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화선 프로그램이 알차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선결돼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특히 간화선 프로그램의 성패(成敗)를 좌우할 수 있는 ‘지도자’의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간화선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수행해온 지도자만이 ‘초보’ 수행자에게도 올바르게 간화선 수행체계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존에 참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시민선원과의 정보 교류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간화선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점검해본다.
가장 하고 싶은 수행 ‘참선’
조계종 포교원이 2004년 1월 발표한 ‘신도수행의식 설문조사 보고서’를 보면 흥미로운 내용이 눈에 띈다.
| ||||
조계종 포교원 고명석 포교연구팀장은 “이미 수 년 전부터 불자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의 수행 열기는 높아지고 있다”며 “종단 차원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간화선을 보급해 시민들이 어렵지 않게 수행할 수 있는 환경조성과 프로그램을 운영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대중들의 수행 열기를 반영해 마련된 것이 바로 간화선 프로그램이다. 이번 간화선 프로그램은 그동안 산중에만 머물러왔던 간화선을 일반 불자와 시민들이 쉽게 이해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불교계 안팎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총 11주에 걸쳐 간화선 공부
간화선 프로그램은 모두 11회에 걸쳐 진행된다. 불교대학 등 종단 기본교육을 이수하고 간화선에 입문한 불자 각 42명을 대상으로 불광사와 봉은사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왜 수행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으로 문을 열어 ‘선으로의 초대’ ‘양변을 여읜 자유로운 삶-간화선과 중도, 연기’ ‘지혜의 길, 자비의 길-간화선과 무아, 공’ ‘간화선과 무한향상의 길’ ‘간화선 이해하기’ 등으로 진행된다. 기초 불교교리와 간화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과정이다.
이어 간화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화두’를 들고 직접 실참(實參)하는 과정이 계속된다. ‘화두 알기와 들어보기’ ‘화두 속으로’ ‘간화선 수행체계 이해하기’ ‘생활 속의 화두’ ‘수행공동체의 길’ 등이 바로 그것이다.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 소장 현종 스님은 “짧은 시간에 쉽게 간화선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일부의 지적이 있긴 하지만, 11주 동안 간화선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시작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와 같은 간화선 프로그램은 일반 불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 등에게 적용되는 프로그램은 해당 계층 불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존의 간화선 프로그램을 응용할 예정이다.
3~4월 중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되는 청소년 간화선 프로그램은 집중력 향상과 학습효과 증대는 물론 불교적인 심성과 인성을 계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영화 등의 각종 시청각 자료와 상담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간화선에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대학생 간화선 프로그램 역시 학생들에게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용어를 순화하는 것은 물론 여러 가지 게임을 활용해 간화선에 대한 이해를 높일 방침이다.
청소년 간화선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는 동대사대부속여고 박영동 교법사는 “학생들이 어려워할 수 있는 간화선 용어를 쉽게 풀이한 자료집을 만들 예정”이라며 “학생들이 보다 쉽게 간화선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비중을 많이 두고 있다”고 밝혔다.
프로그램 연구자를 지도자로?
그러나 이러한 간화선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것은 간화선 프로그램을 지도할 수 있는 지도자를 확보하는 문제다.
옛 선사들의 여러 일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간화선은 스승의 올바른 지도 속에서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조계종은 우선 올해 시작되는 간화선 프로그램의 지도 기존에 프로그램을 연구해온 조계종 소임자와 관련학자 등 10여명의 관계자들에게 맡길 방침이다. 당장 프로그램 운영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지도자가 없기 때문이다.
조계종 포교원의 한 관계자는 “정형화된 프로그램 교안이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간화선 프로그램 연구자들이 올바르게 프로그램을 지도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계층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는 한 관계자도 “간화선 프로그램 교안에 지도자 지침을 정리해 놓긴 했지만 상황에 따른 대처 요령 이상은 아닌 것 같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동국대 선학과 교수 법산 스님은 “지도자는 간화선 수행관과 정체성이 명확한 사람으로 출재가를 막론하고 수년간 수행해온 사람이어야 한다”며 “간화선 실참보다 교학적 연구를 주로 해온 사람들이 지도자로 나서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화두를 들고 수행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오랫동안 수행을 해온 사람들이 지도자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으로의 지도자 확보와 양성도 중요하다. 조계종 교육원은 지난해 10월 18~19일 대구 동화사 비로암에서 열린 ‘간화선 대중화를 위한 토론회’ 결의를 받아 가칭 ‘간화선 지도자 양성 교육기관 설립 추진위원회’ 구성을 서두르고 있다. 선원장스님들과 학자, 종무기관 소임자, 재가자 등으로 구성될 추진위원회는 간화선 지도자 양성에 관한 실무를 담당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적절한 간화선 프로그램 지도자 요건은 무엇일까? 조계종 교육원의 한 관계자는 “스님은 4안거 이상, 재가자는 실참 경력 3년 이상 정도로 우선 자격을 잡아놓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깊이 있고 효율적인 프로그램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0년 이상 실참을 해온 스님과 재가자들이 지도자로 나서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같이 ‘이론과 실참’을 겸비한 수행자들이 지도자로 나서느냐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선원장회의와 수좌회도 프로그램 준비를 같이 해온 만큼 내년부터는 적절한 스님들을 추천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계종 포교원 신도국장 원철 스님은 “대중화에 매몰돼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을 지도자로 세워선 안 된다”며 “선원장회의나 수좌회가 추천하거나 인정하는 사람들을 우선 지도자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영 노하우 공유로 시너지 효과
지도자 문제와 함께 전문가들은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 프로그램이 ‘간화선’에 근거해 정립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앞서 정리한 것처럼 현재 각 계층별 프로그램은 ‘눈높이’ 운영을 지향하며 각각의 연구팀이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간화선의 이해를 돕는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상담’이나 ‘놀이’등의 부수적인 측면만을 강조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자칫 ‘달’이 아닌 ‘손가락’에 집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 간화선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는 성천문화재단 김홍근 연구실장은 “간화선 체계를 이해하고 정견(正見)을 세우는 것이 선행돼야 할지,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을 통해 간화선에 다가가게 해야 할 지에 대해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 문제 역시 만만치 않은 과제임을 내비쳤다.
또 참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시민선원과 사찰과의 지속적인 교류도 중요하다. 간화선 또는 조사선 수행을 주창하며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시민선원은 전국에 약 50여개에 이르고 있다.
특정 수행법을 놓고 우열을 가리는 것이 아닌 각 선원별로 수년전부터 계속해온 수행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질 수 있다. 부산 무심선원 김태완 원장은 “조계종의 간화선 프로그램이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큰 틀에서 공통적인 수행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운영 노하우를 공유한다면 적지 않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지난해 서울 조계사와 금강선원에서 2차례에 걸쳐 시행된 시범 운영을 발판으로 진행되는 간화선 프로그램. 조계종이 올해 10대 핵심사업과 21개 주요사업으로 꼽을 만큼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간화선 프로그램에 불교계 안팎의 시선들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