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책은 아파트로 숲을 이룬 어느 도심지 툇마루 창가에 둥지를 튼 황조롱이 이야기를 다룬다. 이 황조롱이 식구는 어쩌다가 아파트숲에서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 집 툇마루 창가에 둥지를 틀었고, 마침 그 그림쟁이는 이런 새나 벌레나 꽃이나 나무를 찬찬히 그림으로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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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나 나무라고는 아파트를 새로 지을 때 돈 주고 옮겨다 심은 것밖에 없는 곳에서,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흙이고 땅이고 다 뒤덮은 곳에서, 나뭇가지 하나, 먹잇감 하나 찾기 어려운 그 아파트숲에서 황조롱이는 새끼를 치고 길러낸다.
사람만 살겠다고 만든 아파트숲 한켠에 어렵사리 자리를 얻어서 사는 `사람 아닌 목숨', 사람과 똑같이 `자연 가운데 하나'인 목숨이 있다.
그림책 <늦어도 괜찮아 막내 황조롱이야>를 보면서 우리들 사람 목숨, 자연 목숨, 사람 삶터, 자연 삶터를 차분하게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세상이 사람만 살면 되는지 아니면 사람이 자연과 함께 오순도순 지내면 좋은 세상인지 느긋하게 되새기면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으면 좋겠다.(된장, aladdin.co.kr)
○잃어버린 가방 실천문학사, 박완서 지음
한국 문학의 기둥 박완서가 소설이 아닌 기행산문집 <잃어버린 가방>을 선보였다. 국내외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그것에서 생각하고 깨달은 것들이 담긴, 때로는 투덜거리기도 하고 자신의 속마음을 수줍게 고백하는 기행산문집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래서일까. 박완서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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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가방>에 수록된 글은 열두편으로 기행지로 국내는 남도, 하회마을, 섬진강, 오대산이 있고 국외로는 바티칸, 상해, 티베트, 카트만두 등이다. 박완서가 방문한 곳들은 산발적이다. 여행의 목적을 정해서 장소들을 두루 선택했다기보다는 인생에 우연히 끼어든 기회 덕분에 찾은 곳들이 많은 탓이다. 때문에 첫 인상은 고향에 있다가 이웃사촌들의 인연 덕분에 고향 밖을 나가고 해외까지 나갈 기회를 얻은 어르신의 모습이다.
<잃어버린 가방>은 삶이 앞장 서 있다. 몸과 마음이 여행을 품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노작가, 아니 박완서라는 인간의 진실함이 묻어난다. 놀랍다. 앞서 말했듯 책이 나왔다는 사실 때문에 놀란 것이 아니다. 사실에 담긴 진실이 놀랍다. 묵직하고 진지한, 가슴을 새기는 삶의 언어들이 꼬리를 무는 <잃어버린 가방>, 끝자락이 유달리 길게 느껴진다. (정군, yes24.com)
○달려라, 아비 창작과비평사 김애란 지음
그녀의 팬이 되어 버렸다. 처음엔 우연히 얻게 된 책이었기에 아무런 기대없이 읽기 시작했었지만, 읽을수록 그녀의 기발한 상상력에 웃고, 공감하며, 감동받고 책 속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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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9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이 책은 하나하나가 정말 보물과 같았다. 「달려라,아비」에서 만삭인 어머니를 버려둔 채 나가버린 아버지, '사랑의 인사'에서는 놀이공원에서 실종된 아버지, 그리고 '그녀가 잠 못 드는 이유가 있다' 에서 어느 날 불쑥 나타나 하루종일 tv에만 매달려 있는 아버지. 그녀는 아버지의 상실로 인한 불행과 상처를 핑계대며 절망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원망하지 않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또한 '나는 편의점에 간다'는 소비자도 길들여진 도시에서의 삶을 편의점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통해, '노크하지 않는 집'은 한공간에 거주하면서도 한사람이 방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서야 문밖을 나오는 방식으로 철저히 서로를 외면하고 사는 다섯 아가씨를 통해 개인주의과 획일화 된 현대인의 삶을 보여주며 자신의 존재 이유를 고민하기도 한다. (달아이, yahoo.com/ysp/lib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