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과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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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사기> 기록에 따르면 오늘날 부처님오신날에 행하는 연등놀이는 원래 정월대보름에 연례적으로 거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연등을 밝힘으로써 한해의 건강과 풍요를 기원했던 것이다. 또한 신라 때에는 정월대보름에 찰밥과 약과ㆍ유밀과를 만들어 불전에 올렸던 풍습이 민간에서 ‘한과’로 발전하기도 했다. 정월대보름에 자기 나이 수대로 다리를 밟거나 12개의 다리를 건너면 한 해 동안 재앙이 없고 다리가 튼튼해진다고 하는 ‘다리밟기’는 불교의 ‘월천공덕(越川功德)’에서 유래된 놀이이다. 월천공덕은 강으로 단절된 공간을 건널 수 있도록 다리를 놓음으로써 많은 사람들을 도와 복전(福田)을 짓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오늘날에도 각 사찰에서는 방생법회와 대보름법회를 열거나 우리의 세시풍속인 정월대보름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대보름맞이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어떤 놀이를 할까?
정월대보름의 대표적인 놀이로는 다리밟기와 지신밟기, 줄다리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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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아이들은 이날 겨우내 날리며 놀던 연을 띄운 후 줄을 끊어 날려 보내거나 달집에 넣어 태우기도 한다. 연에다 ‘액(厄)’자나 ‘송액(送厄)’ ‘송액영복(送厄迎福)’ 등의 글을 써서 띄운 후 해질 무렵 연줄을 끊어버림으로써 액운을 날려버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마련하는 정월대보름 행사 중 빠지지 않는 것이 달집태우기와 쥐불놀이다. 달집태우기는 정월대보름 저녁, 마을 동산에 올라 달을 맞이하며 ‘달 봤다’를 외치고 절하며 소원을 빈 후 장작, 볏짚, 솔가지, 댓가지로 높이 쌓아 만든 달집에 불을 살라 달맞이를 하며 한 해 농사를 점치는 것이다. 쥐불놀이는 논두렁에 불을 질러 쥐를 없앰으로써 그해 풍년을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
또한 대보름 아침 제일 먼저 보는 사람의 상대방 이름을 부르며 ‘내 더위 사가라’고 외치기도 하는데, 이렇게 더위를 팔면 그 해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믿음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무얼 먹을까?
정월대보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이 바로 오곡밥이다. 찹쌀, 차수수, 팥, 차조, 콩 등 다섯 가지 이상의 곡식을 섞어 지은 오곡밥은 다양한 영양소가 담겨 건강에도 좋을 뿐 아니라 모든 곡식이 잘 자라기를 바라는 뜻도 깃들여 있다. 대보름날에는 다른 성(姓)을 가진 집의 밥을 세 집 이상 먹어야 그 해의 운이 좋아지다고 하여 여러 집의 오곡밥을 서로 나누어 먹기도 했다.
오곡밥과 함께 늦가을 갈무리해 두었던 호박, 고사리, 가지, 곰취, 버섯, 시래기 등의 9가지 나물을 데쳐 무쳐 먹는 것도 정월대보름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이를 ‘묵은 나물’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먹으면 그해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다가오는 봄을 앞두고 겨우내 묵은 마른 나물을 먹고, 겨우내 부족한 비타민을 보충한다는 속뜻도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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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한 해 동안 귀가 잘 들리라고 마시는 귀밝이술과 피부병이 생기지 않게 해달라는 뜻으로 호두, 은해, 잣 등의 견과류를 깨물어 먹는 부럼 등이 있다.
한국사찰음식연구소(소장 적문)의 도움말로 대보름 오곡연자밥과 묵은 나물무침 요리법을 알아본다.
대보름 오곡연자밥
재료: 멥쌀 1/2컵, 찹쌀 1/2컵, 차조 1/2컵, 차수수 1/2컵, 검은콩 1/2컵, 팥 1/2컵, 소금 1작은술, 연자 1컵, 팥 삶은 물
1. 멥쌀과 찹쌀은 분량대로 준비해 씻어 약 2시간여 물에 불렸다 건진다.
2. 차수수는 깨끗이 씻은 다음 일어서 물에 담가 붉은 물을 우려낸다.
3. 콩은 깨끗이 씻어 일고 하루 저녁 물에 담가 불린다. 차조는 깨끗이 씻어 일어 놓는다.
4. 팥은 씻어서 불에 올려 충분히 잠길 정도의 물을 부어 끓어오르면 물을 따라 버리고, 다시 3컵 정도의 물을 부어 팥알이 터지지 않을 정도로 삶아 건진 후 팥물은 밥물에 섞어 사용한다.
5. 연자는 물에 푹 불려 절반으로 쪼개 놓는다.(파란 배아는 제거한다.)
6. 준비한 멥쌀, 찹쌀, 차수수, 콩, 팥, 차조, 연자를 함께 섞어서 열이 오르는 시루나 찜통에 베보자기를 깔고 찌는데 중간 중간에 팥물을 뿌려 가며 뜸을 충분히 들여야 촉촉한 잡곡밥이 된다.
묵은 나물 무침
재료: 말린 취나물 150g, 말린 고사리 150g, 말린 토란줄기 100g, 말린 가지 100g, 말린 시래기 150g, 호박고지 100g, 무 1/3개, 숙주 150g, 시금치 150g, 조림간장, 들깨가루, 들기름, 소금ㆍ깨소금 조금, 참기름 조금, 설탕 조금
1. 말린 취와 고사리, 토란줄기, 시래기는 먼지를 털어내고 푹 삶은 다음 건져서 찬물에 담가 불린다. 자주 물을 갈아주어 쓴물이 우러나고 부드러워지게 한다. 충분히 불면 건져서 물기를 꼭 짜고 먹기 좋은 길이로 잘라 놓는다.
2. 손질한 취나물에 들깨즙을 자박자박하게 붓고, 간장으로 간이 베게 한 후 은은한 불에서 취나물이 부드럽게 익을 때까지 익혀 연한 맛을 낸다.
3. 고사리는 5~6cm 길이로 잘라 들기름, 간장, 물을 넣어 간을 한 후 은근한 불에 푹 삶아 연하게 한다.
4. 손질한 토란줄기는 들깨가루, 간장으로 간을 한 후 역시 은근한 불에 무르게 푹 삶는다.
5. 마른 호박고지와 가지는 살짝 삶아서 깨끗이 헹궈내 물기를 꼭 짠 다음 들기름, 들깨즙, 집간장을 넣어 간이 베게 한 후 은은한 불에 푹 삶아 연한 맛이 나게 한다.
6. 손질한 시래기는 들깨즙, 들기름, 간장으로 간이 베게 한 후 역시 은은한 불에 푹 삶는다.
7. 무는 0.5cm 두께로 채 썰어 들깨즙, 소금으로 간을 하게 한 후 반드시 뚜껑을 덮어 푹 익게 하는데, 볶아 낸 무나물은 약간의 물기가 있는 게 맛이 훨씬 좋다.
8. 손질한 숙주는 생오이 채와 같이 소금과 참기름으로 간하여 무친다.
9. 시금치는 소금과 참기름으로 간을 하여 깨소금을 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