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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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사찰의 보육기능 확대ㆍ개방해야"
긴급진단 '저출산 고령화 대책과 불교계의 역할'
정부의 저출산고령화 대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저출산 대책안에 따르면 약 20조원의 보건복지부 예산 중 절반에 이르는 9조7762억원이 영·유아 보육료와 교육비 지원에 집중돼있다.

이런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종교계는 2005년 6월 불교, 개신교, 천주교 3대 종교를 연합해 ‘저출산고령화 시민연대’를 출범시켰다. 개신교가 주도했다. 올 1월에도 ‘생명과 희망의 네트워크’를 발족하고 저출산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관계분야의 전문가들은 개신교의 이렇듯 발 빠른 행동은 정부의 예산 집행을 선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아복지를 통한 종교 이미지 제고면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불교계는 ‘전문인력 부재와 예산 부족’이란 이유로 현안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대한 불교계의 역할과 현주소를 살펴봤다.


이웃에게 울타리 낮춘 교회

2월 10일 오후 4시 여의도순복음교회. 2~7살 정도 아이들 50여명이 보육교사의 반주에 맞춰 열심히 동요를 부르고 있다. 여름성경학교 기간도 아닌데 평일 날 웬일로 아이들이 교회에서 여러 가지 놀이를 지도받으며 간식까지 먹고 있을까? 바로 1월 20일 문을 연 ‘여의도순복음어린이집’의 모습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어린이집은 자녀를 둔 인근 직장여성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정부의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발맞춰 직장여성을 위한 보육시설을 개원해 경제형편이 어려운 부부들의 부담을 덜어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를 막고 여성의 사회진출을 장려하는 취지에서 저소득층, 맞벌이 부부들을 위한 탁아·보육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어린이집은 총면적 290평으로 제1교육관 2개 층을 리모델링해 만든 어린이집이다. 보육대상은 생후 10개월~7세까지의 미취학 영유아이며 운영시간은 오전7시30분~오후7시30분까지다.

이곳에 아들 다성이를 맡긴 최미정씨(서울 서초구·35)는 매일 아침 다성이와 함께 집을 나선다. 직장이 여의도순복음교회 인근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의 직장어린이집처럼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아이가 아플 때 잠깐 살펴보는 것도 가능하다.

최씨는 독실한 불교신자지만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종교에 관계없이 근처 직장인을 위해 개방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부담이 없다. 최씨는 돌도 지나지 않은 다성이를 맡기는 것이 처음에는 불안했지만 친절한 선생님 덕택에 지금은 만족하고 있다.

종교를 가리지 않는 교회 부설 어린이집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가정사역위원회 관계자는 “기독교계는 1월 20일 ‘생명과 희망의 네트워크’를 발족하고 저출산문제 해결에 앞장서기 위해 ‘교회 울타리 낮추기 운동’을 시작했다”며 “이 운동은 어린이집 시설을 비기독교인에게도 확대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일부 교회가 해오던 것을 앞으로는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또 관계자는 이미 150개 교회가 참가 의사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기독교계, 정부예산 배정 선점

사실상 불교계가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때는 ‘저출산고령화 대책 시민연대’의 발족이 있었던 2005년 6월부터다.

이 연대는 불교여성개발원과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가정사역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불교여성개발원은 발족에 즈음해 불교계가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해 책임의식을 갖고 자녀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시민운동 전개와 정부가 각종 사회제도를 마련하도록 정책을 제안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아이를 마음 놓고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힌바 있다.

하지만 이 현안에 대한 종단의 시스템 부족과 전문인력 부재, 재정적인 어려움 등으로 아직까지 실무적인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문제에 대해 그동안 불교여성개발원이 내놓은 대책방안을 살펴보면 △사찰 내 놀이방 및 보육시설 확대 홍보 △저출산고령화대책 연구전문위원회 구성 △혼인준비교실 프로그램 설립 △중장년 여성보육도우미 양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과 불교여성개발원이 역점을 두고 정책입안 작업을 했던 대목이 바로 사찰 내 놀이방 및 보육시설 확대와 저출산고령화대책 연구전문위원회 구성이다.

불교여성개발원측은 사찰 내 놀이방 및 보육시설 구축 계획안을 조계사에 건의했지만 예산부족과 사찰 내 공간 부족 등의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종단에 건의한 저출산고령화대책 연구전문위원회 구성안 역시 같은 이유로 무산됐다.

