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 종합 > 종단
'정화'인가 '법난'인가
'태고종사' 조계종과 태고종 입장차 드러내
<태고종사(太古宗史)> 발간으로 해방 이후의 불교사를 바라보는 조계종과 태고종의 입장차가 얼마나 컸는지 재확인되고 있다.

한국불교태고종 산하 종단사간행위원회(위원장 수열 스님)가 7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한국불교 태고종의 역사를 정리한 이 책의 일부 문구들에 대해 조계종은 "조계종 폄하"라며 조계종 기관지를 통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문제의 발단이 된 부분은 청담 동산 금오 월하 스님 등 1950년대 당시 분규를 주도한 스님들을 ‘종권 탈취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던’ ‘종단 주도권에 눈이 멀어버린 비구수행승’ 등으로 표현한 것.

조계종 기관지 최근호에 따르면 “조계종단과 종단 스님들 그리고 정화운동을 왜곡하고 폄하한 글은 수도 없이 많다”며 “특히 ‘대통령과 정부의 힘을 등에 업고 종권을 탈취한 어용 비구승단’이라거나 ‘원(原) 조계종을 강탈한 종단’이라는 등으로 기술하고 있다”고 태고종측의 폄하와 왜곡을 주장했다.

이에대해 수열 스님은 “분규 당시의 성명서와 재판자료 등에 근거해 책을 썼으며 이 책은 어디까지나 한국불교사가 아니라 태고종 종도를 위한 태고종 역사일 뿐”이라며 “과거에 편찬됐던 조계종사도 조계종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이번 책도 태고종의 입장에서 바라본 시각을 쓴 것인데 일부 문구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또한 스님은 “두 종단의 시각차에서 오는 문제 때문에 시중에 시판하지 않고 종도들을 위한 비매품으로 출간했다”며 “조계종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으며, 어떻게 보면 조계종도 이승만 정부에 대한 우리와 같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계종과 태고종이 가장 큰 시각차를 보이는 부분은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의 유시로 시작된 조계종과 태고종의 분규. 이승만 대통령이 ‘일본 승려를 본떠 결혼한 승려는 중이 아니니 절에서 떠나라’는 유시를 내리자 분파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조계종에서는 승리자의 입장에서 ‘정화’라고 명명했지만, 태고종은 피해자의 처지에서 ‘법난’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젠 태고종의 이미지처럼 굳어버린 ‘대처승(帶妻僧)’이라는 말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또한 이 책에는 이승만 대통령이 거지왕 김춘삼을 직접 불러 폭력배들을 동원해 태고종 스님들을 협박하도록 지시한 증거를 김춘삼의 자서전을 밝히는 등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 대해 한국근현대불교사를 연구한 김광식 교수(부천대 교양학부)는 “이 책은 역사서가 아니라 단순한 자료집 수준일 뿐”이라며 “물론 역사서는 보는 사람과 입장에 따라 주관적인 관점이 전혀 배제될 순 없지만 이 책에는 역사적인 해석이나 설명보다는 법령 등 자료의 나열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교수는 “통사인 역사서로서의 형식을 갖추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비하하거나 감정적인 언어를 지양하고 동반자적인 관계에서 배려하는게 필요한데 이 책에는 폄하한 문구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태고종사>에는 이승만 정권이 불교계 내부문제에 개입되게 된 배경과 당시의 정권 의도, 태고 보우 종조설이 보조 지눌 종조설로 바뀌게 된 배경과 전개과정, 불교 분규의 지속으로 야기된 불교계의 피해 들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김주일 기자 | jikim@buddhapia.com
2006-01-26 오후 6:53: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7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