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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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송의 청안한 맛 가득, 용주사
108사찰생태기행(54)-수원 성황산 용주사
유교 지상주의와 배불(排佛)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던 조선시대에 창건·중창된 사찰 가운데 상당수가 조선 왕실과 인연을 맺고 있다. 조계종 2교구본사인 용주사(龍珠寺)와 25교구본사 봉선사도 그중 하나다.

용주사의 전신은 신라 하대 창건된 갈양사(葛陽寺)라고 한다. 한동안 기록에서조차 사라졌던 갈양사가 역사에 새로 등장한 것은 조선 정조 때의 일. 정조는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지금 서울 배봉산으로부터 화성 화산으로 옮기고, 갈양사 옛 터에다 용주사를 새로 창건했다.

용주사 중앙선원을 외호하듯 감싸고 있는 소나무 숲.


용주사의 뒷산은 ‘화산(花山)’이라고 불리지만 갈양사 창건 당시부터 ‘성황산(成皇山)’으로 불렸다. 용주사 동종에 새겨진 ‘成皇山 後身 花山 葛陽寺 龍珠寺(성황산 후신 화산 갈양사 용주사)’라는 명문이 이를 고증한다. 융건릉이 자리한 화산은 용주사와는 2km나 떨어져 있다.

용주사가 들어선 성황산은 지역개발로 난도질을 당해서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최근에는 용주사와 융건릉을 포함해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되면서 풍전등화 상태에 놓여있다. 특히, 생태축으로 반드시 살려두어야 할 용주사와 융건릉 사이 2km 구간이 택지와 공공시설지역으로 개발되면 성황산의 생태계 보전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용주사 경내진입로.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사찰의 수행환경은 자연환경적 요인 외에 인위적 요인으로도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개발주최측이 아직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용주사는 왕실의 원찰로 창건되었기 때문에 가람배치가 전통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일주문을 따로 세우지 않은 것부터가 다르다.
연풍교를 건너 진입로 좌우의 넓은 공간에는 소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 오리나무 등등이 인공식재되어 있는데, 그 중 훤칠하게 잘 자란 오리나무 다섯 그루가 단연 눈에 띈다.

우뚝 솟은 오리나무.


용주사의 전각들은 경사가 느린 성황산 자락에 앉았다. 경내는 경사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한 4개의 석단으로 구분지어 있는데, 삼문-천보루-대웅보전-시방칠등각(칠성각) 등의 공간이 그것이다.

좌우에 긴 줄행랑을 거느린 삼문은 왕실이나 사대부의 건축에서 볼 수 있는 양식이다. 누각 건물인 천보루(天保樓)와 좌우의 행랑에 이어진 나유타료(那由他寮)와 만수리실(曼殊利室) 역시 왕실이나 사대부 건축에서나 볼 수 있는 ㅁ자형의 건축물이다. 누각을 받치고 있는 사다리꼴 기둥돌은 경복궁 경회루의 기둥돌을 그대로 축소해놓은 듯하다.

다듬지 않은 돌을 기둥으로 사용한 용주사 수각.


마당 동쪽 개울가에는 샘이 마른 옛 수각(水閣)이 자리하고 있다. 막돌 기둥이 투박하나마 질박스럽게 지붕을 떠받치고 있다. 물을 쓰는 수각에 돌로 기둥을 세운 것은 생태적 지혜이다.
대웅보전 둘레에는 전돌이 깔렸다. 전돌은 점토를 네모나게 구운 것으로, 예전에는 건물 내부에 마루 대신 깔기도 했다. 현재 경복궁 근정전을 비롯해 주요 궁궐의 정전 내부에도 깔려 있고, 칠갑산 상대웅전을 비롯해 몇 곳의 고찰에도 내부에 전돌이 깔려 있다. 전각 둘레에 전돌을 깔면 흙바닥이나 시멘트바닥보다 친환경적이다.

대웅보전 석축 아래에 2백여년 전 정조가 심었다는 천연기념물 회양목 한 그루가 서 있다. 지난 2002년도에 고령으로 열반에 든 후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되었다. 지금은 방부처리되어 고사목으로 보존되고 있다.

회양목은 상록 관목으로, 석회암 지질을 좋아한다. 맹아율이 높아서 가지치기를 통해 둥근 수형을 만들어 조경수로 삼거나 촘촘히 심어서 생울타리로 삼기도 한다.
경내 담장 너머 숲속은 선원 영역이다. 선원 주변은 눈맛 좋은 노송들로 그득하다. 연륜을 느끼게 하는 노송음삼(老松蔭森)은 포행길에 나선 수좌(首座)들처럼 청안해 보인다.

대웅보전의 방재를 위해 만든 연못.


선원을 저만큼 비켜서 고즈넉한 소나무 숲길이 정상으로 이어져 있다. 선방 수좌들이 즐겨 포행을 다니는 길이다. 선원 위쪽으로는 수령이 30년 안팎인 소나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소나무 숲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신선한 공기이다. 한 사람이 하루 동안 소모하는 산소의 양은 30년생 소나무 5그루가 하루 동안 만들어내는 산소의 양과 같다고 한다. 이 소나무 숲은 용주사의 허파와도 같다.

성황산은 인접한 화산에 비해 생태계가 튼실하지 못하다. 동식물의 종류와 개체수도 현저히 떨어진다. 화산과는 달리 오랜 기간 동안 숲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을사람들의 무단출입과 무분별한 화목 채취도 큰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고, 성황산의 북사면에 개발된 골프장은 지금도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색딱다구리.


성황산은 산체(山體)가 작아서 이렇다 할 골짜기가 발달하지 못했다. 다만, 동쪽으로 도랑 규모의 개울이 흐르고 있는데, 개울을 거슬러 올라가면 선원 위쪽으로 습지가 있다.
옛 갈양사 터로 추정되는 이 습지는 성황산의 생태 비오톱(Biotop)이다. 소나무만큼이나 보전 가치가 있는 성황산의 자연생태적 거점이다.

성황산의 조류상은 다양성에 비해 개체수가 적은 편이다. 딱따구리류, 박새류, 참새류를 비롯하여 직박구리, 붉은머리오목눈이, 멧비둘기, 멧새, 굴뚝새, 어치, 꿩 등의 텃새들이 관찰되고 있다.
맹금류로는 말똥가리와 황조롱이가 용주사 앞 농경지에서 관찰됐다. 그러나 태안 3지구가 개발되면 식생의 변화와 함께 조류의 다양성도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멧토끼와 고라니가 성황산에서 발견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두 종류 모두 보지 못했다고 주민들은 말하고 있다. 조사기간 중에 그들의 배설물이나 족적 등이 전혀 발견되지 않아 그들이 융건능 쪽으로 몸을 숨긴 것으로 보인다.

성황산은 야생동물들이 살기에는 열악한 환경이다. 군부대처럼 높은 철책이 성황산을 에워싸고 있기 때문이다. 이 철책은 밤낮없이 드나드는 등산객들로부터 수행환경을 지키기 위해 용주사에서 설치한 것이다. 모양새는 좋지 않지만, 숲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다만, 야생동물들이 드나들 수 있도록 골프장 경계쪽은 적당 구간의 철책을 걷어내고 생태통로를 열어주는 것이 그들에 대한 대우일 것이다. (cafe.daum.net/templeeco )
글·사진=김재일 | 사찰생태연구소장
2006-02-09 오전 11:34:00
 
한마디
좋은정보 고맙습니다. 옮겨갑니다.
(2007-07-16 오후 11: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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