이처럼 불교계의 저출산고령화 대책마련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뭘까. 일차적으로는 종단 산하기관으로서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주관하고 있는 불교여성개발원과 종단, 불교사회복지재단, 일선 사찰 스님들 간의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필요성에 대한 인식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불교여성개발원 이화 사무국장은 “정부의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이웃종교는 이미 정부로부터의 정책과 예산 배정에 대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아복지시설로 말미암아 포교에 있어서도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 이 사무국장은 “부설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 사찰은 있으나 사찰 공간을 활용해 ‘복지와 포교’ 두 마리의 토끼를 잡고 있는 사찰이 없다며 스님들의 포교와 복지에 대한 새로운 마인드 정립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인구감소, 불교계도 심각한 타격

조계사 임시법당을 찾은 김민주씨(오른쪽 첫번째)는 절에 보육시설이 없어 아이들과 함께 오면 정진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이 출산율이 계속될 낮아질 경우 2100년에 국내인구는 2천여만명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럴 경우 경제적인 측면에서 내수 축소로 인한 수출 의존도가 높아질 뿐더러 군사ㆍ외교적인 역량도 약화돼 국가위기의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인구가 감소될 시 불교계도 심각한 타격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신도수가 줄면 사찰 재정 압박은 물론 그와 맞물려 포교에도 비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현재 어린이 포교와 청년층의 불교 인구 감소로 미루어 짐작할 때 불교계가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또 정부 정책에 불교계가 함께 함으로써 예산에 대한 선점효과와 유아복지로 인한 불교이미지 제고 및 새로운 포교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지난 1993년 1.67명이었던 것이 2000년에는 1.47명, 2002년 1.17명, 2003년 1.19명으로 떨어졌다.

이는 세계 평균 2.69명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고 선진국 평균 1.56명에도 밑돈다. 출산율 하락으로 비상이 걸린 일본도 1.32명으로, 우리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반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00년 7.2%에서 2010년이면 10.7%,2020년 15.1%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인구 3명당 노인 2명 이상을 부양해야 하는 초고령사회가 되는 셈이다. 이는 저출산으로 인한 고령화 비율이 훨씬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급속한 출산율 저하는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될 국가적인 과제가 됐다. 애를 많이 낳지 않는 주된 원인으로는 양육부담이 첫번째 이유로 꼽힌다.


외국의 저출산 대책은?

그렇다면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가입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을까? 프랑스의 경우 1930년대부터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출산 장려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2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정에 ‘가족수당’이 지급된다. 두 자녀 가정은 매달 108유로(약 14만원), 세 자녀 가정은 매달 248유로(33만원), 세 자녀 이상은 추가로 140유로(19만원)가 주어진다. 또 출산 보너스(800유로·107만원)와 ‘신생아 환영수당’으로 3세까지 매달 160유로(21만원)를 지원한다.

독일은 1990년 ‘아동·청소년 보호법’을 공포하면서 유치원, 유아원, 방과 후 보육 시설 등을 오전ㆍ오후ㆍ종일반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세계최초로 임산부에게도 출산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임신 6개월 미만 임산부에게 9230엔(약 9만원), 6개월 이상 임산부는 1만 3960엔(14만원)을 주고, 산모에게는 8580엔(8만 5000원)의 출산보조금을 지급한다.


사찰에 놀이방·보육시설 갖춰야

각 종교의 저출산고령화 대책은 그 종교의 사회적 위상은 물론 포교(선교)전략과 맞물려 있다. 개신교가 이 문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불교는 어떤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까.

우선 불교여성개발원이 내놓은 ▲저출산고령화대책 연구전문위원회 구성 ▲사찰 내 놀이방 및 보육시설 유치 ▲중장년 여성보육도우미 교육양성 일자리 창출 등에 종단이 적극 개입해 실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조계종 뿐 만아니라 ▲범종단 차원의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대한 정보 공유 네트워크 시스템 구축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대한 예산지원의 법제화 등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 직장에 다니는 불자여성들에게 보육문제가 시급한 만큼 불교계복지관과 도심사찰을 활용해 보육기능을 확대해 노동시장에서도 불자여성들이 육아에 대한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조계종 총무원의 관계자는 “현재 불교계에서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불교여성개발원 한 곳 뿐이다”며 “총무원 기획실과 사회부, 포교원, 불교여성개발원,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등이 현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저출산고령화대책 테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이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기획취재팀=한명우ㆍ노병철 ㆍ 유철주 기자 | sasiman@buddhapia.com
2006-02-17 오후 6: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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