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문화가 살아있는 종로구 견지동·수송동·경운동 일대 신생 오피스텔과 대형 사무공간을 중심으로 불교관련 문화 클러스터 형성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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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수송동에 위치한 지상 13층 규모의 최첨단 주상복합 건물 ‘두산 위브’. 2005년 1월에 입주를 시작한 이곳은 총 448실. 이 가운데 대략 10%가 불교관련 업무를 보는 사무실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종합 불교용품점으로 이름나 있는 ‘상운중심’도 최근 1층에 매장을 냈다.
이곳의 입주자들도 하루 종일 건물 현관과 엘리베이터에서 승복을 입은 스님들과 마주치는 것을 전혀 어색해 하지 않는 눈치다. 현재 도서출판 민족사, 장경각, 설법연구원, 밀교신문사, 해인강원동문회, 불광여행사, 불교상조회 단체 연화회, 불교IT업체 마하넷 등 불교관련 단체들이 입주해있다.
“어이쿠, 어서오세요!” 스님이 문을 열고 기자를 반겼다. 설법연구원장 동출 스님이다. 두산위브 1213호는 지난해 11월 인사동 부근의 수운회관에서 옮겨온 ‘설법연구원ㆍ도서출판 솔바람’의 새 둥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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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사무실의 한쪽 벽은 외부와 맞닿은 투명창으로 한겨울 햇살이 넘쳐났다. 직원은 모두 6명. 다들 컴퓨터 앞에서 준비 중인 단행본의 교정 작업에 여념이 없다. 스님은 “새 건물인데다 정남향으로 채광이 좋아 한겨울에도 난방걱정이 없다”며 활짝 웃었다.
동출 스님은 “사무실을 이곳으로 옮기면서 지인들과 필자들이 수시로 찾아올 수 있는 ‘접근성’이 좋아졌다”며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저렴한 임대료’도 무시할 수 없어요. 시내 대형건물들은 경기에 상관없이 비싼 임대료를 물어야 하지만, 개인소유인 오피스텔은 시쳇말로 임자를 잘 만나면 시세이하로도 계약이 가능하거든요. 게다가 주위에 조계종 총무원과 조계사를 비롯한 각종 불교단체들이 모여 있어 불교계 동향을 파악하는 ‘정보습득’이 용이해요. 게다가 길 하나사이에 인사동 경복궁 등이 바로 연결돼 ‘문화적 환경’도 빼어납니다.”
스님은 “조만간 두산위브에서 생활하는 불교인들과 ‘반상회(?)’를 소집해 이웃의 정의 나눠야겠다”며 너털웃음을 웃었다.
불교계 출판사 등 많은 업체들을 중개했다는 ‘위브공인중개사’
사무실의 곽외경 실장은 “조계사가 가깝고, 주변보다 3~4배나 싼 관리비(평당 8000원 수준), 교통이 편리한 도심 한 가운데라는 점 때문에 불교계 인사들로부터 두산위브가 선호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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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국로 대로변에 인접한 ‘우정 에쉐르’도 규모는 작지만 불교관련 사무실로 꽉차있다.
2004년 4월 입주를 시작한 이곳은 15층 건물에 모두 50여 실이 입주해 있다. 재단법인 만불회, 관음여행사, 아제여행사, 푸어재, 다도리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불교관련 단체와 여행사, 보이차 업체들이 즐비하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도 “현관의 사무실 명패만 봐도 알겠지만, 2층 한의원과, 3층의 중국어 학원을 빼면 거의 모든 사무실이 불교와 관련된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건물 외부의 ‘우정 에쉐르’ 간판을 가리면 사실상 ‘불교회관’인 셈이다.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한 경운동의 현대식 오피스텔 ‘SK허브’에도 불교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장 먼저 서울 우면동 관문사에 있던 천태종보사가 ‘금강불교신문사’라는 새 이름으로 입주했다. B동 3층 180평을 사들인 천태종은 이곳을 각종 미디어 사업과 남북교류 등 대사회사업의 전진기지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우정국로 사거리 코너의 ‘대성 스카이렉스’가 아파트 54실과 오피스텔 61실 규모로 2008년 입주에 맞춰 한창 공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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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기획국장 성묵 스님은 “견지동이 불교 1번지로서의 명성을 이어가면서 불교계 자본과 인재가 한데 어우러지는 진정한 불교ㆍ문화 클러스터가 되기 위해서는 명실상부한 포교전진기지와 대사회적 창구로 확고히 자리 잡아 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교계 일각에서는 사무실 유지조차 어려운 여건에서 포교와 전법에 매진하는 단체들을 위해 불교계 각 종단이 좀 더 일찍 불교회관 건립에 나섰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클러스터란?
비슷한 업종의 다른 기능을 하는 기업, 기관 등이 특정 지역에 모여 있는 곳으로 연구 개발을 담당하는 학교와 연구소, 생산을 담당하는 기업, 각종 금융 지원을 맡는 벤처 캐피털 등이 한 곳에 모여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는 것을 일컫는 경제용어. 지방자치단체들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제나 산업분야 뿐만 아니라 예술과 문화 등의 클러스트화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