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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출토문화재 소유권 확립 박차
회암사지 승소 계기… 월정사 등 소송준비
대웅전 앞마당에서 출토된 성보문화재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정답은 국가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사찰 경내지에서 출토된 매장문화재는 사찰과의 관련성이 증명되어야 해당 사찰에 소유권이 인정된다. 문중 소유의 묘에서 출토된 유물의 경우 혈맥을 인정해 문중 소유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번에 소유권이 인정된 회암사진 맷돌.
문화재청은 옛날부터 존재했던 사찰이라 할지라도 스님들의 법맥이나 법계도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사찰 경내지 출토 문화재를 국가에 귀속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혈연 중심적 사고에 익숙한 문화재청이 옛날 사찰에 살던 스님들과 현재 살고 있는 스님간의 관계가 불분명하다며 사찰의 연속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논란의 종지부를 찍는 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의정부지법 민사 합의 12부(부장판사 김성곤)는 양주 회암사가 사적 제128호 회암사지에 있는 출토 문화재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2004년 12월 29일 문화재청과 양주시를 상대로 제가한 소송에 대해 2월 1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회암사가 소실되어 없어졌지만 이후 조금 떨어진 곳에 현재의 회암사를 재건해 스님들이 활동하고 있기에 옛 회암사와 현 회암사를 동일한 사찰로 봐도 무방하다”며 “회암사 소유지에서 출토된 문화재는 현재의 회암사 소유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사찰이 경내지에서 발굴된 유물에 대한 권리를 소송을 통해 인정받은 첫 번째 사례로 향후 사찰 경내지 출토 성보문화재에 대한 반환 움직임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송을 주도한 봉선사 혜문 스님은 “불교 탄압책에 의해 불타버린 회암사를 지켜온 불교계의 노력과 사찰의 연속성을 법원이 인정해 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향후 사찰 경내지 출토 유물에 대해 제자리 찾기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테두리 안쪽이 현 회암사 소유지.
사찰 경내지 발굴은 1965년 분황사 건물지에 대한 발굴에서부터 2005년 선암사 경내 유적발굴까지 총 63회에 걸쳐 진행됐다. 이 가운데 출토문화재가 사찰로 돌려진 사례는 도갑사, 나주 운흥사, 실상사, 축서사 등 4곳에 불과하다. 한번 국가에 귀속된 문화재는 반환되지 않는 반증이다.

특히 사찰 이름이 분명하게 명기된 유물조차도 소유권을 인정해주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월정사의 경우 최근 실시된 8각9층석탑 및 석조보살좌상 주변 발굴 및 배수로 정비사업에서 출토된 ‘月精(월정)’명 암막새 등 다수 사명이 있는 기와류 등 43점의 성보문화재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했으나 인정받지 못했다.

현재 월정사와 함께 최근 발굴 조사를 마친 영동 영국사, 남원 실상사, 울산 동축사 등도 사찰 경내지에서 출토된 성보문화재에 대한 반환 소송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찰 경내지에서 출토된 유물은 사찰이나 불교법식과 전혀 관련없는 문화재가 아닌 이상 불교의 종교적 정통성과 정체성을 뒷받침하는 유산으로 해당 사찰에서 소유권이 있다는 것이 불교계의 입장이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현존 사찰 경내지 및 소유 토지에서 문화재가 출토되었다고 해도 해당 유물의 소유권이 현존 사찰에 있다고 일괄적으로 보기는 어렵고 해당 사찰의 법맥의 연속성, 해당 유물과 사찰의 관련성 등을 밝힌 이후에 소유권 인정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번 양주 회암사 소송을 계기로 사찰 경내지 출토문화재 관리의 문제점에 대한 법령 보완 및 행정지침의 개선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현 회암사 소유지에는 약 5천점의 유물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화재보호법 제 46조 제1항은 “제43조의 규정에 의한 발견 신고가 있을 때에는 문화재청장은 당해 문화재의 소유자가 판명된 겨우에는 그 발견자로 하여금 그 소유자에게 반환하게 하고, 소유자가 판명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중략) 관할 경찰서장에게 이를 통지하여야 한다”고 명문화되어 있다. 이에 따라 사찰 출토 매장문화재는 사찰의 연속성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30일간의 경찰서장의 공고 및 거치절차를 거쳐 국가로 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출토 문화재에 대해 해당 사찰에 이를 통보하지 않고 있어 해당 사찰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설령 공고 기간에 소유권을 공식적으로 주장하더라도 30일동안 출토 유물과 사찰과의 관계, 사찰이 문화재 당시의 사찰과 동일한지 여부 등을 해당 사찰이 직접 입증하게 되어 있어 짧은 기간동안 불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조계종에서는 출토 유물과 사찰의 관계, 사찰의 연속성 문제를 결정할 전담 기구 설치를 명문화해 줄 것과 공람 기간 연장 등을 주장하며 공청회를 거치는 등 정책 제안을 하고 있다. 또한 효율적인 성보문화재 관리를 위해 사찰 성보박물관의 역량 강화와 수장고 증 문화재 관리 시설을 늘리는 등 사찰 성보문화재에 대한 보존과 관리방안에 대한 노력도 강구하고 있다.

조계종 문화부 이분희 행정관은 “행정 편의적으로 만들어진 문화재 보호법과 하위 법령들이 출토 문화재에 대한 소유권과 보존 관리가 명확하게 개정되어야 할 것”이라며 “종단 차원에서도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효율적인 성보 문화재 관리에 전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사찰 경내지 이외의 폐사지 등 불교 유적지에서 나온 유물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도 못했다는 점에서 향후 관련 법규 제정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두식 기자 |
2006-02-04 오후 4: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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