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나의 가치’를 찾는 지도라면 경제는 그 지도를 활용한 ‘나’의 생활이다. 불교와 경제는 가치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이것은 물질적 가치와 정신적 가치의 차이이다.
그러나 불교와 경제를 각각의 영역으로 나누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바람직하지 않다. 불교 속에 담긴 경제관과 경제논리를 지나치는 오류를 범하기 때문이다. 특히 불교와 경제의 출발이 ‘나’로부터 비롯된다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사실이다. 가치를 실현하는 중심에 주체적인 ‘나’를 두고 있다.
그래서 불교를 경제적으로 해석하면 ‘인생경영법’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최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제시한 경영법이다. 부처님은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삶의 가치가 결정된다고 일러주었기 때문이다.
◇‘나’ 경영이 결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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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적인 분위기를 내며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인간경영’을 중시했던 두 사람의 운명이 갈린 것은 외환위기 때였다. 염씨는 고비를 넘기고 20여명이 근무하는 업체로 성장한 반면, 조씨는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파산했다.
두 사람의 차이는 ‘나’를 경영하는 기술에 있었다. 공동의 기업 운영을 꿈 꿨던 염씨는 수익금 가운데 일부를 직원들에게 보상하면서도 사내 복지향상을 위해 투자하는 등 근무여건 개선에 힘썼다. 한편으로는 매일 삶의 방식을 돌아보고 오늘의 실수를 거울로 삼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했으며, 그 과정에서 행복을 찾고자 했다.
그러나 조씨는 바쁜 일상에 쫓겨 성찰의 기회를 갖지 못했고, 빠른 성장을 추구한 나머지 수익금 전액을 회향보다는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투자했다. 이로 인해 자신의 인생을 가치 있게 경영하지 못하고 주변여건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던 조씨는 외환위기라는 급격한 변화에 순응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인생을 경영하는 사람은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앞서가는 CEO가 될 수 있는 반면, 자신을 경영하지 못하는 삶은 늘 뒤쳐질 수밖에 없다. 어디에 삶의 가치를 두고 있는가에 따라 상반된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지혜경영연구소 손기원 소장은 “보시와 나눔을 통해 내 것을 다른 사람에게 줌으로써 행복을 얻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것을 실천하지 않음으로써 그 행복을 얻지 못할 뿐”이라며 “불교가 멀리 있는 듯하지만 이런 경우만 보더라도 자신의 생각 속에, 생활 속에 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경영할 것인가 or 끌려갈 것인가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만이 CEO는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이 주어져 있고, 그 인생을 경영하는 모두가 CEO이다.
그러나 인생의 주인이면서도 자신의 인생을 가치 있게 경영하는 셀프매니저들은 많지 않다. 어떤 이는 본능과 욕구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고, 또 어떤 이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바른 안목과 판단으로 살아간다. 서로 다른 가치기준으로 말하고 행동하며 추구한다.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당당히 주체로서 역할을 다할 것인가. 아니면 주어진 시간과 환경에 끌려가는 삶을 살 것인가.
부처님이 제시한 인생경영의 기본원칙은 ‘바른 안목으로 바르게 벌고 바르게 쓰라’이다. 이를 기준으로 가치를 판단하고 행동할 것을 제시했다.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자이자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교세라그룹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 카르마경영으로 대변되는 그의 성공철학은 부처님이 제시한 인생경영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분명한 목표와 책임감, 성찰과 정진 그리고 비전과 안목, 회향으로 요약되는 ‘인생은 마음에 그리는대로 이루어진다’ ‘인생이든 경영이든 단순명료한 원리원칙이 좋다’ ‘인격 수양과 이타행으로 살아가라’ ‘우주의 흐름과 조화를 이룬다’를 카르마경영의 근본으로 삼았다. 그래서 그는 인과응보와 카르마, 육바라밀, 자리이타 등과 같은 불교적 가르침을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는 보이지 않는 커다란 두 힘이 작용한다. 운명과 인과응보의 법칙이다. 좋은 걸 생각하면 운명이 바뀌고 이게 또 좋은 결과를 낳는다. 결과에 노심초사할 이유는 없다. 원인과 결과는 놀라울 만큼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