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종무기관과 주요 단체들이 구색 갖추기용에 불과했던 고문단이나 자문위원회를 실질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다각도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일부 기관과 단체는 이미 인력개편 작업을 진행하면서 인재활용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상태며, 나머지 기관과 단체들도 활로 찾기에 나섰다.
특히 사회가 다변화되고 불교계가 대처해야 할 분야와 사안의 폭이 확대됨에 따라 이 같은 형태의 자문그룹이 계속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런 움직임은 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비판받는 관리부재 현실
사실 불교계 종무기관과 각 단체 고문단이나 자문위원회를 두고 “위촉은 있는데 관리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불교여성개발원이 여성불자 108인을 선정해 발표하자, 선정 목적과 기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이 같은 지적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됐다. 이름만 올려놓고 실질적인 활용을 하지 못할 바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조계종 종책자문위원회의 경우 사회 각계 전문가들에게 종단과 불교발전을 위한 자문을 구해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펴겠다는 목적으로 2003년 8월 발족됐지만 이후 이렇다할 활동도 하지 못한 채 유명무실해졌다. 자문위원들의 임기(2년)가 만료돼 작년에 재 위촉을 했어야 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아래 재 위촉마저 하지 않았다. 사실상 폐지된 셈이다.
생명나눔실천본부의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 역시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으면서 사라졌고, 지금은 꼭 필요한 자문위원 2명을 위촉해 활용하고 있다.
조계종 국제교류위원회 역시 발족한 지 5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 세미나 한 차례 연 것 외에는 실질적인 활동이 없는 상황이고, 조계종 중앙신도회의 각 분야 전문가와 명망가 51명으로 구성된 지도위원 역시 ‘관리부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불교환경연대의 경우 고문, 지도위원, 중앙위원, 전문위원 등으로 150여명의 많은 인사들이 위촉돼 있지만 실질적인 활동은 거의 없는 편이고, 불교여성개발원의 경우도 여성불자로 선정된 108인의 활동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파라미타 청소년협회 역시 15명의 중앙위원을 자문단으로 위촉해 놓고 있지만 활동은 미미한 상태다.
인력활용 시스템의 ‘차이’
자문단 위촉은 ‘인재 풀(pool)’을 구축해 사안발생시 각계 전문가들을 활용할 수 있는 골격을 갖춘다는 의미와 함께 상시 활동을 통한 실질적 운영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인재풀’ 형태는 상징적인 의미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고, 또 실제로도 이런 의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상시 활동을 통한 실질적 운영 역시 자문위원들의 개인 여건과 활용 시스템 부재에 따라 구두선에 그쳐왔음을 종무기관과 단체 관계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재가연대의 인력활용은 눈여겨볼 만하다. 초창기 상임고문, 상임지도위원, 운영위원을 형식적으로 위촉만 해놓았던 재가연대는 고민 끝에 이들이 의사결정기구인 운영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면서 자문역할을 넘어선 단체의 일원으로 자리 잡도록 했다.
조계종 포교원의 국제사이트 자문단과 인드라망생명공동체의 지도위원과 전문위원단 역시 실질적인 기능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케이스다.
재가연대 윤남진 사무처장은 “자문위원들이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과 함께 활동 성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외부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관건”이라고 말했다.
기관ㆍ단체들 재편작업 나서
이 같은 한계와 모순을 인식한 기관과 단체들은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인력재편 작업에 나서고 있다.
조계종 중앙신도회는 2월 17일 집행위원회를 열고 24명의 고문단과 51명의 지도위원 중 활동 가능한 인사와 새로 발굴한 인물을 한데 묶어 지도위원으로 통합하고, 이들을 복지 통일 신행 등 분야별 위원회 또는 포럼에 포진시켜 정기적인 활동을 하도록 하는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불교환경연대 역시 2월 23일 총회를 열어 150여 명에 달하는 고문, 지도위원, 중앙위원, 전문위원 가운데 활동 가능한 인사 40명을 선별해 지도위원으로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7~8명의 자문위원단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2월23일 공식 출범하는 복지재단 연구소에 자문위원과 연구위원을 포진시켜 연구작업을 진행할 방침이고, 파라미타는 중앙위원과 집행위원의 이원적 구조를 단일화해 효율을 꾀한다는 방침아래 재가연대와 중앙신도회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불교여성개발원은 1ㆍ2차 두 차례에 걸쳐 선정된 여성불자 108인을 대상으로 3월 이후 워크숍을 열고 앞으로의 활동방향과 역할을 모색할 예정이며, 조계종 국제교류위원회도 올해 자문위원 세미나를 열고 활성화 방안을 탐색한다.
올해 들어 첫 가동되는 위원회들도 형식보다는 내실을 꾀하고 있다. 13인의 변호사로 구성된 조계종 법률자문단은 경력 10년 이상 된 변호사들을 중앙종무기관 각 부서 위원회에 배치하는 한편, 10년 미만의 변호사들은 3월부터 조계사에서 불자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무료법률상담을 실시한다.
또 3월초 발족할 조계종 생명윤리위원회도 자문역할 외에 정책 및 현안 연구기능을 수행하는 방안을 찾고 있으며, 외부의 언론인으로 구성되고 있는 조계종 미디어위원회 역시 실질적인 기능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