00
 
한마디
아뭏든 잘 하시네요. 반가운 소식입니다. 스님 계속 정진하십시오.
(2006-03-05 오후 3:43:29)
92
처음에는 10명, 20명 모이던 것이 어느 날부터인가 점점 많아져서, 일주일에 한 번씩 열던 것이 올해부터는 셋째 주 일요일에 여는 것으로 바뀌었다. ... 사람이 늘어서 주1회를 월1회를 바꾸었다구???
(2006-02-27 오전 10:12:33)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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