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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깨진 다구를 새것처럼 수리해서 사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감상용 도자기와 달리 직접 차를 우려 마시는 다구는 건강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수리가 까다롭다. 때문에 그동안 많은 차인들은 깨진 다구를 일본의 다구 전문점에 맡겨 수리를 해오고 있는 형편이다. 만만치 않은 수리비와 긴 수리 기간을 감수하고서라도 다구를 수리하고자 하는 것은 다구가 단순한 ‘차 우리는 기구’를 넘어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고 수양하는 도반(道伴)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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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인사동 즈미화랑 내에 문을 연 김경환다도구수리연구소는 그래서 더욱 반갑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후 입소문을 타고 차인들 사이에 알음알음 알려지기 시작한 다도구수리연구소를 2월 10일 찾아갔다. 이날도 연구소 한편에는 수리를 기다리는 다구들이 빼곡히 놓여 있었다.
“고미술과 차에 관심이 있던 차에 한 장인으로부터 다구 수리법을 배우게 됐습니다. 이후 기초 지식을 응용해 나름대로 보기 좋으면서도 인체에 안전한 수리법을 개발했습니다. 처음에는 주위 분들의 다구를 한 두 개씩 수리를 해드리다 입소문이 나 이렇게 다도구 수리 연구소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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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을 얻기보다 깨진 다구로 가슴 아파하는 차인들의 마음을 위로해준다는 목적으로 시작한 다구 수리는 이제 김경환 소장(즈미화랑 대표)의 ‘본업’을 위협할 정도다. 하루 예닐곱 통씩 걸려오는 수리 요청 전화로 이미 한 두 달 가량은 예약이 끝난 상태다.
수리를 요청하는 다구들 중 대부분은 자사호와 다완. 재질이 가볍고 얇아 깨지기 쉬운 자사호는 뚜껑과 손잡이, 출수구 부분이 주로 깨지고 다완은 입술 부분이 깨지는 경우가 흔하다. 김 소장이 흔쾌히 수리에 응하는 것도 이렇게 생활 속에서 쓰이는 다구들이다. 장식장 속에 ‘모셔져’ 있는 다구 보다 실생활에서 쓰이는 다구의 수리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리비용을 3~10만원 정도로 비교적 저렴하게 받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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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이뤄진 다구 수리법을 살펴보면, 석고수리와 돌가루 수리, 호마이카 수리, 옻 수리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각각 조금씩의 단점이 있어 자주 쓰이는 다구를 수리하기에는 완전하지 못합니다.”
김 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석고로 없어진 부분을 성형해 구운 후 색을 입히는 석고 수리는 100℃ 끓는 물에서는 강도가 약해서 이어붙인 부분이 약해져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돌가루와 접착제를 이용해 수리할 부분을 성형한 후 색을 입히는 돌가루 수리 역시 뜨거운 물을 자주 부으면 접착력이 떨어지고 접착제가 녹아 나올 수 있다. 일반적인 도자기 수리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호마이카 수리법은 육안으로는 수리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하게 되지만, 비용이 비쌀 뿐 아니라 전문 수리점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그나마 다구 수리법으로 적합한 것은 옻을 이용해 성형 또는 접착을 하고 금칠을 하는 법이라고 김 소장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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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김 소장이 개발한 수리법은 무엇일까?
먼저 화학 세제 대신 소금에서 추출한 천연물질로 다구의 때를 제거한다. 이때 찻물로 양호된 부분의 때를 제거하고 싶지 않다면 수리할 부분만 세척한다. 다음은 깨지거나 떨어져 나간 부분, 또는 갈라진 틈 등에 기물의 태토와 비슷한 물질을 반죽해 메운다. 태토가 굳어지면 겉모양을 다듬고 그 위에 유약과 금분(金粉)을 섞어 붓으로 발라준다. 유약이 마르면 재질에 따라 180~450℃의 가마에서 구워내면 완성된다.
만약 자사호의 손잡이나 꼭지 부분이 떨어졌을 때는 강력 접착제로 붙이거나 공방 등에서 금을 이용해 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적인 수리를 원한다면 접착제로 붙이지 말고 깨진 조각을 다 챙겨 두었다 수리를 맡겨야 한다.
“값을 떠나 주인의 애정과 관심을 받으며 차를 우려내는 다구가 세상 그 어느 다구보다 소중해 보인다”는 김 소장은 “아직은 금분이나 유약 등 수리에 필요한 재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전문가도 적지만 좀 더 저렴하고 편리하게 수리할 수 있도록 후진도 양성하고 수리법도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