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계획 단계지만 지난 10여 년 간 지속적으로 제기되던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문제에 대한 해당 부처의 구체적인 언급이 나오면서 관련 기관과 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후속대책 마련을 위한 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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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3개 국립공원에 위치한 21개 사찰과 9개 도(군)립공원에 위치한 9개 사찰이 소속된 조계종은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면 조계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또 현재 입장료와 합동징수하는 문화재 관람료는 현행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 2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
1. 국립공원입장료 폐지의 앞과 뒤
2. 문화재 관람료, 어떻게 할 것인가?
#국립공원 입장료는 관리비(?)
국립공원은 자연환경 보존 가치가 뛰어나고 국민의 휴식처로 기능하는 대표적인 휴양지이자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국민들의 자산이다. 매년 2000만명에 가까운 국민들이 인근의 국립공원을 찾아 몸과 마음을 쉰다. 또 고승대덕들이 배출된 많은 고찰(古刹)들이 국립공원에 자리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국립공원은 ‘관리비’ 명목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국립공원 입장료 징수는 자연공원법에 명시돼 있다. 자연공원법 제5장 37조 1항에는 ‘공원관리청은 자연공원에 들어가는 자로부터 입장료를 징수할 수 있으며 공원관리청이 설치한 공원시설을 사용하는 자로부터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립공원 입장료는 1970년 5월 속리산 국립공원부터 도입된 이후 1987년부터는 전국 18개 국립공원 188개 매표소에서 받고 있다.
그렇다면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론이 왜 계속 제기 됐을까? 전문가들은 국립공원이 이미 국민휴양지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단순하게 ‘이용자 부담 원칙’을 내세우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다. 국민시설’에 맞지 않는 적용이라는 것이다. 또 문화재 관람료와 국립공원 입장료가 합동징수 되는 것도 입장료 폐지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관련 당사자들 모두 ‘폐지 원칙’ 합의
암묵적으로 ‘폐지 공감대’를 형성해왔던 조계종과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구체적인 언급을 통해 교감을 주고 받아왔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지난해 11월 25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의견을 전달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지관 스님은 11월 30일 이재용 환경부 장관으로부터 “국립공원은 국민 모두가 이용하는 공간”이라며 “출입할 때 입장료를 받는 문제는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폐지방침’을 전달받기도 했다.
또 12월 16일 지관 스님을 찾아온 김재규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도 “입장료 폐지 찬성” 입장을 확인했다. 관련 당사자들 모두가 폐지 원칙에 합의를 이룬 셈이다.
시민단체들은 이미 2000년대 이후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의 분리징수 또는 폐지를 주장해왔다. 참여연대는 2000년 지리산 천은사와 설악산 신흥사에 대해 문화재 관람료 ‘부당이득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법원은 신흥사에 대해서는 통합징수 합당 판결을 내렸고 천은사에 대해서는 참여연대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문화연대 역시 “국립공원만을 관람할지 사찰을 둘러볼지의 여부는 시민들이 선택할 사항”이라며 “법적 근거도 없이 문화재 관람의 의지가 없는 일반 등산객까지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와 문화재관람료 분리징수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는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미 유럽의 모든 나라와 일본, 뉴질랜드 등의 적지 않은 국가들도 국립공원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다.
계룡산 갑사 주지 장곡 스님은 “문화관광자원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는 시점에서 국립공원 입장료를 받는 것은 오히려 국민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하는 악재가 되고 있다”며 “갑사도 매년 10%이상 관광객이 감소하고 있는 현실에서 폐지는 적절한 조치”라고 환영을 표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 환경예산과 장대현 사무관은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하는 것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어긋난다”며 “이것을 폐지한다면 정부에서 그 돈을 충당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당연히 국민 세 부담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환경부의 실무자들도 “폐지는 대세이지만 구체적인 방법과 대안에 대해서는 좀 더 세밀하게 연구해야 한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분담금 조정 등 대책 뒤따라야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될 경우 조계종과 정부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조계종은 국립공원 사찰의 수입이 30%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의 한 관계자는 “30%는 단순한 산술 추정치”라며 “실제로는 30%를 훨씬 웃도는 금액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와 함께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는 문화재 관람료 징수에도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시킬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재정 수입은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조계종 전체 예산 중 20%에 이르는 관람료 사찰의 분담금 조정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종단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2006년 예산의 경우 전체 172억여원 중 관람료 사찰 분담금이 34억 3000여만원에 이르고 있다.
정부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서 지적했듯이 정부가 신중을 기울이는 이유가 바로 재정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전국의 국립공원을 관리하면서 연간 300억원 안팎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 수입으로 공단을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입장료가 폐지될 경우 300억원의 대체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사찰 자립경제구조 만들어야
그렇다면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에 대한 대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조계종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한 상황은 아니다. 지금의 폐지 논의가 실무차원에서 정리된 것이 아니라 정부 부처와 종단 수장의 ‘견해’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조계종의 한 실무자는 “대책이 먼저 마련되고 폐지를 논의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오히려 반대”라며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서도 실무자들은 조심스럽게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무상으로 제공되고 있는 국립공원 내 사찰 토지에 대해 정부가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다. 현재 조계종 총무원 재무부는 국립공원 내 전통사찰들이 소유한 토지가 8300만평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 같이 엄청난 규모의 토지에 대해 사찰이 재산권을 행사할 경우 적지 않은 임대료 수입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것 역시 막대한 예산 문제로 정부가 선뜻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다.
두 번째는 입장료 폐지에 따른 문화재 관람료 징수방법을 다양화하는 것이다. 문화재 관람료 인상, 정부의 문화재 보수비 지원, 국립공원 내 관람료 사찰의 종단 분담금 규모 축소 등의 방안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 대안들은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많다. 문화재 관람료 인상은 국민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정부가 국고보조사업을 통해 문화재 보수비를 지원하고 있는 현실에서 별도의 지원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국립공원 내 관람료 사찰의 종단 분담금 규모 축소도 조계종 재정 구조의 ‘혁명적’ 대안이 제시되지 않는 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렇게 볼 때 1월 18일 열린 조계종 관람료사찰 전체회의에서 지관 스님이 한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관 스님은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가 가시화 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총무원에는 이에 대한 연락이 없었다”면서도 “철저한 준비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관 스님은 특히 “스님들이 좀 더 허리띠를 졸라매 검소하게 생활하는 기풍을 다시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찰 운영에 있어서도 ‘경영의 합리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계종 중앙신도회 최연 사무총장도 “조계종을 대표하는 사찰들의 대부분이 관람료 수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종단 차원에서 자립적 사찰경제구조를 확립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