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느질로 전통 가사의 맥을 잇고자 하는 노력이 시작됐다. 동국대학교 사회교육원 전통자수반(교수 유희순)이 2월 한 달 동안 겨울방학 특강으로 전통가사연구원 정지상 원장의 강의를 마련해 칠조 가사를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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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가사 제작은 재봉틀 등을 활용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전통의 맥을 오롯이 이은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이번 특강은 재봉틀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전통의 방식을 전승하고자 마련된 것이다. 30대에서부터 60대에 이르는 수강생들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가사를 조성했다. 전통 가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 전통 가사 만들기
전통가사는 가사불사를 주관하는 도편수스님의 지휘 하에 가사 마름질을 하는 양공스님, 바느질을 하는 침선스님, 염불하는 송주스님이 정성과 신심을 다해 완성한다.
전통가사를 만드는 바느질은 당침이라 한다. 홑바느질의 일종으로 가사를 조성할 때 사용하는 바느질법이다. 가사바느질은 바늘땀이 동글동글 보이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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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가사의 조수(條數)를 결정해야 한다. 조수에 따라 대의(大衣) 중의(中衣) 소의(小衣)로 나뉜다. 이때 긴 조각을 장, 짧은 조각을 단이라 부르는데 조수별로 장ㆍ단의 숫자가 다르게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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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대의는 정식가사인 승가리(僧伽梨)로 상품 중품 하품으로 나뉜다. 상품(21조 23조 25조)가사는 4장1단으로 5쪽을, 중품(15조 17조 19조)가사는 3장1단으로 4쪽을, 하품(9조 11조 13조)가사는 2장1단으로 3쪽을 마른다. 중의인 7조 울라다승은 윗옷 속옷, 소의인 5조 안타회는 하의 속옷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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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25조 가사는 대종사 법계에서 수할 수 있는 가사인데 125조각을 이어 만든다. 23조 가사는 115조각, 21조 가사는 105조각, 19조 가사는 76조각, 17조 가사는 68조각, 15조 가사는 60조각, 13조 가사는 39조각, 11조 가사는 33조각, 9조 가사는 27조각으로 이루어진다. 7조 울다라승은 21조각, 5조 안타회는 10조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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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들을 이을 때는 가사를 펼쳤을 때의 중심인 주복을 기준으로 양쪽으로 같은 수만큼의 조각을 이어 붙인다. 그 다음에 네모로 완성된 위에 난(欄)을 얹어 바깥쪽은 반당침으로 하고 안쪽은 상침으로 세 땀씩만 뜬다. 네 귀를 짠 다음 사천왕과 일광 월광을 달고 영자(끈)를 품에 맞게 달아 완성시킨다. 완성된 가사는 점안식을 거쳐야 비로소 법의로 탄생한다.
가사의 크기는 실용성을 감안하여 적당한 크기여야 하는데 ‘율’에서는 ‘자기의 몸을 재서 적당한 분량으로 맞게만 입으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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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사는 위의를 갖추어 의식을 집전할 때 수하는데 가로 180cm~240cm, 세로 85cm~120cm 크기의 장방형이다. 야외법회 또는 예불을 올릴 때나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위하여 수하는 반가사는 보통 가로 160cm~170cm, 세로 60cm~70cm의 크기로 한다.
정지상 전통가사연구원장은 “가사는 법복이기에 한 땀 한 땀 기도하는 마음으로 조성해야 한다”며 “가사불사를 통해 업장을 소멸하고 전통을 계승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 통문(通門)이란?
마름질한 조각들을 연결해 만들어내는 가사는 일반 바느질과는 달리 그 연결 부위에 통문(通門)을 만든다. 통문은 콩을 넣었을 때 지나갈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을 연결 부위마다 만들어주는 것으로 이 통문을 통해 부처님이 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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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를 수한 스님에게는 동서남북 사방에서 사천왕이 외호를 한다. 부처님께서는 우주와 법계에 가득한 참 진리를 깨닫게 하기 위해 이 문을 통해 다가오는 것. 이 문의 숫자는 가사의 조수에 따라 다른데 25조 대가사의 경우에는 332곳의 통문이 존재한다. 23조 가사는 306개, 21조 가사는 280개, 19조 가사는 199개, 17조 가사는 179개, 15조 가사는 159개, 13조 가사는 102개, 11조 가사는 88개, 9조 가사는 74개의 통문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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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문을 바느질 할 때에는 부처님의 명호를 외우는데 상품 중품 하품가사를 바느질 할 때 각기 다른 부처님의 이름을 염불하게 된다.
상품(21조 23조 25조)가사의 경우 제일금강당불, 제이아미타불, 제삼석가모니불, 제사미륵존불, 제오아촉불, 제육묘색신불, 제칠묘음성불, 제팔향적광불, 제구대통지승여래불을, 중품(15조 17조 19조)가사는 제일유위불, 제이시기불, 제삼패엽불, 제사구류손불, 제오구나함모니불, 제육가섭불, 제칠교주석가모니불을, 하품(9조 11조 13조)가사는 제일청정법신비로자나불, 제이원만보신노사나불, 제삼천백억화신석가모니불, 제사구품도사아미타불, 제오당래하생미륵존불 등의 불명호를 염불한다.
△ 가사의 다른 이름
가사는 용도 모양 공덕 색에 의한 명칭이 다 다르다. 염의(染衣) 적혈색의(赤血色衣) 괴색의(壞色衣) 간색의(間色衣)는 색깔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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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들이 시주함으로 복을 짓기에 복전의(福田衣), 속념을 떠나 수행에 전념할 수 있는 효과를 지녔다 해 해탈복(解脫服)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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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여법의(如法衣) 응법의(應法衣) 항마의(降魔衣) 자비복(慈悲服) 분소의(糞掃衣) 공덕의(功德衣) 라는 명칭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