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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속 인자보이차
짱유화 교수의 보이차 이야기7
보이차가 오늘날까지 신드롬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인자보이차의 공이 절대적이다. ‘인자(印字)’란 보이차 겉 포장지에 글자를 인쇄했다는 뜻이다.

사실 앞서 출하됐던 골동보이차에는 포장지 자체가 없었다. 둥근 모양으로 만들어진 골동보이차는 보이원차라고도 하는데, 한 편의 중량은 7량 곧 지금의 357g이었으며, 7편을 한 죽통에 담았다. 대체로 찻잎을 증기로 가공할 때 차상점들이 자신들의 상호와 제품에 관한 내용을 작은 종이에 새겨 찻잎과 함께 압제하였으며, 이러한 종이를 가리켜 ‘내비(內飛)’라고 한다.

인자보이차


제품포장을 보면 죽통으로 싼 7편의 푸얼원차에는 포장지가 없었고, 다만 7편의 푸얼원차를 죽순으로 마무리 포장할 때 상호를 가리키는 도안 및 문구를 인쇄한 큰 종이 곧 ‘내표(內票)’를 7편 중 최상단의 원차 위에 깔아 출하한 것이 이들 개인 차상점들의 공통된 포장법이다.

내비와 내표는 모두 차상점의 선전물로 사용됐으며 때로는 차의 진위를 살피는 징표로 이용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만약 당시 보이차에 이러한 내비와 내표 마저 없었다면 보이차의 역사는 오늘날까지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이는 근거 없는 제품은 생명력이 결여되기 마련이며, 자생력 없는 상품은 소비자들에게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폐허가 된 남나차창


보이차가 겉 포장지로 쌓이기 시작한 것은 1952년 때부터이며, 중국이 공산화된 후 3년만의 일이다. 사유재산제(私有財産制) 대신에 재산의 공유를 실현시킴으로써 계급 없는 평등사회를 이룩하고자 하는 중국공산당정부의 이상이자 신념이다. 그 일환으로 차를 관장하는 각 지방의 국영회사의 이름을 바꾸는 동시에 중국차를 대표할 수 있는 심벌마크를 정하기에 이르렀다.

1950년 보이차를 관장하는 회사는 중국차엽공사운남성공사(中國茶葉公司雲南省公司)로 개명되었고, 이듬해인 1951년 조승후(趙承煦)라는 사람이 설계한 도안인 ‘팔중차(八中茶)’가 중국 내의 모든 차상품의 공식로고로 등재된다. 상표 등록된 이 도안은 8개의 붉은 ‘중(中)’자로 둥글 원을 만들고 그 중앙에 녹색 ‘차(茶)’자를 새긴 마크로 되어있다. 여기서의 ‘중’자는 중국을 말하고, ‘팔(八)’이란 발(發)의 음을 빌려 발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색상에 있어 ‘중’자를 붉은 색으로 택한 것은 공산당의 상징적 빛깔과 길상(吉祥)이라는 뜻을 내포되어 있고, ‘차’자를 녹색으로 쓴 것은 찻잎의 원색에서 비롯된 발상이다.

‘팔중차’ 로고가 탄생된 후 보이차는 모두 개별 포장되어 출하됐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은 개인 차상점 곧 무포장지 보이차 제품의 근거지가 이무(易武)였다면 공산화 이후 국영업체의 포장지 있는 보이차 제품의 중심지는 맹해였다는 점이다. 중국의 공산화는 보이차에 있어 포장지의 유무를 가늠케 하는 하나의 기점이 된 것이다.

인자를 대표하는 보이차로는 홍인(紅印), 녹인(綠印), 황인(黃印) 등 제품이 있으나, 대체로 홍인과 녹인을 주 대상으로 삼는다. 이러한 명칭은 출시 때에서 비롯된 이름이 아니고 후일 시장상인들에 의해 붙여진 상품이름이다. 그냥 보이원차로 출하됐던 차를 어째서 색깔로 새로이 분류되어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일까? 그 연유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인쇄상의 오류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50년대 초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 생산되었던 인자급 보이차의 포장지에는 사실 2가지 색상밖에 없다. 팔중차 로고 중 ‘차(茶)’자만 녹색으로 될 뿐 남은 글자는 모두 붉은 색으로 인쇄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초에 출하된 보이원차 상품에서 ‘차’자를 비롯해 포장지 전체를 붉은 색으로 인쇄했던 것은 당시의 낙후된 인쇄기술과 작업자의 나태한 자세에서 비롯된 합작물이다.

이러한 잘못된 포장지의 인쇄는 몇 년 동안 지속되었고, 이때의 상품을 후일 ‘홍인’이라 명하게 된다. 이후 포장지의 ‘차’자를 원안대로 녹색으로 인쇄하게 되는데, 이 제품을 ‘녹인’이라 불렀고, 이어 잉크 배합비율의 실수로 인해 ‘차’자가 노란색을 띈 것을‘황인’이라 했다. 그리고 홍콩의 상인들이 붙인 ‘녹인’이라는 이름이 타이완 사람에게 건너가‘남인(藍印)’으로 불리어 또 한 차례 변신하게 된다.

홍인과 녹인의 차맛은 다르다. 또한 인자급이라도 인쇄지와 글씨체에 따라 여러 가지의 맛이 배어난다. 이는 찻잎은 농작물이기에 해마다 품질이 같을 수가 없고 찻잎의 원료와 배합비율에서 생긴 차이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짱유화 | 한서대 교수
2006-03-02 오전 9: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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