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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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수행환경 위협 받는 미륵도량
[108사찰 생태기행](52)미륵산 용화사
미륵산은 통영시의 남쪽, 미륵도 섬 가운데 해발 461m로 우뚝 솟은 산이다. 산 이름이 상징하듯 미륵산은 미륵보살의 산이다. 신라 고찰 용화사(龍華寺)를 비롯해 관음사(當來禪院), 도솔암(兜率庵), 미래사(彌來寺)가 모두 그 용화세계에 깃들어 있다.

미륵산 케이블카 공사 현장


통영에 내리면 항만 건너 미륵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8부 능선 절벽 위에 거대한 탑크레인이 박혀 있고, 그 상부 정류장 탑크레인으로부터 쇠줄을 타고 공사에 필요한 자재들이 쉼없이 오고간다. 통영시가 발주한 미륵산 케이블카 공사 현장이다.

통영시는 상부 정류장 부지 소유자인 용화사와 조계종단의 허가를 얻지 않고 불법으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종단의 불허 방침은 상부 정류장 완공 후 속속 들어설 각종 편의시설들이 미륵산의 자연생태와 산내 사찰의 수행환경을 파괴시킨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미륵산 케이블카 공사를 막지 못하면 남해안 일대에 계획되고 있는 수많은 케이블카 건설을 막을 명분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나무를 파고든 철책에서 미륵산의 아픔이 느껴진다


용화사 경내로 드는 돌계단 오른쪽으로는 풍광 좋게 자란 삼나무 숲이 있고, 왼쪽으로는 연못이 자리하고 있다. 때마침 단풍나무가 꽃보다 아름다운 단풍을 피워 한 폭의 가을 풍경화를 멋지게 그려주고 있다. 연못 또한 인공미가 절제되어 주위 풍광과 잘 어울린다.

용화사는 지명도에 비해 경내가 좁다. 그나마 법당 앞마당은 워낙 습해서 이끼가 끼고, 늘 질퍽거린다. 고심한 나머지 마당에다 네모난 돌을 바둑판처럼 놓았다. 자갈을 깔거나 시멘트로 덮어버리지 않고, 땅을 살려두려는 자비심과 생태지혜가 짠하다.
경내에는 동백나무, 치자나무, 돈나무, 팔손이나무, 종려나무 등 몇 종의 난대수종들이 식재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생태조경은 눈에 띄지 않는다. 법당 뒤 석축 사이에 때늦은 꽃향유가 안간힘으로 꽃을 피우고 있다.

용화사 마당


법당 옆으로 난 오솔길은 관음암으로 이어진 길이다. 팔손이 한 그루가 담장 밖에 꽃을 피우고 있다. 외모는 사뭇 이국적이지만, 남해안 곳곳에 자생하는 우리의 난대수종이다. 8개의 잎사귀가 마치 손바닥모양으로 갈라져서 팔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관음암 가는 길은 호젓한 숲길이다. 키 큰 소나무들 아래로 맥문동과 함께 자금우, 야생차, 고비, 청미래덩굴 등등이 있다. 마치 밭처럼 군락을 이루고 있는 맥문동은 자생력이 강해서 기후가 온난한 남쪽지방에서는 겨울에 잎이 죽지 않고 지상에 남아있다. 미륵산은 맥문동이 지피식물처럼 전역을 덮고 있는 맥문동 최대 군락지이다.

용화사 팔손이나무


관음암은 용화사의 산내암자로 선원이 개설되어 있다. 당래하생미륵존불(當來下生彌勒尊佛)이라고 했던가. 당래선원(當來禪院)이라는 현판이 석루에 덩그러니 걸려있다. 석루는 접합 부분의 시멘트물이 빠져 나가면서 화강암 육추가 기우뚱한 모습이다.

선원답지 않게 불사에 욕심을 부린 흔적이 곳곳에 비친다. 잔디 마당도 그렇거니와 연못 한가운데 섬을 만들고 세운 칠층석탑도 주변 풍광과 그리 잘 어울리는 그림은 아니다.
그 연못 석축에 두꺼비 모자가 조각 되어 있다. 개구리와는 달리 헤엄을 못치는 두꺼비 모자, 장마철에 연못에 물이 불어나면 걱정이다.

관음암에서 도솔암까지는 비포장길로 300여미터 거리다. 주변 숲은 소나무, 팽나무, 서어나무, 때죽나무 등이 어울린 혼효림이다. 송악들이 죽기 살기로 나무 줄기마다 기어오르고 있다.
칡덩굴이 광합성만을 방해한다면, 송악은 거기에다 수분과 양분까지도 착취하기 때문에 송악의 공격을 받은 나무는 고달프기 그지없다.

도솔암은 효봉(曉峰) 선사가 6·25 전쟁때 상좌인 구산(九山) 스님을 데리고 머물면서 후학을 지도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경내 동국선방 앞 치자나무들이 잎에 윤기가 흐르도록 청청하게 자랐다. 때마침 꽃보다 아름다운 노란 열매를 내달았다. 젊은 납자가 치자를 따다가 정성스레 처마 밑에 말리고 있다.

멋쟁이나비는 이름 그대로 아름다운 나비이다. 연 2~4회 정도 나타나는데, 날씨가 따뜻한 이 지역에서는 연 4회 나타난다. 늦가을에 보이는 것들이 올해 마지막 태어난 것으로, 성충 상태로 겨울을 난다. 더 추워지기 전에 열심히 꿀을 따서 몸속에 저장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

겨울을 성충으로 나는 것으로는 참나무겨울자나방이 미륵산에 보인다. 주로 활엽수가 많은 숲에 나타나며, 날개의 길이는 약 4cm 정도에 연황색을 띠고 있다. 여름날에 자벌레로 살다가 번데기로 탈바꿈한 후 늦가을에 성충으로 나타나 그대로 겨울을 난다. 겨울이라는 이름도 그런 생태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도솔암부터는 숲길이 좁아지지만,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서 산책하기에 알맞다. 20분 가량이면 정상으로 이어지는 안부에 닿는다. 이 안부는 밤이면 너구리가 마실을 다니고, 눈 내리는 겨울이면 멧돼지가 새끼들을 데리고 이따금 나타나 통영 시민들의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는 곳이다.

미륵산의 포유류상 중 청설모는 가장 개체수가 많은 종이다. 일설에 따르면 부산-통영-여수-목포를 잇는 해안지방에 청설모가 유난히 기승을 부리는 것은 청설모가 남방지역에서 배를 통해 들어온 외래종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곳에서도 다람쥐는 청설모와 들고양이의 등쌀에 기를 못 펴고 있다.

미륵산 정상 부근에는 통영병꽃나무 40여 개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통영병꽃나무는 전세계에서 이곳 미륵산에서만 자라고 있다. 통영병꽃나무는 인동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관목으로, 잎은 타원형이며 꽃은 5월에 피며 분홍색이다. 나무의 높이는 2m 남짓하고, 수피는 암회색이다.

미륵산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통영시민들의 접근성이 좋다는 점이다. 웰빙시대를 맞아 통영시민들이 시도 때도 없이 미륵산을 공원처럼 오르내리고 있다. 그 바람에 등산로가 산에 거미줄처럼 어지러워서 산림생태를 적잖이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주요 등산로에 대한 휴식년제를 정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것은 시민들 스스로가 할 일이다. http://cafe.daum.net/templeeco

글·사진=김재일(사찰생태연구소장) |
2006-02-09 오전 1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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